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첫 대북 회담 제의..북한 호응 가능성은 낮아

김서연 기자 입력 2022. 9. 8.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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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세 장관, 담화로 북에 공개 제의.."이산가족 문제 해결하자"
북한의 대남 '대적 투쟁' 기조로 당장 성사는 어려울 듯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남북당국 간 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문제 논의할 것을 북한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하고 있다. 2022.9.8/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서울=뉴스1) 김서연 기자 = 윤석열 정부는 8일 처음으로 북한에 '당국 간 회담'을 제의했다. 남북한 당국자들이 직접 만나 이산가족 문제 해결 등 인도적 사안을 논의하자는 제안을 담아서다. 다만 북한의 강경한 대남 기조로 인해 회담이 당장 성사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오전 통일부 장관 명의의 담화를 통해 "오늘 정부는 남북 당국 간 회담을 개최해 이산가족 문제를 논의할 것을 북한 당국에 공개적으로 제의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산가족 상봉은 과거와 같은 소수 인원·일회성이 아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남과 북의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빠른 시일 내에 직접 만나서 이산가족 문제를 비롯한 인도적 사안을 허심탄회하게 논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특히 "회담 일자, 장소, 의제와 형식 등도 북한 측의 희망을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북한의 적극적인 호응을 촉구했다. 당국 간 회담을 통해 인도주의 사안 외에 다른 의제로 안건을 확장할 수 있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이날 정부의 대북 제의는 남북 간 인도적 사안은 정치·군사적 정세와 무관하게 추진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것으로 먼저 해석할 수 있다. 윤석열 정부의 '담대한 구상'을 일단 북한이 수용하지 않은 가운데 정권의 성격과 무관한 인도주의적 사안을 다시 접촉 카드로 내세운 것으로 볼 수 있다.

권 장관은 담화 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남북 당국 회담의 안건을 인도주의적 사안 외에 다른 분야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북한을 움직이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당장 회담이 성사되지 않더라도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발신하는 효과도 있다. 북한은 남북 긴장·갈등의 원인이 우리 측의 '적대시 정책'에 있다며 책임을 전가하고 있는데 이에 '응수'하기 위한 차원도 있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권 장관은 북한이 회담 제안을 무시하거나 비난해도 "지속적으로 제안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정부의 확고한 기조를 강조했다.

다만 정부의 이번 제안에 북한이 빠르게 화답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북한은 올 들어 대남 '대적 투쟁'을 점차 구체화하고 있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달 담화를 통해 "남북이 제발 좀 서로 의식하지 말며 살았으면 하는 것이 간절한 소원"이라며 남한이 "앞으로 또 무슨 요란한 구상을 해가지고 문을 두드리겠는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는 절대로 상대해주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역시 지난 7월 정전협정체결일(전승절) 기념행사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직접 비난하면서 "남한이 위험한 시도를 한다면 전멸할 것"이라는 위협적 메시지를 냈다.

이같은 대적 투쟁 기조 속에서 북한이 아무리 인도주의적 사안이라도 '대면 접촉'에 적극 호응해 나설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정부도 북한의 수용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을 것"이라며 "이 문제는 남북 간 신뢰가 상당 수준 구축돼야 가능하기 때문에 정부가 일관성과 진정성을 갖고 종합적이고, 정교한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제언했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 역시 "우리의 기대와 달리 북한은 이산가족 관련 논의에 현재 호응할 이유나 필요가 없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등 인도주의 사업의 특성상 일희일비 없이 일관된 의지를 표명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산가족 문제는 보수·진보 정부 모두에서 남북이 최우선으로 해결할 과제로 삼아 온 내용이다.

남북의 사이가 좋지 않았던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가 가능했던 것은 북한 역시 이 문제를 '정세와 별개'로 추진할 수 있는 사안으로 여겼던 전례가 있음을 시사한다.

때문에 북한은 '적절한 정세'가 조성될 경우 인도주의적 문제를 통해 남북, 대외 접촉면을 만들어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이번 제의에는 국내적으로 이산가족 1세대 노령화로 실질적으로 상봉이 가능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시급성도 반영됐다고 볼 수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이산가족찾기 신청자는 총 13만3654명이지만 이 중 생존자는 4만3746명에 불과하다. 평균 연령은 82.4세고 90세 이상이 전체의 약 30% 가량(1만2856명)을 차지한다.

통일부도 작년 실태조사를 통해 연 평균 3000~4000명의 이산가족이 헤어진 가족을 만나지 못한 채 사망하고 있다면서 남북한의 기대수명 차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대면 상봉은 5년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 2018년 8월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고 있다. 남북관계 경색과 코로나19 상황 등의 여파로 생사확인·서신교환과 같은 최소한의 민간 차원 교류마저 사실상 끊긴 상태다. 지난 문재인 정부도 설날과 추석을 계기로 북측에 이산가족 상봉을 꾸준히 제의했지만 북한의 응답은 없었다.

s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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