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비대위' 순항할까..'탕평책' 선언했지만 비윤계는 '싸늘'
'통합형 인선·지역 안배' 인선 기준에도.."돌고 돌아 윤핵관" 비판
(서울=뉴스1) 최동현 박종홍 노선웅 기자 = 국민의힘 새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된 정진석 국회부의장은 8일 인선 기준으로 '통합형 인사'를 제시했다. '친윤 비대위' 지적을 받았던 기존 비대위원을 전원 물갈이하고, 당 혁신위원장인 최재형 의원에 공개 러브콜을 보내는 등 '탕평 인사'로 당내 혼란을 잡겠다는 구상이다.
정 부의장은 이날 오전 국회 출근길에서 기자들을 만나 "추석 기간 고민을 해서 연휴가 끝난 직후에 인선을 발표하려고 한다"며 "당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1차적 임무이기 때문에 지역 안배를 하고, 또 통합이라는 목표에 걸맞은 그런 통합형 인선을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정 부의장은 '1호 비대위원'으로 최재형 의원을 영입하겠다고 깜짝 발표했다. 그는 "혁신위가 운영되고 있는데, 아직 말씀은 드리지 않았지만, 최 의원의 참여를 꼭 부탁드리고 싶다"고 했다. 기존 비대위원을 전원 교체하겠다고 한 보도에 대해서는 "그런 것도 생각해볼 것"이라고 했다.
'친윤 비대위' 비판을 받았던 기존 비대위원을 전면 교체하고, 이준석 전 당대표가 띄웠던 혁신위에 힘을 싣는 탕평책(蕩平策)으로 당의 혼란상을 수습하겠다는 전략이다. 충남에 지역구를 둔 정 부의장은 영·호남 출신을 두루 발탁하는 지역 안배, 청년·여성 몫을 할당하는 세대 안배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대표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성민 의원도 거론된다. 박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워 '윤핵관'으로 분류되지만, 동시에 이준석 전 대표와도 끈끈한 신뢰 관계를 형성한 '가교형 인사'로 평가받는다. 박 의원을 연결고리로 이 전 대표와의 갈등 해소를 도모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월1일 박 의원이 비서실장을 사임한 직후 언론 인터뷰에서 "박 의원은 저한테도 굉장히 깍듯하게 하시는 분이다. 제가 부담을 가질 수 있는 가벼운 언행 같은 게 없었다"며 "그 부분에 대해 무한신뢰가 있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탕평 인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지는 미지수다. 비대위 자체를 곱지 않게 보는 당내 시선이 여전한데다, 오는 14일 법원의 가처분 신청 사건 심리가 예정돼 있어 비대위의 존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1호 영입 제안을 받았던 최재형 의원도 고사의 뜻을 밝히면서 비대위 인선이 첫발부터 난항을 겪는 모양새가 됐다.
최 의원은 이날 뉴스1과의 통화에서 "외부에서 정진석 비대위원장을 도울 역할이 있다면 열심히 돕겠지만, 비대위원을 하는 것은 어렵다"며 고사의 뜻을 밝혔다. 최 의원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비대위 설치를 강행할 경우 당은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비대위 전환을 공개 반대해왔다.
비윤(非윤핵관) 등 당내 소장파 인사가 선뜻 비대위에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다. 비대위 전환을 반대했던 한 의원은 통화에서 "돌고 돌아서 다시 '윤핵관 비대위'가 됐는데, 통합형 비대위라는 말은 선언적 문구에 지나지 않는다"며 "비윤계 인사가 설령 제안을 받는다고 (비대위에) 들어갈 것 같지도 않다"고 했다.
다른 중진 의원도 "비대위가 다시 들어선다 하더라도 법원 판결로 무효가 될 가능성이 높은데 누가 비대위원을 하겠느냐"면서 "그걸 알고도 비대위원을 하겠다는 것은 판단력이 떨어지는 사람 아닌가. 그래서 정 위원장도 비대위원장을 독배라고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비대위 출범을 공개 반대했던 허은아 의원도 부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허 의원은 통화에서 '비대위원 제안이 온다면 고려하겠느냐'는 질문에 "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허 의원은 "비대위 자체가 잘못됐기 때문에 어떤 전망이나 평가 자체도 할 수 없다"고 날을 세우기도 했다.
한편 정 부의장은 '윤핵관'이라는 용어에 대해 "친윤이니 윤핵관이니 (하는 것은) 참 고약한 프레임이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노무현 정부 때 핵심이었던 이광재·안희정씨를 두고 '노핵관'이라고 했나, 문재인 정부 핵심이었던 임종석·조국씨에 대해 '문핵관'이라고 했었나"고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사실 우리 당의 모든 국회의원들은 열심히 윤석열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었다. 모든 국민들이, 당원들이 다 윤핵관"이라며 "윤핵관을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이 전 대표는 그러면 반핵관(反윤핵관)인가"라고 반문했다.
정 부의장은 자신이 윤핵관이라는 평가에 대해서도 "저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대통령께 전화도 잘 안 드린다. 대통령 비서실장도 있고, 정무수석도 있는데 가급적 대통령과 1대 1로 소통하고 직거래하듯이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지금 대통령실에 단 한 사람도 인사 추천한 사람이 없다"고 강조했다.
dongchoi8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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