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밥상에 상대 허물 올려라".. 여야 '사법리스크' 공방에 민생 뒷전

박세인 2022. 9. 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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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기소에 맞서 '김건희 특검법' 추진
국민의힘 "이재명 수사 물타기일 뿐" 응수
민족대명절인 추석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8일 이재명(앞줄 오른쪽 세 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 및 지도부가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용산역을 찾아 귀성열차에 오른 시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추석 명절을 앞두고 정치권이 때아닌 ‘비호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역대급 비호감 대선'이라고 평가받았던 지난 3·9 대선 구도가 6개월이 지난 추석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8일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기소하자,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때리기'에 올인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이 대표 수사에 대한 물타기"라고 반발하며 '이재명 때리기'로 맞서고 있다. 여야가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 밥상머리 여론'을 의식해 자신들의 리스크를 덮고자 상대의 허물을 부각하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모습이다.


이재명 기소 맞서 '김건희 의혹' 공세

민주당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검찰 기소와 전날 이 대표의 부인 김혜경씨에 대한 검찰 소환 등에 적극 방어전을 펴고 있다. 당내에서는 검찰이 추석 전 이 대표 부부를 포토라인에 세워 '피의자 이미지'를 부각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를 반격의 고리로 삼아 총력전을 펴고 있다. 전날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등에 대한 진상조사를 위한 특검법을 발의했고, 이와 별도로 김 여사가 지난달 나토 순방 등에서 착용한 고가의 장신구를 재산신고에 누락했다는 이유로 윤석열 대통령을 고발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방송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거론하며 여론전에 나섰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KBS 라디오에서 "국민의 의혹이 증폭되고 있고, 주가조작 사건 같은 경우에는 공범 재판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도 나온다"며 "아무런 문제가 없다면 신속하게 수사를 받아서 결과를 내놓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의겸 대변인은 MBC 라디오에서 김 여사의 고가 장신구와 관련해 "목걸이, 팔찌, 브로치 등 보석이 재산등록에 누락됐다는 문제를 제기했더니 '지인에게 빌린 것'이라며 아무렇지도 않은 듯 대응한다"고 꼬집으며 "재산신고 누락이면 공직자윤리법에 위반되는 것이니 진상을 규명해보자고 고발장을 접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의원들이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안과에 김건희 특검법을 제출하고 있다. 뉴스1

與 "김건희 특검법? 이재명 수사 물타기"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로 맞불을 놓고 있다. 이 대표가 경기지사 시절 부지사를 지낸 이화영 킨텍스 사장이 쌍방울 법인카드를 사용한 정황을 토대로 과거 불거진 변호사비 대납 의혹을 다시 만지작거리고 있다.

박형수 원내대변인은 이날 "이 대표는 '쌍방울에서 내복 하나 사입은 것밖에 없다'고 하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며 "민주당이 이재명 일병 구하기에 이어 이화영 일병 구하기에도 나설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소속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위원들은 이날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발의와 관련해 김 여사 의혹을 수사했던 검사들을 다음 달 시작하는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하자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이번 (김건희) 특검법 발의는 이재명 대표 수사에 대한 전형적인 물타기"라며 "민주당이 정녕 김 여사 의혹에 대한 실체적 진실을 알고 싶으면 특검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당시 법무부 장관이자 현재 민주당 법사위원인 박범계 의원에게 물어보면 간단히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경제위기 속 민생 대신 정쟁에 눈살

정치권이 경제 위기 속 민생보다 상대의 허물 들추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피로를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김건희 특검법 발의에 대해 "추석 밥상에 이재명 혹은 김혜경이라는 이름만 올라가는 게 부담스러워 윤석열, 김건희의 이름도 함께 올라가는 효과를 보려 한 것이라 생각한다"며 "국민들로서는 이번 추석 밥상이 참 짜증스러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이 민생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라며 "일 년에 한두 번 볼까 말까한 가족들이 모이는 소중한 자리를 짜증나게 만드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박세인 기자 sane@hankookilbo.com
박재연 기자 repla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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