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의료비 7조 넘게 써.. 건보료로 75% 부담
정부가 코로나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보건·의료비로 지난 2년 6개월 동안 7조원 넘게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5%가 건강보험료 재정에서 나갔다. 국민들이 낸 건보료가 재원(財源)이었던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8일 발표한 ‘코로나19 환자 치료 비용 지출 경과’에 따르면, 국내에서 첫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2020년 1월부터 올 6월까지 정부가 코로나 치료와 검사, 백신 접종, 감염 관리 등에 쓴 비용은 7조5887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건보공단이 부담한 금액은 5조6933억원으로, 전체의 75%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사안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나눠서 감당했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코로나 첫해 2020년에는 감염자가 많지 않아 3456억원을 썼으나 유행이 본격화하면서 2021년 3조281억원, 올해는 6개월 만에 4조2151억원이 나갔다.
코로나 환자 치료비가 3조5960억원으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고, 건보 재정에서 2조7141억원(48%)을 부담했다. 다음은 진단 검사비 1조3747억원과 백신 접종비 1조2665억원, 감염 관리비 1398억원 등이었다. 건보에서 진단 검사비 8133억원, 백신 접종비 8843억원, 감염 관리비 699억원을 책임졌다.
특히 올 들어 오미크론 변이가 대유행하면서 코로나 의심 환자를 대상으로 시행하는 신속항원검사에까지 한시적으로 건보 지원을 해주면서 관련 비용이 크게 늘었다. 지난 2~6월 동네 병·의원에서 하는 신속항원검사를 지원하기 위해 건보가 쓴 비용은 1조2117억원에 달한다. 전부 건보공단이 책임졌다. 의원급 기준으로 검사 한 건당 5만5920원에 달한다.
이 때문에 건보 재정이 앞으로 더 악화될 공산이 크자 건보공단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나섰다. 건보 재정은 2018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이어오다 지난해 코로나로 인해 병·의원 방문이 줄어들면서 ‘반짝 흑자’(2조8229억원)를 냈지만 올해는 코로나 지원 비용 탓에 지난 4월 말 기준 1조7017억원 적자를 내고 있다.
건보 노조는 “감염병예방관리법은 감염병 진료비의 경우 국가나 지자체가 부담하게 돼 있다”면서 “하지만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지급한 금액은 예상액의 절반(50%)에 불과해 코로나라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국가 책임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독일, 네덜란드, 대만, 일본 등 주요국 중 코로나 비용을 검사비와 접종비까지 대부분 건보로 해결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면서 “결국 정부는 국민이 낸 보험료로 충당하면서 생색은 정부가 낸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총진료비 중 외래 30~60%, 입원 20%를 본인이 부담하고 나머지는 건강보험이 부담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상황에선 입원 치료비와 진단 검사비 등 코로나와 관련한 각종 비용을 국고와 건보가 각각 부담해 지원했다. 건보 노조는 “국가는 지출된 비용을 별도로 건보에 지급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지원금이라는 명목으로 포괄해 지급했다고 하지만 정부 지원율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당시 15~18%에서 문재인 정부 이후 13~14%로 해마다 실질적으로 하락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원래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치료비와 접종비 등 감염병 관련 지출은 모두 국가가 부담하도록 돼 있어서 제대로 지원하는 게 옳다”면서도 “일종의 치료 차원에서 건보가 지원한 부분이 있다. 당시는 국가 비상 상황으로 예기치 못한 사태에 대응하느라 급하게 예산을 써야 했고, 추경이 안 되다 보니 예산도 부족해 건보 재정으로 부담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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