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與의원들, 사자성어 모르면 싸움도 못한다
요즘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선 “사자성어 모르면 싸움도 못 하겠다”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몇 달 동안 이어진 당 내분에서 각종 사자성어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준석 대표가 친윤계를 가리켜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 걸어 놓고 개고기를 판다)’이라고 비난하면, 친윤 측에서 ‘망월폐견(望月吠犬·개가 달 보고 짖는다)’으로 맞받는 식이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모르는 사자성어가 나오면 유래나 뜻은 물론이고 무슨 한자가 쓰였는지도 검색해본다”고 했다.
여권의 사자성어 내전(內戰)은 지난 6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준석 대표가 자신의 우크라이나 방문을 ‘자기 정치’라고 비판한 정진석 위원장을 향해 “추태에 가깝다”고 공격하자, 정 위원장은 ‘소이부답(笑而不答·웃을 뿐 대답하지 않음)’이 쓰여 있는 액자 사진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확전을 자제하겠다는 의미였지만, 이 대표는 다시 “소이부답은 행동으로 하는 것이다. 소이부답하겠다고 올리는 게 소이부답이 아니다”라고 했다.
‘양두구육 논쟁’은 이 대표가 먼저 키웠다. 이 대표는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에서 “돌이켜 보면 (대선 때) 양의 머리를 흔들면서 개고기를 가장 열심히, 가장 잘 팔았던 사람은 바로 저였다”고 했다. 맥락상 ‘개고기’가 윤석열 대통령을 빗댄 것으로 볼 여지도 있어 당내에서 큰 논란이 일었다.
이 대표는 나아가 일부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의 행태에 대해서는 ‘호가호위(狐假虎威·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린다)’라고 했다. 정식 사자성어는 아니지만 ‘삼성가노(三姓家奴)’란 조어도 동원했다. 삼성가노는 ‘성을 셋 가진 종’이란 의미로, 한 윤핵관이 과거 대선 때 3명의 후보를 돌아가며 밀었다고 조롱한 것이다. 친윤계 이철규 의원은 이런 이 대표를 향해 ‘혹세무민(惑世誣民·세상을 어지럽힌다)’ ‘앙천대소(仰天大笑·하늘을 우러러 큰 소리로 웃는다)’ ‘망월폐견’이라고 연이어 반격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달 의원총회에서 “개고기, 양두구육 발언은 당원들에게 모멸감을 주는 언행”이라면서 이 대표의 추가 징계를 요구했다. 이에 이 대표는 “사자성어만 보면 흥분하는 우리 당의 의원들을 위해서 작금의 상황을 표현하자면 지록위마(指鹿爲馬·권세를 함부로 부린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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