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진 중학생 아들이 차에 갇힌 어머니 문 열어 탈출시켜"

배윤경 2022. 9. 8. 0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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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1호 태풍 힌남노 영향으로 경북 포항시 남구 소재 아파트 지하 주차장이 물에 잠기는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중학생 아들이 차에 갇힌 어머니를 빼낸 것으로 드러났다. 어머니가 물에서 힘이 빠져 주차장을 빠져나갈 수 없자 "너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부터 내보내려 했지만, 결국 아들인 김군은 지하주차장에서 발견됐다.

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김군의 유가족은 "사랑한다는 말까지 했다고 해요. 아들이…"라며 "엄마는 그냥 듣고, 방법이 없잖아, 너무 힘드니까"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유가족에 따르면 모친 김모씨는 '사랑해요.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고 말하는 아들에게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고, 애석하게도 이것이 이 모자의 마지막 대화였다.

김군의 유가족 중 자신을 매형이라고 밝힌 남성에 따르면 사고 당일인 지난 6일 김군은 자신보다 먼저 지하 주차장에 차를 빼러 간 어머니를 뒤따라 나섰으며, 급격히 불어난 빗물에 차 문을 열지 못하고 차 안에 갇힌 어머니를 발견해 운전석 문을 열어 어머니의 탈출을 도왔다.

그 사이 지하 주차장의 수위는 가슴까지 차올랐고, 체력이 떨어져 밖으로 나가기 어렵다고 판단한 어머니가 "너만이라도 살아야 한다"며 아들을 설득해 밖으로 내보냈다.

아들이 출구 쪽으로 사라진 뒤 홀로 사투를 벌인 김씨는 지하 주차장에 갇힌 지 14시간 만인 7일 오후 9시 41분께 소방 수색 대원에 의해 구조됐다. 구조 당시 저체온증 증세를 보이긴 했지만 의식은 명료한 상태였다.

김군이 3시간여 뒤인 8일 오전 0시 35분께 지하 주차장 뒤편 계단 인근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으며, 김씨는 구조 약 12시간 뒤 중환자실에서 일반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자신의 곁에 아들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큰 충격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포항시청 공무원은 "김씨가 '내가 왜 여기에 있냐, 내 아들은 어딨느냐'라며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안타까워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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