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도 할 수 있는 차례상 차리기와 상차림에 대한 오해와 진실

이경호 2022. 9. 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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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는 5일 ‘차례간소화’방안을 발표하고 표준 차례상을 제시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추석명절이 다가왔습니다. 가장 즐거워야 할 명절이 어느때 부턴가 부담스러운 연휴가 됐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차례상 차리기겠죠. 고물가시대에서 만찬치 않은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사과며 배는 왜 이렇게 비싼지 백화점이나 마트, 심지어 재래시장을 가도 제수용 과일이라면서 판매하는 최상품들은 6개 들어간 사과 한박스에 3-4만원을 훌쩍 넘습니다. 몇 가지 과일만 준비해도 10만원 훌쩍 넘어갑니다. 큰 마음 잡고 몇 가지 생략해서 알뜰하게 차리려고 해도 돌아가신 조부모, 부모에게 불효인 것 같아서, 그리고 모처럼만에 모이는 친척들 보기에도 그렇고 집안어른들 눈치도 보이고, 간소화하기 만만치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명절을 즐거워야 하기 때문입니다.

마침 추석을 앞두고 지난 5일 성균관 유도회총본부에서 차례상 표준안을 발표했습니다. 위 사진이 표준안대로 차린 예시입니다. 과일 4종류, 삼색나물, 소고기적, 김치, 송편이 전부입니다. 조상을 기억하는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 유교계의 설명입니다. 올해 추석부터라도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더불어 그동안 마치 유교예법처럼 지켜져왔던 추석과 차례상 차리기에 대한 오해가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근거가 없는 지어낸 이야기 입니다. 조상을 기억하고 가족이 화목한 것이 추석명절의 가장 큰 의의입니다.

■ 추석 차례, 언제부터 지냈나요?

- 설, 한식, 단오와 더불어 추석은 예로부터 내려오던 4대 명절입니다. 가배, 가위, 한가위, 중추절이라고도 부릅니다. 추석은 고려 시대 1145년 김부식이 지은 삼국사기에 처음 등장합니다. 오랜된 명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추석에 제사상을 차리듯 차례상 차리기를 시작한 것을 오래되지 않았습니다. 조선 후기부터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돈을 주고 양반 신분을 산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서로가 마치 오래된 양반 가문인것처럼 추석에도 제사상 차리듯 차례상을 차려 과시를 하면서부터라고 합니다. 오히려 명문가에서는 설과 차례상은 아주 간단하게 차리고 고인이 돌아간 날 기재는 제사상을 격식을 갖췄다고 합니다. 안동의 수백 년 된 고택에서는 추석 차례는 성묘로 대신한다고 합니다. 유교가 탄생한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족들이 모여서 월병이라는 전통 과자를 주고 받은 정도로만 지낼 뿐입니다. 성균관 측은 지금 같은 차례상 차리기는 유교 예법에도 맞지 않는다며 예의 근본을 다룬 유학 경전 [예기(禮記)]의 「악기(樂記)」에도 큰 예법은 간략하게 한다고 적혀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퇴계 이황의 종가댁 설날 차례상에는 포와 과일 몇 개, 두부전, 떡국과 술이 전부다.


■ 추석 차례상 차리기는 남녀 모두의 일

- 유교전통에서는 제사상 차리기는 남성들의 몫이었습니다. 여성들이 음식을 준비해주면 상을 준비하고 차리고 치우는 일들은 남성의 역할이었습니다. 오히려 제사상 근처에 여성을 오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일이 여성들의 노동이 됐습니다. 명절 이후 이혼하는 부부가 크게 는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지난 5일에도 부산에서 추석 음식을 준비하는 문제로 다툼을 벌이다가 남편에게 흉기를 휘두른 60대 여성이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습니다. 최영갑 성균관유도회장은 "요즘은 다 여성들이 한다고 인식이 되어 있지만, 조선 시대에는 남성과 여성이 차례나 제례준비를 함께했다."며 차례상 간소화와 함께 함께 차리기를 강조했습니다.

최영갑 성균관유도회 총본부 회장은 명절은 가족이 즐거운 것이 가장 우선이라며 가족이 상의해서 하는 것이 가장 요하다고 강조했다. - 8월 29일 성균관 명륜당 앞에서 최영갑 회장과 인터뷰하는 기자


■ 홍동백서, 조율시이, 좌포우혜, 어동육서, 두동서미 모두 근거없어.

- 모두 근거 없는 예법입니다. 1,200년 전 중국 송나라의 주자가 만든 의례서인 주자가례에도 나와 있지 않습니다. 성균관유도회도 이런 예법이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정확히 "모르겠다"고 합니다. 오히려 속담에는 "남의 제사상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각자 알아서 하면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고 어지럽게 차례상을 차릴 수도 없는 것 아니냐고 고민하실 수도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그냥 식사할 때처럼 하면 됩니다. 고인 기준으로 밥과 국, 송편 등은 가장 맨 앞에, 수저와 술은 오른쪽에 놓으면 됩니다. 그 다음 고기, 나물, 김치 등을 놓고 과일은 가장 멀리(후손들과 가장 가까운) 두면 됩니다. 밥 먹은 다음에 과일 먹는 것처럼 말입니다.

■ '팥, 마늘, 고춧가루 들어간 음식 올리지 마라!' 근거 없어…….

- 팥, 마늘 빨간 고춧가루나 복숭아는 귀신을 쫓는 데 사용하는 것들이니 차례상에는 올리지 말라는 말도 있습니다. 근거 없습니다. 한국 사람은 마늘 먹고 인간이 된 곰의 후손입니다. 마늘을 귀신 쫓는 도구로 사용하는 것은 서양사람들입니다. 서양 미신을 한국 유교 예법과 맞출 이유는 없습니다. 고추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 조선에 들어왔습니다. 조선 초기에는 당연히 없던 식재료입니다. 없어서 상에 오르기는커녕 먹지도 않았던 식재료가 유교 예법을 들어 귀신이 싫어하는 식재료로 둔갑한 것입니다. 고인이 좋아하던 빨간 김치, 그대로 올려도 된다고 합니다. 돌아가신 다음에는 싫어하실 거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귀신이 빨간색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믿으신다면, 대추도 빨갛고 감도 빨간색입니다. 그런데 제사상에 필수품처럼 올라갑니다.

'치'로 끝나는 꽁치 갈치, 삼치, 멸치나 비늘 없는 장어 안된다는 것도 근거 없어.

- '치'가 들어가는 생선과 비늘 없는 생선은 선조들이 천한 음식으로 여겼기 때문에 제사상에는 올리지 말아야 된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역시 모두 근거 없습니다. 조선 시대 내륙에서도 구할 수 있었던 염장 조기(굴비)가 제사상에 올라가다 보니 지금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같은 비늘 없는 생선이지만 전라남도에서는 상어가, 경상도에서는 문어, 고래가, 강원도에서도 문어가 제사상에 올라갑니다. 그 시대 그 지역에서 가장 귀하게 여긴 식재료를 제사상에 올라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합니다. 그리고 '치' 자 들어가는 생선은 결코 천한 생선이 아닙니다. 참치, 갈치는 고급 어종입니다.

■ 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하는 차례상 차림 비용, 시대 뒤떨어지고 기준도 미약.

-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매년 설과 추석 전에 차례상 차림 비용을 발표합니다. 올해는 전통 차례상 기준 31만 8,045원이라고 합니다. 지난해보다 6.8% 올랐습니다. 차례상 한번 차리는데 30만 원이 넘는다면 여간 부담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가족 수 감소로 인해 2018년부터는 간소화 차례상 비용도 발표하는데 이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트 구입 기준 18개 품목에 14만 1,288원입니다. 그런데 몇 인 기준 차례상인지 궁금해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물었더니 돌아온 답은 '몇인 기준이라는 것은 없다.' 였습니다. 그럼 차례상에 올라가는 음식은 누가 정했느냐고 물었더니 전통 차례상은 석전보존회에, 간소화 차례상은 한국전통음식연구소라는 민간기관에서 정해줬다고 합니다. 석전보존회는 석전(釋奠) 이라는 공자를 모시던 문묘에서 행하던 제례의식을 지키고 보존하는 곳입니다. 공자님 제사상 차리는 기준으로 가정집 차례상을 차릴 수는 없습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도 유교 관련 기관이 아닙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는 차례상 차림 비용 발표를 40년 넘게 이어오고 있습니다. 추석물가를 알려준다고 목적이라고 하는데 굳이 알려주지 않아도 마트 가고 시장가면 매년 오른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굳이 차례상에 올라가야 품목을 정해서 올해는 얼마라고 발표하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 MZ세대도 어렵지 않은 초간단 차례상 차리기.

- 차례상 차리기는 평소 가정에서 먹는 밥상에서 과일 몇 개 더 얹으면 간단하게 차릴 수 있습니다. 평소 먹는 찌개나 탕 대신 맑은국으로 대신하고, 그릇이나 접시도 집에서 가장 좋은 것을 사용하는 정성이면 됩니다. 번거로운 전이나 나물은 직접 하기 힘들다면 조리된 식품을 사는 것도 괜찮아 보입니다. 성균관유도회 측은 전 자체를 아예 차례상에 올리지 않아도 문제없다고 합니다. 지방을 쓰기 힘들다면 조상의 사진을 세워놔도 상관없습니다. 예전에는 사진이 없어서 지방을 썼을 뿐입니다. 당연히 사진이 고인을 더 기억하게 합니다. 차례 지내고 성묘까지 하는 것이 힘들다면 차례 대신 성묘만 해도 됩니다. 연휴 기간 이용해서 가족들이 여행을 가도 문제없다고 합니다. 1,200년 전 주자도 제자로부터 그 같은 질문을 받고 "여행을 가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고 합니다. 여행간 곳에서 조상을 생각하며 간단한 차례를 지내거나 가족이 함께 고인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는다면 이것 역시 유교 예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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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호 기자 (kyungho@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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