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와 시각>원칙 실종된 주택정책

박정민 기자 2022. 9. 8.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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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최근 첫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1기 신도시 재정비계획 누락 논란으로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

하지만 1기 신도시 해프닝에서 보여준 정부의 모습은 과연 시장 안정이 정책의 우선인지, 일부 지역 주민의 과도한 이기주의를 만족시키는 것이 우선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주택정책의 기본 목표는 시장 안정인데,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과 이에 양은 냄비처럼 반응한 정부의 태도는 이 같은 목표, 혹은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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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민 경제부 차장

윤석열 정부가 최근 첫 주택공급 대책을 내놨지만 1기 신도시 재정비계획 누락 논란으로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 향후 5년간 총 270만 호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야심 찬 대책은 1기 신도시 재정비의 구체적인 액션 플랜이 빠지며 ‘공약 파기’ 비난에 직면했다. 이에 지지율 하락을 걱정한 대통령실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내세워 “공약 파기가 아니다”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도시기본계획) 수립에 당장 나서겠다”고 해명하게 만들었다.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이 이번엔 시세 15억 원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전면 금지 해제 논란으로 이어지는 형국이다. 복수의 정부 관계자는 추석 연휴 이후 해제할 것처럼 언급하더니 논란이 일자 없던 일처럼 번복했다. 해프닝이 수그러들면 다른 해프닝으로 이어지는 모습인데, 그 시작점은 모두 정부 내부다.

정부의 행보를 보며 ‘부동산 시장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내 집 마련의 꿈을 잃어버린 청년·서민들은 윤 정부의 시장 안정 목표에 거는 기대가 크다. 하지만 1기 신도시 해프닝에서 보여준 정부의 모습은 과연 시장 안정이 정책의 우선인지, 일부 지역 주민의 과도한 이기주의를 만족시키는 것이 우선인지 헷갈리게 만든다. 물론 1기 신도시 재정비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은 탓에 시장의 실망감은 컸다. 최근 시세 조사(부동산R114)에 따르면 1기 신도시의 아파트값은 지난달 12일 기준 보합(0.00%)에서 대책 발표 이후인 19일 기준 -0.02%를 기록했다. 정책이 시세에 영향을 미쳤다. 집값 하락을 좋아할 집주인은 없다는 점에서 반발하는 주민 입장도 이해는 된다.

문제는 정부가 무엇이 우선인지 잊은 듯하다는 점이다. 주택정책의 기본 목표는 시장 안정인데, 1기 신도시 주민들의 반발과 이에 양은 냄비처럼 반응한 정부의 태도는 이 같은 목표, 혹은 원칙과는 거리가 있다. 특히, 이전 정부 실패로 뛰어오른 1기 신도시의 집값이 떨어진다고 수립하는 데만 1년 6개월 이상 걸리는 마스터플랜을 빨리 마련하겠다고 장관을 앞세워 ‘약속’을 시키는 대통령실의 행태는 이해하기 어렵다. 집값은 안정돼야 하지만 내 집값은 떨어지면 안 된다는 님비 현상에 정부가 부화뇌동한 셈이다. 15억 원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지 해제도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침체를 막고, 과도한 규제로 인해 내 집 마련 기회를 박탈당한 무주택자를 위해 정부가 먼저 꺼낸 이슈다. 반발이 일자 없었던 일인 양 덮어버리는 행태는 정책에 대한 신뢰만 떨어뜨린다.

정책의 수립과 실천은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 지금까지 논란은 정책 목표라는 원칙의 실종에서 비롯됐다. 아직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전임 정부의 정책 실패 후유증을 잘 수습하는 건 현 정부의 책임이다. 시장 하락기에 내 집값을 붙들겠다며 아우성칠 전국의 유주택자들의 목소리에 대통령실과 국토부는 1기 신도시 사례처럼 반응할 것인가. 누구의 요구는 들어주고, 누구는 들어주지 않으면 정부 정책은 신뢰를 잃고 만다. 정부는 원칙에 기반한 정책 목표를 뚝심 있게 추진하되 국민에겐 정책에 대해 합리적으로 설명할 줄 아는 인내심부터 먼저 길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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