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모 모시던 효자였는데.." 지하주차장 비극 희생자빈소 정적만

이강일 2022. 9. 7.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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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전 포항의료원 장례식장.

전날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숨진 A(53)씨의 빈소는 아들을 잃은 노모(75)와 A씨의 여동생이 지키고 있었다.

삼남매의 맏이인 A씨는 20년 전 쯤부터 침수사고가 난 아파트에서 모친을 모시고 살았다고 했다.

침수 사고가 난 아파트 1층에 사는 A씨는 7일 0시 20분을 전후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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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남매 맏이로 20년 전 쯤부터 침수사고 아파트서 모친과 살았다"
준비 못한 이별, 70대 노모 깊은 한숨..한가닥 희망이 물거품으로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수색팀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 해병대, 해경으로 구성된 합동 수색팀이 추가 실종자가 있는지 수색한 뒤 나오고 있다. 2022.9.7 sds123@yna.co.kr

(포항=연합뉴스) 이강일 황수빈 기자 = "혼자 살면서 엄마 모시는 게 좋다며 결혼도 안 한 오빠였는데…"

7일 오전 포항의료원 장례식장.

전날 발생한 경북 포항시 남구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로 숨진 A(53)씨의 빈소는 아들을 잃은 노모(75)와 A씨의 여동생이 지키고 있었다.

급작스러운 죽음 때문인지 장례식장 조문실에 마련된 제단에는 영정 사진도 없이 향로만 덩그러니 놓였다.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를 빼고 오겠다며 나갔던 맏아들이 싸늘한 주검이 되어 돌아온 사실을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하는 노모는 앉아 있을 힘조차 없는 듯했다.

준비하지 못한 이별을 하게 된 두 사람은 조문실 벽에 기댄 채 한숨과 눈물짓기를 번갈아 했다.

삼남매의 맏이인 A씨는 20년 전 쯤부터 침수사고가 난 아파트에서 모친을 모시고 살았다고 했다.

A씨의 어머니는 "아들은 떠났지만 배수 작업이 조금이라도 빨랐으면 어땠겠냐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고 흐느꼈다.

그는 "침수 30분쯤 전 관리실에 전화해서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를 옮겨야 하느냐고 물었을 때도 '괜찮다'고 하더니 곧이어 차량을 옮기라는 방송이 나왔고, 아들이 주차장으로 갔다"고 말했다.

빈소가 마련된 포항의료원

A씨 여동생도 "차를 빼라는 방송을 못 들었으면 차라리 나았을 것"이라며 "오빠는 계단을 통해 주차장으로 내려갔기 때문에 주차장 차량 출입구 쪽에서 주차장으로 물이 밀려드는 것을 보지 못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침수 사고가 난 아파트 1층에 사는 A씨는 7일 0시 20분을 전후해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구조 작업을 지켜보던 A씨 어머니와 여동생은 다리에 힘이 풀리고 하늘이 무너지는 상황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품어보기도 했지만, 사망 판정을 받았다.

첫 구조자가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두번째 구조자도 생존한 상태에서 주차장을 나오는 것을 보며 가졌던 한가닥 희망이 물거품이 됐다.

A씨의 어머니는 "시신 인양 뒤 팔 등을 중심으로 상흔이 여러 군데 있었다"며 "아들이 마지막 순간까지 포기하지 않고 살려고 애쓰다가 이리저리 부딪힌 것 같다. 가는 마지막이라도 편하게 갔어야 하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A씨 가족은 오는 9일 장례식을 치를 예정이다.

지하주차장에서 나오는 수색팀 (포항=연합뉴스) 손대성 기자 =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인덕동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 해병대, 해경으로 구성된 합동 수색팀이 추가 실종자가 있는지 수색한 뒤 나오고 있다. 2022.9.7 sds123@yna.co.kr

lee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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