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해법 모색' 합의했지만
미 상무장관 "한국 가려던 대만 기업 유치" 가드레일 강조
미국을 방문 중인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6일(현지시간) 한·미 정부가 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른 한국 전기차 차별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같은 날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반도체과학법의 ‘가드레일’(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의 중국 투자 제한) 조항을 거듭 강조하면서, 한국에 투자하려던 대만 기업을 설득해 미국에 공장을 짓게 했다는 사실까지 공개했다.
안 본부장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 “브라이언 디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과의 면담에서 조속히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보자는 데 공감했다”고 말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한국 등 동맹국의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말까지 미 재무부가 만들어 공표할 시행규칙에라도 한국 측 요구가 반영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안 본부장은 “가이드라인 제정 시 최종 조립국·배터리 광물 비율 규정에 관한 법적 해석에 재량을 부여하거나 우리가 생각하는 (제조) 공정이 반영될 여지가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안 본부장은 이날 미국 측에 반도체과학법의 가드레일 조항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고 밝혔다. “한·미가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서 협력할 일이 많은데 반도체 등의 부문에서 (IRA와) 유사한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날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은 백악관에서 반도체과학법에 따른 지원 계획을 설명하며 가드레일 조항을 거듭 강조했다. 러몬도 장관은 가드레일의 첫 번째 목적은 “미국의 국가안보 보호”라며 이 조항을 어기면 지원 자금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에선 한국에 투자하려던 대만 반도체 업체 글로벌웨이퍼스의 최고경영자에게 미국 투자를 직접 설득해 2주 만에 한국 투자 계획을 접고 미국 텍사스에 공장을 짓게 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다.
한편 이달 초 개최 예정이던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칩4’(미국·한국·일본·대만) 예비회의가 이달 중·하순 이후로 연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연기 사유는 참가국 간 일정 조율 문제로 알려졌지만, 일각에선 IRA 사태가 장기화할수록 미국 주도로 진행된 경제협력 구상이 추동력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취임 3주 만에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대중 구상에 전폭적으로 협력한 윤석열 정부가 미국에 ‘뒤통수’를 맞았다는 국내 비판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한국이 ‘속도 조절’에 들어가게 될 것이란 관측도 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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