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승무원만 70명 해고한 중국동방항공..법원 "차별적 해고로 무효"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집단해고된 중국동방항공의 한국인 승무원 70명이 “해고가 위법하다”며 낸 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1부(재판장 정봉기)는 8일 중국동방항공에서 해고된 한국인 승무원 70명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해고무효 확인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원고들에 대한 해고처분은 무효”라며 “항공사는 승무원들에게 미지급 임금 총 35억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중국동방항공에서 해고된 한국인 승무원들은 2018년 3월 14기 계약직으로 입사해 2년 동안 일했다. 동방항공은 2020년 3월11일 14기 승무원 70여명 전원에게 계약 기간이 만료됐다며 정규직 계약 갱신이 불가하다고 통보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선 운항 수요가 줄어드는 등 항공 경기가 악화돼 더 이상 계약 갱신이 어렵다는 이유였다.
승무원들은 사측의 해고가 위법하다며 2020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재판에서 “동방항공이 재직 중 근로계약서를 두 차례 갱신했고, 코로나19로 인한 유급휴직 복귀일을 해고일 이후로 설정했다”며 “해고 직전까지 신규 항공기 교육·훈련 이수를 지시하는 등 정규직 전환기대권이 인정되던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국적의 승무원은 감원하지 않았으며 근무평가 등 최소한의 심사 절차도 없이 일괄 해고한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도 폈다.
동방항공 측은 코로나19로 전 세계적 항공수요가 급감한 데다, 한-중 노선 투입을 위해 원고들을 채용했으나 이 노선의 운항편이 줄어든 상태로 유지됐다고 맞섰다. 계약해지한 이들 승무원 외에 정규직 한국인 승무원이 이미 많다는 점 등 계약갱신 거절에 합리적 사유가 있다는 주장이었다.
재판부는 이날 “중국동방항공이 근로계약 갱신을 거절한 것은 적법하지 않고, 원고들에게 갱신 기대권이 인정된다”며 승무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한국인 승무원에 대해서만 갱신을 거절한 것은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재판부는 “동방항공 측은 갱신을 거절한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지만, 외국인 승무원 중 특정 기수의 한국 승무원 일부에 대해서만 차별적으로 갱신을 거절했다”고 했다.
해고 처분이 무효라는 판결이 나오자 법정 방청석에 앉아있던 승무원들 사이에서는 울음이 터져나왔다. 선고 뒤 대표원고인 오혜성씨는 “소송을 시작한 지 2년6개월이 흐르고 나서야 판결을 받았다. 소송 동안 승무원들은 새 직업을 찾아 헤매야 했고 고통은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며 “중국동방항공은 판결을 엄중히 받아들여 반성하고 즉시 이행해 짓밟힌 승무원의 꿈을 지금이라도 되찾아주길 촉구한다”고 말했다.
원고들을 대리했던 최종연 변호사(공동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코로나19로 중대한 경영위기가 발생했더라도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려면 객관성·공공성·합리성이 보장돼야 한다”며 “기간제 노동자의 계약갱신 기대권에 관한 또 하나의 선례를 세운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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