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춤한 경기 속 이례적 고용 호조세.."올해 말 사라진다"

이창준 기자 2022. 9. 7. 21:5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들어 취업자 수 줄곧 증가세
경제 규모 그대로 '성장 없는 고용'
코로나 기저효과 등 변수 개입 결과

고물가 흐름에 수출 부진까지 겹치면서 국내 경기가 꺾일 조짐을 보이는데도 고용 상황은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충격으로 경기와의 연계성이 약해진 ‘성장 없는 고용’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7일 ‘9월 경제동향’ 보고서에서 “노동시장은 제조업의 높은 고용 증가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대면서비스업의 회복세도 강화되며 호조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7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82만6000명 증가하며 전월(84만1000명)에 이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갔다. 취업자 수가 지난 1월 22년 만에 최대 폭인 113만5000명(전년 동월 대비) 증가를 기록한 이후 매월 80만~100만명가량 꾸준히 늘어나는 등 유례없는 고용 ‘호황’이 유지되고 있다.

이 같은 고용 호조세의 가장 큰 특징은 경기 상황과 무관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고용 상황은 산업활동이나 물가 동향 등 주요 거시경제 지표와 영향을 주고받기 마련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위축된 고용에 따른 기저효과와 비대면으로의 경제구조 전환 등 특이 변수가 개입하면서,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고물가와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일자리가 이례적으로 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발표한 ‘최근 취업자 수 증가에 대한 평가’ 보고서에서 최근 고용 호조세는 노동 수급이 모두 늘어난 가운데 청년층과 고령층을 중심으로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지는 등 공급 요인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결과라고 분석했다. 수요 측 요인 중에서도 경제성장으로 인한 일자리 창출보다는 방역조치 완화로 숙박·음식업(55.8%), 예술·스포츠·여가업(35.2%) 등 대면서비스업에서 구인 인원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고 봤다.

특히 청년층의 경우 여성을 중심으로 사무직과 보건·복지 전문업, 음식·숙박업(임시직) 취업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한은은 코로나19 유행 기간 동안 비대면 경제가 활성화되면서 사무직이 늘고, 방역 수요도 커져 간호사 등 보건·복지 전문업 취업자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했다. 올해 들어 방역조치가 완화됨에 따라 대면서비스업 수요가 늘어 임시직을 중심으로 음식·숙박업 취업자가 늘어난 것도 이 연령대 취업자 증가에 영향을 미쳤다.

“4분기부터 둔화…내년엔 위축 우려
충격 정도, 아주 심하진 않을 것”

전문가들은 이 같은 성장 없는 고용은 올해 4분기부터 약화되고 내년 상반기엔 고용 위축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방역조치 완화로 인한 대면서비스 호조세는 시간이 갈수록 둔화될 것으로 예측되는데,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 통화정책이 지속되면 일부 산업을 중심으로 고용시장에 직접적인 충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파른 고용 증가세는 일부 둔화되겠지만 비정상적이던 고용 증가 흐름이 균형을 찾아가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김유빈 노동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금리 인상 등 거시경제 상황이 불확실해졌다고 해도 바로 고용에 반영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최근의 80만명대 증가세보다는 줄어들겠지만 상황이 아주 나빠질 것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