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서울 2150년에 한번 올 큰 비..침수방지시설 등 대책 필요

황재성 기자 2022. 9. 7.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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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서울 동작구 일대에 쏟아졌던 집중호우가 1시간 기준으로 489년, 3시간 기준으로는 무려 2151년 빈도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또 이번 호우로 인한 피해가 과거 침수피해를 겪었던 지역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이를 막기 위한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해당지역 지하에 대규모 빗물터널과 같은 저류배수시설을 설치하고 굴포천과 같은 인공하천을 건설하자는 것이다. 또 아파트 지하주차장 등에 침수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도심공원에 방재기능을 추가한 ‘방재공원’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국토교통부의 싱크탱크인 국토연구원은 6일(어제) 이런 내용을 담은 보고서 ‘기후위기시대 도시침수 예방대책 : 2002년 수도권 집중호우의 교훈’을 발표했다.

8월 서울에는 2150년 빈도의 비가 쏟아졌다

7일 보고서에 따르면 기상청이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기상청 지점에서 지난달 8일 오후 6~12시까지 쏟아진 집중호우를 관측한 결과, 1시간은 141.5㎜, 3시간은 259.0㎜, 24시간은 381.5㎜로 각각 집계됐다.

이를 시간당 빈도로 환산하면 1시간은 489년, 3시간은 무려 2151년, 24시간은 109년에 해당했다. 즉 3시간 당 빈도의 경우 확률적으로 2150년에 한 번꼴로 내릴 수 있는 비를 경험한 셈이라는 뜻이다.

이같은 비로 8월 17일 기준으로 8명의 인명이 목숨을 잃고, 지하철 역사가 침수·붕괴하고, 도로 침수 등으로 인해 차량 1만여 대가 침수하면서 13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인해 방재성능을 넘어서는 국지성 극한기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이로 인한 피해가 재해 취약지역에 반복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피해도 ▲시간당 100㎜ 이상 강우발생지역 ▲과거 침수피해지역 ▲노후단독 및 반 지하주택 밀집지역 ▲주요 하천변 저지대 등에 집중됐다.

지하에 빗물터널과 홍수 대비용 인공하천 필요

보고서는 집중호우에 따른 침수피해를 막기 위해 종합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수자원 관리와 도시방재 기능 강화를 위한 도시계획, 두 가지 방향으로 대책을 제시했다.

우선 수자원 관리 측면에서 강남역 등 상습침수지역에 대규모 빗물터널과 같은 저류배수시설을 설치하고, 시간 당 방재성능 목표를 100㎜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또 도시 내 지하공간에 굴포천과 같은 홍수 방재 대비용 인공하천을 설치 운영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지역에 위치한 도시하천 가운데 복개된 곳이라면 철거해야 한다. 복개하천은 복개구간 안에 주차장이나 도로 등을 위한 구조물이 설치돼 있어 집중호우 시 범람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하천 수위를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수문 등을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스마트 홍수관리시스템도 확대해야 한다. 또 집중호우가 발생할 때 위험정보를 신속하게 전파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홍수 예·경보시스템도 개발해야 한다.
지하주차장 등에 침수방지시설 설치 의무화

6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우방신세계타운1차 아파트 지하주차장이 태풍의 영향으로 물에 잠겨 있다. KBS TV 화면 캡처
도시계획 측면에서 단기적으로는 이번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피해지역에 대해 피해주택 개보수 지원과 침수방지 설치 지원 등과 같은 적극적인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반지하 밀집지역을 우선 선정하거나 침수이력주택에 가점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현재 일정 규모 이상의 아파트 등에 대해선 권고사항으로 돼 있는 침수방지시설의 지하층 및 1층 출입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공간 규모에 따른 차수시설의 규격이나 설치 장소 등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만들어야 한다.

도심에 설치돼 있는 공원에 방재시설을 추가해 ‘방재공원’ 기능을 맡게 하고, 방재공원 활성화를 위해 설계지침과 가이드라인도 개발해야 한다. 방재공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평소에는 일반적인 공원으로 이용하지만 강우 시에는 하천의 홍수량을 저류하는 시설로 활용하는 도심공원이 많다. 이런 곳에는 하천수위 모니터링 장치, 비상경보장치, 감시카메라 등이 설치돼 있다. 또 이용객들에게 저류시설의 상세한 정보와 예·경보 상황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풍수해나 산사태, 지반붕괴 등에 대비한 토지이용, 기반시설 및 건축물 운영방안 등을 마련해야 하는 ‘방재지구’ 지정도 활성화시켜야 한다. 2013년 도입된 방재지구는 2021년 말 현재 전국 11곳이 지정됐고, 특히 침수피해에 노출되기 쉬운 시가지방재지구는 전라남도 5곳에 불과할 정도로 활용이 미미하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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