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기술수출 10년 만에 '첫 결실' 임박..내일 결과 나온다

이광호 기자 2022. 9. 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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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제약바이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선진국에 기술수출을 한 기업은 한미약품입니다. 무려 30년도 더 전인 1989년 로슈에 세프트리악손 성분의 항생제 제조기술을 수출한 게 처음입니다. 
(한미약품의 첫 기술수출 성과였던 세프트리악손 항생제. 현재도 사용되는 의약품입니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2011년부터 한미약품의 기술수출은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아테넥스에 수출한 유방암 치료제 오락솔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11개 신약 후보물질의 기술수출이 이뤄졌습니다. 기술을 수출해 계약금을 받고 이를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면서 회사의 재무는 선순환 구조에 들어섰지만, 이렇게 수출된 기술들 중 해외에서 상용화된 사례는 아직 없습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2012년 미국 스펙트럼에 수출했던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눈앞에 뒀습니다. FDA는 관련 규정에 따라 의약품 허가 여부를 결정할 시한을 해당 업체에 미리 통보해 놓습니다. 이 시한은 현지시간 9일로, 우리 시간으로는 내일(9일) 밤 늦게나 모레(10일) 오전 일찍 결과가 나올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번 허가는 앞서 두 차례 고배를 마신 뒤에 이뤄지는 3번째 도전입니다. 지난해 2번째로 허가가 보류됐던 당시, 약품 자체가 아니라 한미약품 평택공장 시설의 문제가 지적된 만큼 이번엔 허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특히 지난 6월 평택공장 재실사에서 FDA가 특별히 지적한 사항이 없었고, '롤론티스'가 국내에서 이미 지난해 3월 허가를 받은 의약품이라는 점도 FDA의 허가 가능성을 높이는 상황입니다. 

의미있는 성과지만…실적은 다른 문제
허가가 나면 한미약품에게 10여년간 이어졌던 도전이 첫 결실을 맺는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다만, 앞서 FDA 허가에 성공한 여러 신약처럼 즉각적인 이익을 한미약품이 얻을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SK바이오팜이 FDA 허가를 받아낸 뇌전증 치료제 신약 '엑스코프리'는 2분기 미국에서만 403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연매출 1000억원 돌파가 확실시되고 있지만, '롤론티스'의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한미약품과 스펙트럼 사이 정확한 계약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최근 허가 시 바로 받을 수 있는 마일스톤의 금액을 줄이고 실제 판매에 따른 로열티 비중을 높이는 새 계약을 맺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허가 이후 판매가 중요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롤론티스'가 치료하는 호중구감소증은 이미 대형 경쟁자가 있습니다. 암젠의 '뉴라스타'라는 의약품입니다. 호중구감소증은 주로 1세대 항암치료를 받은 이후 부작용으로 백혈구의 일종이 줄어드는 병입니다. '뉴라스타'는 20년 넘게 이 시장에서 선두주자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패치 형태로 개선된 '뉴라스타 온프로')

특히 주사 제형의 '뉴라스타'의 특허가 끝나고 바이오시밀러가 대거 등장하면서 점유율 하락이 예상될 때쯤, 암젠은 패치 형태의 신제품을 또 내놨습니다. 항암치료를 마친 뒤 바로 붙이는 형태로, 항암을 끝내고 하루 뒤 또 병원을 찾거나 하루 입원한 뒤 호중구감소증 치료제를 맞아야 했던 불편을 해결한 제품입니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선 이 제품이 절반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롤론티스'는 '뉴라스타'보다 한 번 투약 후 효과 지속 시간이 길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뉴라스타'는 매주, '롤론티스'는 3주에 1번 맞는 의약품입니다. 하지만 주사 제형 자체의 단점을 피할 순 없었던 데다, 효능 면에서도 두 제품의 차이가 크지 않습니다. 호중구감소증을 없애는 데 걸리는 시기도 두 약이 비슷했고, 부작용 측면에서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습니다. 

근본적으로 효능 면에서 우월한 점이 부족한 만큼 관성적으로 기존 약을 쓰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미약품이 첫 글로벌 신약이라는 명예에 더해 실리까지 챙길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3번의 도전 끝에 허가를 눈앞에 둔 한미약품이 그다음 벌어질 경쟁을 어떻게 헤쳐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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