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부부' 대 '윤 대통령 부부'..추석 밥상, 민생 대신 정쟁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유설희 기자 2022. 9. 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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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진상규명단 구성" 공세
국민의힘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은 국민 기만" 반격
서울역의 여당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8일 서울역을 찾아 고향으로 향하는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정치권의 ‘그들만의 정쟁’이 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부인 김혜경씨를,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를 공격하는 데 여념이 없다. ‘추석 밥상’ 민심을 주도하기 위한 노림수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복합 경제위기와 큰 태풍 피해로 민생이 고통받는 상황에서 이런 정치권 모습은 정치 혐오만 키우고 있다. 취임 넉 달이 지나도록 국정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도 시민 고통을 심화시킨다. 민생을 제대로 살피려 나서지 않는 한 윤 대통령 및 여야의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이 대표를 기소한 데 대해 “역사상 유례없는 정치기소” “윤석열 검찰의 기획·표적수사”라고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 기소에 대한 맞불로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공격했다. 민주당은 이날 대통령 관저 리모델링 업체 사적 수주 의혹 등 대통령실 이전 관련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단을 꾸리기로 했다. 앞서 국정조사 요구서 제출, 김 여사 특검법안 당론 발의, 윤 대통령 검찰 고발 등에 이은 총력전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대한 국민적 의혹들을 숨김없이 밝혀내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와 부인 김혜경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하며 수세에 몰리자 추석 밥상에 ‘이재명·김혜경’ 대신 ‘윤석열·김건희’를 올리려는 의도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용산역의 야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8일 서울 용산역에서 추석 귀성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권호욱 선임기자

국민의힘은 민주당 공세가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방탄 목적이라고 대응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 법제사법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의 김건희 여사 특검 주장은 “국민 기만”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 측근인 이화영 킨텍스 대표이사의 뇌물수수 의혹과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이 대표 측과 쌍방울의 거미줄처럼 얽힌 실타래가 드러나고 있다”고 했다. 이화영 대표는 경기도 평화부지사로 재직하던 2019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쌍방울그룹 법인카드로 총 1억여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여당이 역대 정부에서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대통령 취임 초반 지리멸렬한 데에는 여당 내홍이 한 원인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 경제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가중되는 가운데 정치권이 해법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여야가 정쟁으로 일부 강성 지지층 결집은 이룰 수 있겠지만 결국은 민생 대책에서 민심이 결정된다는 충고도 나왔다.

김성완 시사평론가는 “집권여당이 대통령을 중심으로 야당의 협조를 구해 민생을 챙기는 게 기존의 방식이었는데 윤석열 정부는 자기 코가 석 자”라며 “민주당도 대안 부재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를 선택하면서 사법 리스크가 상존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김 평론가는 “(여야가 리스크 수습에 몰두하느라) 국민들이 정치권에 기대하는 것과 맞지 않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정치권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국민들로서는 이번 추석 밥상이 참 짜증스러울 것 같다. 대선 3라운드가 될 것 같다”며 “그 과정에서 민생법안 심의라든가 국회가 정말 꼭 해야 될 일은 뒷전으로 밀려난다”고 말했다.

정대연·유설희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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