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점 안보이는 물가..한은 "5~6%대 고물가 지속 가능성"

박동환 2022. 9. 7.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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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DB]
한국은행이 원자재 가격 반등 가능성, 수요 측 물가압력 지속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정책대응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근 한은은 수정경제전망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6% 내외 수준을 유지하고 내년 1분기까지 5%대 상승률을 웃돌다가 하반기 들어서 3%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7일 한은은 '고인플레이션 지속가능성 점검' 보고서를 내고 인플레이션을 둘러싼 ▲수요측 요인 ▲공급 충격(원자재 가격 추이 등) ▲중앙은행 정책 대응 ▲기대인플레이션 변화 가능성 등 4가지 요인의 점검 결과를 발표했다.

한은은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가파르게 높아지는 까닭은 국제유가 상승 등 공급 측 요인뿐 아니라 수요 측의 압력도 커지면서 근원품목(주변 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물품 기준 물가, 식료품·에너지 제외)의 물가 기여도가 꾸준히 확대됐기 때문인 것으로 진단했다.

특히 개인서비스물가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세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면서 근원품목 중 물가상승률이 5%를 웃도는 품목도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기조적 물가지표도 꾸준히 상승했다. 한은에 따르면 중위수물가, 경직적물가 등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최근 과거 급등기 수준을 웃돌고 있다.

물가 급등기와의 물가상승률 경로 비교 [자료 출처 = 한국은행]
한은은 수요측 물가압력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1998년 외환위기(7.5%)와 2008년 금융위기(4.5%) 등 과거 물가가 급등했을 때는 이후 경기 충격이 발생하면서 수요측 압력이 떨어졌고, 그 이듬해인 1999년(0.%)과 2010년(2.2%)에는 물가가 다시 떨어진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뚜렷한 수요 위축 요인이 보이지 않는다. 한은은 8월 수정경제전망에서 올해 물가상승률을 5.2%, 내년은 3% 중후반대로 봤다.

한은은 경기침체 우려로 미국이나 유럽지역은 GDP갭이 마이너스로 전환되거나 그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국의 GDP갭은 올해 들어 플러스로 전환한 뒤 내년에도 플러스를 유지할 것으로 봤다.

GDP갭은 잠재GDP와 실질 GDP의 차이로, 경기의 과열 또는 침체 상태를 보여주는 척도다. GDP 갭이 플러스일 경우 경기가 과열되고 인플레이션이 발생했음을 의미하며 마이너스일 때는 실제 GDP가 최대 달성 가능한 수준에 미치지 못해 경기가 침체됨을 의미한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2% 내외(상반기 1.7%, 하반기 2.4%)로 보기 때문에 한국의 잠재성장률(2%)을 웃돌거나 비슷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잠재성장률(1%대 후반) 밑돌거나 그 언저리에 머물고 유럽은 동절기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어 경기 침체 전망이 나오고 있어 수요 측에서 한국과 상황이 다르다는 것이다.

공급 측면에서는 최근 주요 산유국의 원유 감산, 낮은 석유 재고 등이 유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글로벌 수요둔화 ▲이란 핵협상 진전 ▲G7의 러시아산 석유가격 상한제 도입 추진 등은 하락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어 향후 국제유가의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고 봤다.

여기에 러시아가 지난 6월 이후 유럽으로 향하는 천연가스 공급량을 크게 줄인 데 이어 최근 독일, 프랑스 등에 대한 공급을 전면 중단하면서 에너지 수급불안도 상당히 높아졌다. 한은에 따르면 미국의 천연가스수출 추가 확대가 단기간 내 쉽지 않은 가운데 겨울철까지 천연가스공급이 원활하지 못할 경우 원유에 대한 대체수요 확대로 국제유가도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한은은 또 향후 경기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물가와 성장의 상충관계가 심화될 경우 정책대응(금리인상)의 어려움이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상황에서 미흡한 물가 대응으로 고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경우 향후 더 큰 폭의 금리인상이 불가피해지고 이로 인해 더 큰 경제적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대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단기 기대인플레이션이 4%대의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 만큼,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의 안정을 위한 정책대응도 지속될 필요가 있다고 봤다.

송병호 한은 물가연구팀 차장은 "국내 장기 기대인플레이션은 물가 목표인 2% 부근에서 안정적으로 유지돼 선진국 평균 수준으로 평가된다"면서도 "원자재 가격 반등 가능성, 수요측 물가압력 지속 등으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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