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세 엘리자베스 英여왕 건강 악화.. 가족 다 모였다
엘리자베스 2세(96) 여왕의 건강 상태가 악화해 주치의들이 우려하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이 8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버킹엄궁은 이날 오후 성명을 통해 “오늘 오전 주치의들이 진찰한 결과, 여왕의 건강 상태가 우려된다”면서 “주치의들은 여왕에 대해 의료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발표했다.
영국 왕실 가족들도 소식을 듣고 여왕이 머물고 있는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으로 급히 모이고 있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와 그의 부인 카밀라는 여왕 곁에 도착했고, 서열 2위 윌리엄 왕세손도 할머니를 만나러 밸모럴성으로 이동 중이라고 BBC는 전했다. 리즈 트러스 신임 영국 총리는 “여왕의 건강 상태에 대해 온 국가가 깊이 우려하고 있다”며 “나는 물론 영국 전역의 국민들이 여왕 및 가족들과 함께하고 있다”고 말했다.
린지 호일 영국 하원의장도 이날 오전 여왕의 건강 상태에 대한 소식을 전해 듣고 잠시 하원 일정을 중단한 뒤 의원들과 함께 여왕과 왕실의 안녕을 기원했다. 야당인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당수 역시 여왕의 건강에 우려를 표하며 “영국의 모든 사람들이 여왕의 회복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영국 국교 성공회의 수장인 캔터베리 대주교는 “주님의 뜻이 함께해 여왕과 왕실, 밸모럴성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강녕(康寧)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도했다.
영국 여왕은 지난 6일 차기 총리 내정자인 트러스 총리를 밸모럴성에서 만나 총리로 임명했다. 런던 버킹엄궁에서 새 총리를 임명하고, 새 내각 수립을 요청해온 그동안의 관례를 깬 것이다. 당시 왕실은 “여왕이 일시적 이동 문제를 겪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여왕은 공개된 사진에서 미소를 잃지 않았으나, 지팡이에 기댄 채 수척한 모습을 보였다. 여왕의 용태에 대한 우려는 7일 예정된 추밀원 온라인 회의가 연기되면서 본격화했다. 가디언은 “여왕의 주치의가 여왕이 이날 ‘종일’ 쉬도록 조언했다”고 전했다. 추밀원은 여왕에게 정치적 조언을 하는 원로들의 모임이다.
여왕은 지난해 4월 남편 필립공의 사망 이후 쇠약해진 모습을 보여 왔다. 지난해 10월 병원에 하루 입원했고, 이후 외부 활동을 자제해 왔다. 외신들도 여왕의 건강 상태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AP통신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진료를 받고 있으며 건강에 대해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알자지라 방송은 “세계 최장기 재임 군주인 영국 여왕은 지난해부터 이동상 문제를 겪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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