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하게 등장했지만..153일 만에 원내대표직 던진 권성동
극단적 여소야대 속 특위 통해 尹 지원..후반기 원구성 등 긍정 평가도
(서울=뉴스1) 박기범 기자 =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8일 원내대표 사퇴를 선언했다. 지난 4월8일 원내대표에 선출된 지 153일 만이다.
앞서 당 혼란에 대한 책임론이 불거지며 사퇴압박을 받아온 권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원회 출범 이후 거취표명을 약속했고, 이날 정진석 비대위원장이 선출되자 사퇴를 선언했다.
권 원내대표는 8일 오후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여당 원내대표 사퇴 의사를 밝힌다"며 "당은 신임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사퇴의 뜻을 굳힌 지 오래됐다"며 "이제서야 뜻을 밝힐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당헌·당규 개정과 새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위해 원내대표로서 해야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밝혔다.
권 원내대표의 지난 153일은 고비의 연속이었다. 등장은 화려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동갑(1960년생)인 권 원내대표는 26년간 검사의 길을 걸었던 윤 대통령의 당선을 도운 대표적인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으로, 어린 시절 외가(강릉)에서 방학을 보낼 당시 권 원내대표와 어울려 지낸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때는 윤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 이후 윤핵관의 힘으로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했다. 불과 1년 전 원내대표 경선에서 1차 경선에서 탈락한 아픔을 '윤심'(尹心)을 통해 극복했다. 당내에서는 여소야대 정국에서 출범 초기인 윤석열 정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고 원활한 국정운영을 위해 정부와 여당 간 가교 역할을 할 적임자라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임기 초반부터 위기가 이어졌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중재안을 수용하면서 당내 반발에 부딪쳤다. 이후 합의를 철회하며 수습에 나섰지만, 리더십에 생채기가 났다.
6·1 지방선거를 통해서는 리더십을 다소 회복했다. 전국에서 유세를 하며 윤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 예산 폭탄을 내세워 민심을 공략하면서 지방선거 압승의 토대를 닦았다. 이준석 전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이후 당 대표 직무대행을 겸임하며 '원톱'으로 당을 이끌기도 했다.
하지만 권성동 원톱체제는 결과적으로 본인은 물론 당에 악재로 작용했다. 권 원내대표는 직무대행 시절 자신의 지인과 관련한 대통령실 9급 공무원 사적채용 논란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7급에 넣어줄 줄 알았는데 9급에 넣었더라", "최저임금보다 조금 더 받는다", "장제원 의원에게 압력을 가했다" 등의 발언으로 비판받았다.
대통령실의 사적채용 논란이 연일 커지는 상황에서 권 원내대표의 해명은 여권 전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나왔다. 브라더 윤핵관 장제원 의원마저 비판할 정도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주고받은 '내부총질' 문자메시지 노출은 치명상으로 작용했다. 이는 이 전 대표의 반발을 일으키며 수면 아래에 있던 당내 분란을 촉발시켰다. 사적채용과 문자노출 논란으로 권 원내대표는 두 차례 고개를 숙였지만, 이준석 전 대표 징계로 인해 당 내홍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문자 노출로 당내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은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위기 수습에 나섰지만, 권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비대위원으로 합류하면서 오히려 논란은 커졌다. 여기에 법원이 이준석 전 대표가 제기한 '비대위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면서 주호영 비대위원장이 임명 17일 만에 직무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자 권 원내대표를 향한 압박은 더욱 높아졌다.
당은 이후 '권 원내대표 중심으로 새로운 비대위 출범'이란 수습안을 도출했지만, 오히려 당 내에서는 '권성동 책임론'이 불거지며 그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했다.거듭된 압박에 권 원내대표는 새 비대위 출범 이후 자신의 거취를 표명하겠다고 밝혔고, 이날 비대위 출범하자 사퇴를 선언했다.
다만 극단적 여소야대 국면에서 윤석열 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나름의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회 후반기 원구성 협상이 난항을 겪자 당내 반도체특위, 물가특위 등을 통해 윤석열 정부 국정과제를 뒷받침했고,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등 주요 상임위를 받아낸 것은 나름의 성과로 꼽힌다. 전임 정부의 경제·대북정책을 비판하고 민주노총, 언론과 날을 세우면서 보수정당의 색채를 명확히 했다는 평가도 있다.
권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기자회견에서 "원내대표 취임 이후 민주당과 편향적 언론의 거짓선동에 맞섰고, 문재인 정부 시절 자행됐던 강제북송과 해수부 공무원 사건을 공론화했다. 민주노총 불법 행위에 대한 준엄한 법집행을 요구했고, 이들이 벌이는 반미투쟁의 위험성을 지적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오는 19일 새 원내대표 선출을 위한 의원총회까지 원내대표직을 유지할 예정이다. 권 원내대표는 이후 행보에 대해서는 "당과 나라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천천히 생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pkb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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