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동맹의 배신" 여론 들끓자..美 USTR도 별도 채널 개설 합의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2022. 9. 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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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통상장관 회담
韓여론 예상밖 반발에 美 화들짝
USTR 대표와 전기차 차별 논의
'동맹 공급망 모순' 부각하겠지만
중간선거 맞물려 법 개정 쉽잖아
"시행령서 韓 배려할 것" 전망도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현지 시간) 워싱턴DC에서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의 회담을 마친 후 특파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워싱턴 특파원 공동취재단
[서울경제]

미국 시장에서 ‘된서리’를 맞은 한국 전기차 문제의 해법 마련을 위해 한미가 고위급 채널을 가동하기로 하면서 실질적 대안이 이른 시일 내에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내 여론이 격앙된 상황에서 미국 측과 논의의 물꼬를 튼 한국 정부는 문제가 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개정을 최종 목표로 삼아 다양한 대안들을 제시해나갈 방침이다. 미국도 한국 측 우려에 대한 심각성은 충분히 인지한 모습이나 11월 중간선거 등과 맞물려 의회를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IRA 안에는 한국 측에 유불리한 조항들이 섞여 있어 이번 협상 자체가 굉장히 복잡하다”고 전했다.

韓과 신뢰 깨질라···별도 채널 합의한 美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7일(현지시간)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을 만나 한미 간 별도의 협의 채널 구성에 합의한 것은 이번 사안을 보다 진정성 있게 들여다보겠다는 미국 측의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한미 동맹의 배신’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들끓는 한국 여론에 미국 측의 부담감도 이미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사안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통상 마찰로 비화할 경우 실질적 효력을 떠나 중국에 맞선 미국의 동맹이 분열되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 전날 안 본부장과 만난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도 “이 문제가 비단 현대차에 국한된 사안이 아니고 양국 경제통상 관계의 신뢰에 관련된 문제라는 심각성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안 본부장도 이날 기자들과 만나 타이 대표가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차별이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정했느냐는 질문에 “협의체 구성에 합의하고 해결을 노력하겠다는 문제의식을 보면 (미 측도) 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은데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다”고 답했다.

안덕근(오른쪽) 통상교섭본부장이 7일(현지 시간) 미 워싱턴DC USTR 회의실에서 캐서린 타이 USTR 대표와의 회담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산업통상자원부

태양광·배터리 등으로 美 압박 “다양한 대안 제시”

미 의회를 통과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IRA는 전기차 보조금(신차 기준 최대 7500달러) 지원 조건을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차량으로만 제한했다. 유럽과 일본에서 생산된 전기차들도 혜택을 못 받기는 마찬가지지만 현재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기아 점유율이 9%까지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것은 결국 한국 전기차라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법안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내국인 대우 등을 정면으로 위배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국 측은 향후 협상을 통해 이번 사안이 한미 간 ‘신뢰’의 문제이며 미국이 추진하는 △동맹 간 공급망 구축 △첨단 산업 협력 △온실가스 감축 등에도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할 예정이다. 미국 청정에너지 정책의 주요 공급망에 한국 배터리·태양광 업체 등이 포진해 있다는 점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전날 안 본부장과 디스 위원장의 만남에서도 한미 경제 협력이 자칫 위태로울 수 있다는 한국 측의 강력한 항의가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 본부장은 앞으로 한국 측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우리 정부도 여러 법적 검토를 통해 제안할 수 있는 내용을 많이 갖고 있다”며 “이런 부분들은 향후에 제시하고 반영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법 개정은 美 의회 몫···꼬일 때로 꼬인 정치 일정

다만 한국의 최종 목표인 법 개정은 주도권이 미국 의회에 있기 때문에 통상 당국 간 협상만으로 접근하기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간선거를 앞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이미 IRA를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며 선거전에 돌입한 상황이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이 연일 ‘메이드 인 아메리카’를 강조하는 상황에서 한국 전기차의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북미산’에 국한한 보조금 조건을 철폐하거나 유예하는 것은 정치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워싱턴 정가에서는 선거가 마무리된 후에도 법안 수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현재 예상대로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할 경우 상원과 하원의 주도권이 분리돼 법 개정이 더욱 복잡한 상황에 직면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가 이 법안의 시행령을 만드는 과정에서 최대한 한국 측 입장을 배려하는 선에서 문제를 마무리 지으려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앞서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 사안과 관련해 “우리가 향후 몇 달간 (IRA 시행을 위한) 국내 규칙을 제정하면서 더 세부적인 내용을 내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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