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태즈메이니아! BBC선정 세계 10대 트레킹코스를 가다'-1
태즈메이니아에는 눈이 내린다.
7월 말~8월 초 한반도의 혹서기, 남반구 호주는 한겨울이다. 호주 대륙 남단에서 남극 쪽으로 240km 떨어져 있는 태즈메이니아(Tasmania)는 ‘지구의 끝’으로 불린다. 세계에서 가장 산이 많은 섬 중 하나다.

남한 면적의 3분의 2 정도(6만8401km²)인 태즈메이니아는 37% 지역이 국립공원,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섬의 남서부는 원시 야생지대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오지(奧地)가 대부분이다. 이곳에는 세계자연유산지역과 생태보호구역이 포함된 국립공원이 20개에 이른다.
이중 대표적인 곳이 오버랜드 트랙이 있는 ‘크레이들 마운틴-레이크 세인트클레어’ 국립공원이다. 빙하기(氷河期) 빙식작용을 받은 험한 산지로 구성돼 있다. 오버랜드 트랙은 크레이들 마운틴(Mt Cradle)과 오사산(Mt Ossa)을 포함한 중서부 국립공원 전체를 남북으로 횡단하는 코스다. 메인 트랙은 65km 정도지만 ‘사이드 트립(Side-trips)’을 하거나 태즈메이니아 최고봉 오사산(1617m) 등 설산 등반을 하면 80km~100km가 훌쩍 넘는다.
호주의 오지 중 오지, 남쪽 섬 태즈메이니아의 ‘오버랜드 트레킹’에 나섰다. 겨울 오버랜드에는 사람의 흔적이 없다. 봄, 여름, 가을 시즌(자연 보존 차원에서 성수기인 10월 1일부터 다음해 5월 31일까지) 하루 34명만 진입을 허용하는 철저한 입산 통제를 하는 곳이다. 하지만 겨울엔 비시즌인데다 혹한기 그리고 자칫 폭설이라도 마주하면 생명에 위험을 느낄 수 있기에 트레킹족의 발길이 뚝 끊긴다.

한겨울 트레킹에 나선 트레커들에게 입산 허가를 해주는 게 특별한 것이다. 전문 트레커들이 이런 오지를 더군다나 겨울에 일부러 찾는 이유는 색다른 오지탐험을 위해서다. 관목과 이끼 세상, 눈밭에서 보이는 생명체라고는 이끼를 뜯어먹는 웜뱃, 왈라비 등 동물뿐이다. 이곳에 오지탐사대는 눈길을 걷으며 흔적을 남기고 있다.
대한산악연맹(회장 손중호)이 창립 60주년을 맞아 특별히 파견한 오지탐사대원들이다. 오지탐사대는 김선화 대장 포함, 이종상, 윤태종, 문기빈, 김준희, 김서현 등 5명의 대학생과 고준호, 이우주 등 고교생 2명, 하태웅 산악연맹 지도위원, 기자 등 10명이 팀을 이뤘다.
대원들은 전문산악인 2명에다 대학·고교 산악부나 탐험대 소속으로 산행 경험이 제법 있는 준 산악인들이다. 미래 전문 산악인을 꿈꾸거나 산을 평생 친구로 여기며 살 자들이다. 대한산악연맹은 미래의 산악 리더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들을 선발, 파견했다.
태즈메이니아 원정을 준비하기 위해 두어달 한국의 험준한 산을 오르내리며 혹독한 훈련을 했다. 무박 산행을 비롯 지리산, 무등산, 한라산 등 에서 1박 2일, 2박3일 코스로 30kg 무게의 배낭을 짊어진 채 고난을 동반한 극기 훈련을 했다. 그리고 나선 곳이 호주의 오지 탐험이었다. 그중 오버랜드 트레킹이 포함됐다.

혹한 훈련을 한 이유는 태즈메이니아 오버랜드 트레킹의 특성 때문이다. 이곳은 일단 들어서면 나갈 수 없다. 외길이다. 또 길을 벗어날 수도 없다. 오지에서 오직 자신과의 싸움에서 견디며 7일 동안 걸어 나가야 비로소 생존을 위한 탈출구를 맞는다. 출발지 로니 크릭에 발을 디디는 순간 종착지 세인트클레어 호수로 나와야 한다.
30kg 배낭을 메고 하루 20km 이상 걷을 때도 있다. 어느 누구도 트레킹 중에 부상을 당하면 치명적이다. 개인은 물론 팀 전체가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대원들은 이 사실을 알기 때문에 체력 안배와 신체 보존 능력을 바탕으로 자신과의 기나긴 싸움을 이어가야 한다.
태즈메이니아에는 자연과 동물 외엔 문명의 이기는 없다. 길 표지판과 트레킹을 위한 침목이 부분 부분 놓여 있는 것이 전부다. 그리고 잠시 눈폭풍과 강추위를 피할 수 있는 대피소 격인 ‘헛’이 전부다. 헛은 종일 트레킹한 대원들이 하루를 묵을 수 있는 유일한 쉼터이다. 나무로 만들어진 대피소로 1970~1980년대 전방 군 막사 수준을 연상시킨다.
눈보라속에서 오지트레킹 하는 대원들이 하루를 마감하며 휴식하기엔 그나마 감지덕지다. 대원들은 이곳에서 침낭을 펴 잠을 잔 뒤 다음날 트레킹을 준비한다.

트레킹 중 날씨는 변화무쌍하다. 몇 시간 맑거나 바람불거나 비를 뿌리거나 이내 진눈깨비가 되고 그리고 폭설로 이어진다. 이런 악천후속에서 30kg 전후의 배낭을 메고 꾸준히 걷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흙탕물을 걷는 구간이 유난히 많다. 등산화와 배낭의 중요성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다.
오버랜드 트레킹에 나서는 트레커들은 오지의 자연을 잠시 빌리고 지나치는 것이다. 이곳에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는 것 외엔 어떤 흔적을 남기는 것은 금지다. 트레킹 중 생리적인 해결은 하되 땅을 파고 묻어 흔적을 없애야 한다.
숙박하는 헛에 부속돼 있는 화장실도 보통 40~50m 떨어져있다. 이 화장실을 사용할 때도 종이 화장지만 사용 가능하고 용무를 본 뒤 반드시 화장실에 비치된 톱밥을 한 움큼씩 뿌려야 한다. 외부의 흔적을 남기는 것 자체가 금지다.
휴지를 버리거나 물티슈 사용도 안되고 샴푸나 비누도 여타 화학성분이 포함된 제품 사용이 금지다. 헛에서 버너와 코펠을 사용해 식사를 해먹을 수 있지만 음식물 찌꺼기 하나 버리면 안된다.

실제로 오지탐험대가 지나온 1주일 동안 근 100km를 걸었지만 휴지 하나 보질 못했다. 그 흔한 비닐 조각 하나 길거리에 나뒹구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네팔 안나푸르나 랑탕 등 세계 각지 트레킹 하며 경험한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철저한 자연 보호와 자연을 지키는 호주 정부의 정책은 완벽했다. 호주 정부는 인원 통제는 물론 어떠한 오염원의 반입과 사용을 금지한다.
이런 분위기는 트레커들이 자발적으로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지키고 규칙을 준수할 수 밖에 없도록 유도한다. 오버랜드 트레킹을 하는 트레커들은 진정한 환경론자요 자연보호주의자로 거듭날 수 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오버랜드는 청정 자연, 원시 빙하지형이 그대로 하나 훼손되지 않고 유지된다. 왜 오버랜드 트레킹이 세계 각국 트레커들의 성지가 될 수 밖에 없는지 그 이유를 알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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