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광우의시네마트랩] 수고하세요, 틀린 작가주의 감독

2022. 9. 8. 21:5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틀렸지만 흔히 쓰는 표현인 '수고하세요'는 원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써야 맞지만, 이제는 아예 그냥 쓰는 인사말로 굳어져 버리다시피 했다.

우리 영화 문화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이렇게 틀렸는데도 흔히 쓰이는 표현이 바로 '작가주의 감독'이다.

따라서 작가주의 영화평론가는 있을 수 있어도,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틀렸지만 흔히 쓰는 표현인 ‘수고하세요’는 원래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써야 맞지만, 이제는 아예 그냥 쓰는 인사말로 굳어져 버리다시피 했다. 그리고 ‘틀리다’도 ‘다르다’라는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우리 영화 문화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이렇게 틀렸는데도 흔히 쓰이는 표현이 바로 ‘작가주의 감독’이다.

작가주의는 원래 1950년대에 프랑스 영화잡지 ‘카이에 두 시네마’의 젊은 영화비평가들이 영화에서 문학의 작가에 비견될 만한 존재가 바로 감독이며 영화를 감독의 개인적인 사상과 스타일의 산물이라고 보겠다는 노선을 제기하면서 발생했다. 프랑수아 트뤼포와 장뤼크 고다르, 클로드 샤브롤로 대표되는 이 젊은 영화평론가들은 나중에 영화감독으로 데뷔하면서 매우 영향력이 있는 영화인들이 되었고 프랑스 영화사, 더 나아가 세계 영화사에서 이들을 ‘누벨바그’ 세대라고 부르게 되었다. 그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본격적으로 등장한 영화광 세대였다.

그들이 영화평을 쓸 1950년대 초반과 중반의 서유럽 상황을 보면 전쟁을 치른 프랑스와 독일의 영화산업은 거의 괴멸된 상태였고, 그동안 나치 독일의 금수조치로 들어오지 못하던 미국 영화가 봇물처럼 쏟아져 들어와서 서유럽의 극장가를 장악하던 시기였다. 그런 상황에서 이들은 알프레드 히치콕, 존 포드, 사뮤엘 퓰러와 같은 영미권 영화감독들을 높이 평가했으며 그들이 만든 대중영화도 예술성이 있고 의미가 깊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대중영화의 감독도 작가이자 예술가로 바라보는 태도가 당시로서는 혁신적이면서도 논란을 일으켰을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은 이렇게 대중영화 감독을 작가로 바라봄으로써 영화를 이해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제시해서 현대 영화문화의 위상을 격상시킨 큰 공이 있다.

즉, 작가주의라는 용어는 영화평론가들이 영화를 감독의 예술로 보겠다는 태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따라서 작가주의 영화평론가는 있을 수 있어도,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표현은 성립하지 않는다. 작가주의 영화평론가가 보기에 예술영화를 찍든, 오락영화를 찍든 간에 모든 영화감독은 다 작가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서는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아오지만, 국내에서는 소수의 관객이 드는 영화를 내놓는 개성이 강한 감독을 작가주의 감독이라고 부르는 관습이 굳어졌다.

노광우 영화평론가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