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국책은행 알짜 거래처들 시중은행에 넘겨라"

임태우 기자 2022. 9. 8.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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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알짜 거래처를 시중은행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그 거래처를 어떤 은행이 넘겨받을지도 금융당국이 직접 정하겠다는 것이어서 특혜 논란도 예상됩니다.

돈 잘 갚는 우량 기업 정보를 은행 2곳에만, 그것도 금융당국이 직접 고르겠다는 발상은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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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금융당국이 산업은행 같은 국책은행들이 가지고 있는 알짜 거래처를 시중은행에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저희 취재 결과 확인됐습니다. 그 거래처를 어떤 은행이 넘겨받을지도 금융당국이 직접 정하겠다는 것이어서 특혜 논란도 예상됩니다.

임태우 기자의 단독 보도 먼저 보시고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최근 금융위원회가 작성한 내부 문서입니다.

'우량 기업 여신의 시중은행 이관 프로세스 확립'이라는 제목 아래 국책은행의 우량 거래처들을 민간 은행에 넘기도록 하는 계획이 담겨 있습니다.

산업과 기업, 수출입은행, 이런 국책은행들의 거래처 중에 알짜 회사들을 골라낸 다음, 대출 계약 내용을 특정 시중은행에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정보를 넘겨받을 은행들은 기존 계약 조건을 다 들여다보고 해당 기업에 더 유리한 조건을 제시해 대출을 따올 수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매년 평가를 해서 은행 2곳에만 관련 정보를 넘기겠다는 계획도 세웠습니다.

문건을 만든 금융당국은 국책은행은 대기업을 포함한 우수 기업에 대출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입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 : 산업은행 같은 정책금융기관은 한정된 대출 공급을, 보다 시장 선도 그러니까 시중은행이나 시장에서 잘 안 하는 영역, 하지만 우리 국가 산업적으로 필요한 것들 있잖아요? 그런 데에다가 더 자원을 써야 되는 거죠.]

하지만 국책은행 자산인 거래처 기업 정보를 민간 은행에 무상으로 제공해 신뢰는 물론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서지용/상명대 경영학부 교수 : 민간 금융기관이 담당하게 될 경우 지나치게 상업적 논리에 기반한 금융 지원 기조로 전환될 우려도 있는데요. 단기적인 재무성과 또는 대출 회수 가능성만을 염두에 둔 금융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사항입니다.]

돈 잘 갚는 우량 기업 정보를 은행 2곳에만, 그것도 금융당국이 직접 고르겠다는 발상은 특혜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영상취재 : 한일상, 영상편집 : 조무환)

---

<앵커>

방금 리포트 전해드린 임태우 기자 나와 있습니다.

Q. 알짜 거래처는 어디?

[임태우 기자 : 제가 국책은행 쪽에 물어봤는데요. 이 삼성, 현대차 같은 대기업에다가 건실한 중견기업까지 다 대상이 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기업들은 위험을 분산시키기 위해서 국책과 민간 은행에 일정 비율씩 나눠서 돈을 빌리는데, 이자를 꼬박꼬박 잘 내기 때문에 국책, 민간 은행 모두 탐내는 고객들입니다.]

Q. 물밑 로비 치열?

[임태우 기자 : 그렇습니다. 문건에는 정책 금융 협업 성과를 평가해서 상위 은행 2곳에 정보를 넘기겠다고 되어 있는데, 정부 정책에 잘 따르는지 보겠다는 것으로도 읽힙니다. 구체적인 기준은 나중에 정한다고 했지만, 은행 입장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 퇴직 공무원 모시기 경쟁이나 물밑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는 말들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습니다.]

Q. 국책은행이 왜?

[임태우 기자 : 그렇습니다. 국책은행 역할이 어려운 기업들을 돕는 거라는 점에는 동의하지만, 이렇게 알짜 거래처를 다 떼주고 나면 어디서 돈을 구해서 부실 회사를 돕겠느냐며 불만이 많습니다. 정부가 줄 거냐, 않으면 빚을 내라는 거냐. 여기에 답을 주는 게 먼저가 아니냐는 겁니다.]

Q. 금융당국 해명은?

[임태우 기자 : 금융위 말은 국책은행 역할도 달라져야 한다는 이야기가 오래전부터 나오고 있었고, 이제 국가가 딱히 도울 필요 없는 기업 대출에서는 과감하게 손을 떼고 새 길을 찾아 나설 때라는 것입니다. 부작용보다 국책은행 쇄신으로 얻게 될 이득에 더 집중해달라고도 말했습니다.]

임태우 기자eight@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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