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이게 태풍 대비입니까" 현장서 터진 분노
밀착카메라는 힌남노가 한반도를 덮친 바로 그 시간 동안 태풍을 바짝 추적했습니다. "지자체의 태풍 대비가 부족하다"던 시민들의 걱정은 그대로 현실이 돼 버렸습니다.
시민 개개인이 맞서기엔 역부족이라 또다시 피해가 되풀이된 현장을 이예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임희태/편의점 점주 : 언제부터 힌남노 올라온다고 그렇게 방송했는데 준비도 하나도 안 되어 있고!]
부산에 태풍이 상륙하기 직전 한 상인은 답답함을 토로합니다.
지자체가 모래주머니를 나눠준다고 해서 찾아갔지만, 빈손으로 왔단 겁니다.
[임희태/편의점 점주 : 수영구청 전화했더니 주민센터에 하라 그러고 주민센터에 전화했더니 없다 그러고. 지금 4시, 5시 넘어서 오라 그러니까 가서 겨우 이거 갖다주고 직접 퍼서 쓰라는 거예요. 열 안 받아요?]
뒤늦게 주머니만 받아온 뒤, 이미 통제된 광안리 해변에 들어가 모래를 담았다고 합니다.
[임희태/편의점 점주 : 저 멀리 사람들은 여기 와서 어떻게 모래를 퍼가요. 트럭에 실어가지고 쭉 다니면서 뿌려만 줬어도 벌써 얼마나 도움 되겠어요.]
지자체는 기존에 준비했던 모래주머니 만으론 부족했다고 해명했습니다.
[부산 수영구청 관계자 : 위험지역에 배치를 하고 구비를 하고. 그런 것들이 매뉴얼이 있지 가가호호 모래마대를 배부하라는 매뉴얼은 없거든요.]
태풍이 상륙하자, 강해진 비바람에 부산 마린시티 도로는 또 침수됐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방파제 너머로 파도가 솟구치는 걸 볼 수 있습니다.
또 아예 방파제를 넘어와 물이 도로로 쏟아지는 모습이 많이 보입니다.
이 방파제로는 큰 태풍을 막을 수 없단 지적이 계속 나왔습니다.
하지만 방파제를 높이면, "해변이 잘 보이지 않아 조망권을 해친다"는 반대 여론에 부딪혔습니다.
[부산시 관계자 : 테트라포드(콘크리트 블록)를 쌓아서 파도를 일차적으로 저지하려고 지금 설계 중입니다.]
그나마 이 시설을 완공할 때 까지 최소 4년의 시간이 걸립니다.
태풍이 할퀴고 간 뒤, 광안리 민락 수변공원 근처입니다.
미리 대비를 했는데도, 근처 상점들은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철거업체 직원 : 우리 억수로 아침에 나와가지고 철거하는데 황당하네. 수리 한다고 했거든. 했는데도…]
부산에서 포항으로 향하자 달리는 도로부터 물바답니다.
모든 집이 하루종일 정전이 된 아파트도 있습니다.
음식도 조리할 수 없기 때문에 어른들은 급한 대로 아이들을 놀이터로 데리고 나와 간단히 음식을 먹이고 있습니다.
[윤소진/경북 포항시 오천읍 : 엄마들하고 부스타(휴대용 가스레인지) 갖고 나와서 밥을 여기서 해서 애들하고 먹어요. {양치도 못 하고.}]
아파트 옆 둑이 무너져 대피를 한 겁니다.
응급 복구가 시작됐지만, 불안감은 남아 있습니다.
[조서우 박하람/경북 포항시 오천읍 (초등학생) : 다리 하나 더 부서질 것 같아요. {국숫집도 무너졌어요. 아니 태풍이 오더니 갑자기…}]
많은 주민들은 대비를 할 만큼 했는데도 피해가 컸다고 했습니다.
개인의 노력에 기댈 수 없는 현장이 드러났으면, 책임 있게 대안을 내놓는 게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입니다.
그리고 그 시작은 무엇이 필요한지 피해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일일 겁니다.
밀착카메라 이예원입니다.
(작가 : 유승민 / VJ : 김대현 / 인턴기자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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