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프리즈 서울이 남긴 것

이한나 2022. 9. 8.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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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흘간 7만명 이상. 프리즈 서울의 방문객 숫자는 다소 의아했다.

코엑스 전시장이 인파로 터질 것만 같았는데 방문객 수는 지난 5월 부산에서 열렸던, 그보다 한산했던 아트페어보다 적었기 때문이다.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를 개최한 한국화랑협회도 보조를 맞춘 듯 7만명 이상으로 발표했다.

일단 휴대전화 번호에 기반한 모바일 입장권 방식으로 허수를 없앴고, 출입구를 오갈 때마다 스캔해 철저하게 중복 집계를 막았다. 기존 한국 아트페어식 집계 방식으로는 한 사람의 누적 방문이 반영돼 닷새간 23만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숫자로 세계 3대 페어인 프리즈 첫 회는 우리에게 숙제를 던졌다. 미술시장의 투명성과 신뢰 회복. 국내 미술시장은 소수 여유 있는 집단의 시장에 안주하다가 최근 젊은 수집가들의 등장으로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재테크 열풍 속에서 부동산과 주식, 코인에 이은 유망자산으로 미술품이 급부상하며 빠르게 시장이 달궈졌다.

신규 진입자들에게 화랑과 아트페어가 맡은 미술품거래 1차 시장은 불투명하다 보니 온라인으로 정보가 통하는 2차 시장 경매가 비대해졌다. 명확한 작품 이력 정보와 가격공개 등이 신뢰 요인이었다. 신진 작가라도 경매가가 치솟자 아트페어에서 달려가 구매하는 '오픈 런'도 야기했다.

프리즈 덕에 세계적인 화랑들의 깐깐한 거래 관행이 화제가 됐다. 이들은 한국 데뷔전에 수준 높은 걸작을 들고 왔다. 빨리 파는 데 연연하지 않고 좀 더 많은 잠재 구매자 정보를 넓혀가며 더 나은 구매자를 기다렸다. 구매자가 미술관인지 재단인지, 혹은 기존에 어떤 작품을 샀는지 알아보고 판단했다. 유망한 작가가 제대로 성장하려면 좋은 수집가와 만나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거물 화랑들이 자부심이 강한 이유다. 일반적인 공산품 구매자와 판매자 간 관계와는 다르다.

체급 강한 아트페어와 비교당한 우리나라 미술계의 충격이 전화위복이 되길 바란다. 과거 영화와 대중음악도 시장이 개방될 때 더 강해졌다. 미술품 거래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기회도 되길 바란다.

[문화스포츠부 = 이한나 기자 azur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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