추석 직전, 민주당엔 '이재명 지키기'만 남았다 [국회기자 24시]

박기주 2022. 9. 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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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이 된다면 민주당은 혼란에 빠질 겁니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확고한 상황 속에서도 이대명 대표의 독주를 막으려던 진영이 수도 없이 외쳤던 주장이었죠.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기소하기로 결정했고, 민주당은 총력 투쟁에 나선 것이죠.

결국 이 대표의 사법리크스가 현실화하면서 여야의 관계는 빠르게 경색되고, 결국 민생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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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불거지자 모든 이슈 잠식
민주당 지도부, 윤석열 정부에 강경 대응 모드 전환
변호사비 대납, 대장동, 성남FC 등 현안 산적
민생 위한 생산적인 여야 활동 '난망'

[이데일리 박기주 기자] “이재명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이 된다면 민주당은 혼란에 빠질 겁니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 기간 ‘어대명’(어차피 당대표는 이재명) 구도가 확고한 상황 속에서도 이대명 대표의 독주를 막으려던 진영이 수도 없이 외쳤던 주장이었죠. 그리고 이 대표가 취임한 지 단 열흘 만에 이러한 우려는 현실이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8일 국회 당대표 회의실에서 열린 긴급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국회사진기자단)
검찰은 이재명 대표를 기소하기로 결정했고, 민주당은 총력 투쟁에 나선 것이죠. 결국 이 대표의 사법리크스가 현실화하면서 여야의 관계는 빠르게 경색되고, 결국 민생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이 대표 취임 이후 검찰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이 이어지다 추석 연휴가 시작되기 직전 결정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서울중앙지검에서 이 대표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 하기로 결정한 것이죠. 혐의는 공직선거법 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지난해 12월 22일 대선 국면에서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자인 고(故)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알지 못했다”고 말한 것이 거짓이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검찰의 기소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던 민주당 지도부는 이 발표 직후 바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윤 정부를 향한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반협치의 폭거, 저열하고 부당한 최악의 정치적 기소, 양두구육 장사꾼” 등 단어를 사용하며 검찰의 이 대표 기소를 비판했고, 전 법무부 장관인 박범계 의원도 “이 추잡한 사냥이 올바른 것인가”라며 비난의 수위를 높였습니다.

정청래 최고위원을 비롯한 친명계 지도부가 반발한 것은 당연하죠. 추석을 앞두고 민생 문제의 해결 의지와 희망의 메시지를 남겨도 모자른 판에 상대 진영을 향한 적개심만 남게 됐습니다. 그동안 자신의 사법 관련 이슈에 말을 아끼던 이재명 대표도 직접 SNS를 통해 “권력으로 상대의 먼지를 털고, 발목잡기로 반사이익 노리는 정치는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죠.

문제는 ‘허위사실 공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중 하나일 뿐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남아있는 이슈는 이보다 수위가 더 높습니다. 쌍방울과 연관된 변호사비 대납 의혹과 더불어 대장동 및 백현동 특혜 의혹,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이죠.

이 중 변호사비 대납 의혹의 경우 검찰의 수사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 대표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화영 전 경기부지사가 쌍방울 측으로부터 법인카드를 받아 쓴 의혹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는데요. 결국 쌍방울과 이 대표의 관계를 풀어나가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입니다. 이와 더불어 다른 사건의 수사까지 가시화하게 되면 당 차원의 대응은 더 격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돼버린 셈입니다.

허위사실공표와 관련해 검찰이 출석을 요구하자 민주당은 의원총회를 열고 대응책을 모색한 바 있는데요. 이에 대해 한 의원은 “출석 요구가 있을 때마다 의원총회를 열 것인가. 이렇게 자주 할 일이 아니고, 결정적일 때만 해야 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죠. 민주당의 모든 행보가 ‘이재명 지키기’에만 집중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죠.

민생의 구체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별화된 모습을 보여야 하는데 ‘이재명 지키기’라는 프레임이 불거지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당장 다음달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는데, 현실적인 이슈보다는 정쟁이 대중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죠. 유능한 정치를 표방한 ‘이재명의 민주당’이 얼마나 중심을 잡을 수 있는지 지켜볼 뿐입니다.

박기주 (kjpark85@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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