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예술인과 함께 '서울 가야 성공' 편견 바꾸고 싶어요"

박임근 2022. 9. 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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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 전북 공연기획사 '다부부컴퍼니' 이정로 대표
전북지역 산골에서 음악 캠핑 페스티벌 ‘T.G.I.F 2022’를 추진한 지역 젊은이들. 왼쪽부터 이동하, 이정로, 이정길, 안정빈씨의 모습. 공연기획사 다부부컴퍼니 제공

“서울로 가야만 성공한다는 편견을 꼭 바꾸고 싶어요. 그런 다짐을 토대로 우리가 직접 나서서 아직 유명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있는 지역의 유망한 예술가들을 위해 변화를 만들어보고자 기획했어요.”

산골에서 음악과 캠핑을 함께 즐기는 축제를 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지역 젊은이들이 있다. 주인공은 청년들로 꾸려진 지역기반 공연기획사 ‘다부부컴퍼니’ 이정로(28) 대표와 안정빈(26)·이동하(23)·이정길(32)씨 등이다. ‘다부부’는 ‘다같이 부자가 되자’는 의미인데, 정신과 물질 모두 부자여야 하고, 발음상 편의도 더해 ‘부’를 두 번 넣었단다.

이들은 오는 9월23~25일 전북 완주군 동상면 동상힐링캠핑장에서 음악 캠핑 페스티벌 ‘티.지.아이.에프’(T.G.I.F 2022-GREENGLOWGROW)를 연다.

음악 전공 지역청년 4명 의기투합
음악캠핑 페스티벌 ‘티.지.아이.에프’
23~25일 완주 동상힐링캠핑장에서
관객 500명 제한…1박2일 밤샘공연

이동하·안정빈 ‘연출’ 이정길 ‘감독’
“지역소멸 막아야 전국 발전 가능”

음악 캠핑 페스티벌 ‘T.G.I.F 2022’ 포스터.

티.지.아이.에프’는 영어의 ‘신이여 감사합니다. 오늘은 금요일이네요’라는 뜻으로 주말의 해방감을 표현할 때 사용한다. 의역하면 ‘불금’으로 “지금까지 억압됐던 감정들을 초록의 자연 속에서 서로 공유하며 다시 새로운 시작을 기원하자”는 것이다. 여기에다 ‘트리플 지 인베스팅 페스티벌’(Tripple G Investing Festival)의 약자로 “초록(green)의 자연 속에서 우리는 빛나고(glow) 그 사이로 자라난다(grow)”는 중의적인 뜻도 담았다. 지역의 숨은 음악인재들을 발굴해 더욱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취지로 판을 벌였다.

상공에서 본 축제 행사장 동상힐링캠핑장 전경.

“이 축제를 여는 이유는 저희들 모두 예술에 대한 결핍이 있기 때문이죠. 우리들 모두 음악으로 밥벌이를 하기 위해 근근이 살아가지만, 아무리 노력을 해도 해결되지 않는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기 일쑤였거든요. 그러다가 문득 우리 뿐만 아니라 지역에 기반을 둔 많은 음악인들이 이런 고민을 하겠구나. 뭔가 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을까? 생각했어요.”

이런 뜻으로 의기투합해 출발했다. 효과적인 일처리를 위해 역할을 분담했다. 서울 중심의 문화를 거부하며 2016년, 전주에서 청년기업 공연기획사를 창업한 이정로 대표가 총괄을 맡았다. 연출은 이동하씨, 조연출은 안정빈씨, 무대감독은 이정길씨가 맡았다.

그러나 준비과정에서 현실의 벽은 너무나 컸다. 스태프 수십명이 맡아야 할 일을 단 4명으로 추진하니까 업무가 쏟아졌다. 하지만 초심을 잃지 않고 목표를 이루고자 ‘한 사람이 열 사람’ 몫을 감당했다. 자금난도 겪었지만 각자 모아둔 자금과 ‘알바’를 하며 버티었다.

특히 어려웠던 점은 “어린 친구들이 어떻게 이런 큰 행사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달갑지 않은 차가운 시선이었다. 20~30대가 주축인 지역업체가 잘 해낼 수 있겠느냐는 불신이었던 셈이다. 섭외가 어려웠다. 진정성을 몰라주는 것 같아 답답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일일이 찾아다니며 취지를 알렸다. 행사 장소인 동상힐링캠핑장도 주인이 처음에는 손사래를 쳤다. 그렇지만 4번을 더 찾아가 설득해 마침내 허락을 받았다. 주인은 “젊은 사람들이 힘들게 노력하는 데, 나라도 도와줘야지”라며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완주 음악 캠핑 페스티벌 ‘티.지.아이.에프’ 로고.

행사 첫날인 23일에는 지역사회와 소통을 위한 주민 노래자랑을 열고, 전도가 유망한 독립영화 감독들의 작품도 야외 스크린을 통해 상영한다. 음악공연은 24일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1박2일 12시간 동안 펼쳐진다. 모두 26팀이 참여해 각자 약 30분씩 릴레이 공연한다. 참가팀은 음악적으로 가능성이 있고, 젊은 세대를 대변하는 메시지를 가진 음악인들로 꾸렸다. 밤새 공연하는 것은 저녁형 인간이 많은 음악인들이 산골에서 해방감과 깨어있음을 느끼자는 의미도 있다.

완주 음악 캠핑 페스티벌 ‘T.G.I.F 2022’ 안내문.

주목할 대목은 행사장에 관객 500명만 입장한다는 점이다. 규모가 커지면 장소가 협소해 안전관리가 현실적으로 어렵고, 관객과 직접 소통하는 양질의 공연을 위해 인원을 제한했다. 더욱이 환경문제를 고민했다. 행사가 끝나면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고려해 ‘자연 속 축제’ 취지에 맞게 일회용품을 안 쓰는 원칙을 세우고 재활용이 가능한 제품을 사용하기로 했다.

이정로 대표는 그동안 각 예술축제 등을 통해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2020년 코로나19가 터지면서 행사 자체를 못하게 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언젠가 기회는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카페 알바와 주문받은 음악녹음 등으로 사무실 임대료를 감당해왔다. 이 대표는 대면공연이 가능한 이번 행사가 돌파구가 되기를 바란다.

“지역소멸 얘기가 나오지만, 지역이 함께 발전해야 대한민국 전체가 성장할 수 있어요. 지역서 나고 자란 음악인들이 지역에 기반을 두고도 예술가로서 두각을 나타내도록 노력하려고요. 저희가 혼신을 다해 준비한 행사가 일회성에 머물지 않도록 성장하는 참가팀들과 함께 내년에도 계속 축제를 만들겁니다.”

박임근 기자 pik00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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