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겪은 피카소… 산만한 듯 신선한 독특한 화풍 탄생시켜
20세기 입체주의 미술의 거장 파블로 피카소(1881~1973년). 91세를 살며 낙서 같은 소품부터 미술관 벽면을 다 채우는 대작까지 5만여 작품을 남겼다.
1937년 그린 <털 외투와 모자를 쓴 여인>을 보면, 얼굴 앞면과 옆면이 같이 있다. 모자와 외투도 엇갈리는 여러 각도의 선으로 그려졌다. 산만하고 왜곡된 듯하지만 절묘하게 신선하다.
정신과 의사들은 피카소가 요즘 진단 기준으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였다고 입을 모은다. 피카소는 어린 학창 시절 가만히 자리에 앉아 있지 않고 창가로 가서 창문을 두드리는 행동을 했다고 한다. 수업 시간에는 시계만 쳐다보거나 낙서를 했다. 말을 배우기보다 먼저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 미술 교사였던 아버지는 피카소가 산만한 아이였지만, 천재성을 보고 화가로 이끌었다.
ADHD는 규범화된 생활을 시작하는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증상이 두드러지고 인지된다. 절반은 성인기까지 증상이 지속된다. 김인향 한양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교수는 “성인 ADHD는 새로이 나타난 주의력 문제가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가지고 있었던 문제들을 어른이 되어 자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그들은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할 때 실수가 잦고, 시간 약속 지키는 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ADHD 기질을 가진 사람들은 창의적이거나 다양한 사고를 한다. 이에 예술가에서 ADHD 비율이 높다는 말도 있다. 그들은 새로운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데, 피카소는 이를 잘 극복했다는 평을 받는다.
피카소는 노년에 “젊었을 때는 그릴 시간은 많은데 그림을 몰랐고, 이제 그림을 아니까 그릴 시간이 없다”고 했다. 그런 걸 뒤늦게 아는 게 인간 삶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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