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적 속 비극'..엄마는 생존, 중학생 아들은 사망 '모자의 비극'

김보름 기자 입력 2022. 9. 7. 09:12 수정 2022. 9. 7.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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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하주차장 침수 참사' 현장에서 7일 새벽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김모(15) 군의 큰아버지는 전날 "아이고 엄마는 주차장에서 나왔는데, 조카가 안 나온다"며 울부짖으며 말했다.

7일 오후 9시 41분쯤 김 군의 어머니 김모(여·52) 씨가 생존해 들것에 실려 나오자 가족들은 "이모 나왔다! 이모 나왔다!"고 외치며 김 씨를 향해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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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답없는 김 군... : 친구의 문자메시지에 7일 새벽 숨진 김 군은 대답이 없다. 김 군의 친구 최모 군 제공
참사 구조 현장... : 6일 태풍 ‘힌남노’로 침수됐던 경북 포항시 남구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소방대원들이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경북소방본부 제공

‘엄마 껌딱지’ 10대 소년, 엄마 따라 지하주차장 갔다 참변

“제발 살아 돌아와야 할 텐데…” 기원에도 불구, 탈출 실패

김군 친구 “주렁이(김군 별명)와 냉천 가서 수영하며 놀기로 했는데…”

포항=김보름·이예린 기자

“‘엄마 껌딱지’라 엄마 따라 주차장 갔나봐요…우리 조카 어떡하면 좋나요”

‘포항 지하주차장 침수 참사’ 현장에서 7일 새벽 심정지 상태로 발견된 김모(15) 군의 큰아버지는 전날 “아이고 엄마는 주차장에서 나왔는데, 조카가 안 나온다”며 울부짖으며 말했다.

7일 오후 9시 41분쯤 김 군의 어머니 김모(여·52) 씨가 생존해 들것에 실려 나오자 가족들은 “이모 나왔다! 이모 나왔다!”고 외치며 김 씨를 향해 달려갔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김 군이 같이 구조돼 나오지 못한 상황을 이내 인지했다. 가족·친지들은 김 씨가 12시간의 주차장 물속 사투 끝에 살아서 구조된 ‘기적’ 속, 김 군이 사라져버린 ‘비극’을 맞이했다.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이들은 하릴없이 기도를 시작했다. 현장에서는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말과 “제발 살아 돌아와야 할 텐데…”라는 말이 교차했다. 김 군의 사촌이라 밝힌 김모(15) 군은 “나는 서울에서 내려왔다”며 “비극적 상황에 가족 10여 명이 기도하고 또 기도하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춘기 소년 김 군은 친척들 사이 ‘엄마 껌딱지’라 불릴 만큼, 엄마를 유독 따르고 사랑했다고 했다. 가족들의 말을 종합하면, 사고 당일에도 엄마가 오전 6시 30분쯤 관리사무소의 “지하주차장 내 차량을 이동조치하라”는 방송을 듣고 집을 나서자, 김 군도 엄마를 따라 나선 것 같다고 했다. 가족들은 김 군이 폭우 속 엄마 혼자 주차장에 가는 게 신경이 쓰여, 엄마를 보호하고자 같이 현관문을 나선 것으로 보는 듯했다. 실제 엄마 김 씨의 건강은 좋은 편이 아니었다. 김 씨의 지인 김태희(여·55) 씨는 사고 현장에서 기자와 만나 “뇌에 꽈리가 생겨 (혈류 전환) 스탠트를 했었고 팔도 아팠지만, 늘 밝고 헌신적이었다”고 말했다.

김 군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기 전 김 군의 친구들이 그의 무사 구조를 바라며 현장으로 달려왔다. 김 군과 유치원 때부터 친구였다는 최승규(15) 군은 “어제(5일) 비가 많이 오길래 냉천에 가서 헤엄치고 놀자고 얘기했었는데, 아침에 연락이 안 되길래 자는 줄 알았다”며 “키도 크고, 인기도 많았다”고 했다. 최 군은 김 군과의 문자메시지를 한참 봤다. 최 군의 문자메시지 창을 보니, 최 군의 ‘XXXX’라는 장난 섞인 메시지에, 김 군의 답은 없었다.

김 군과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던 강미르(11) 군은 “제가 2학년일 때 봤었던 형은 엄청 활발했고 좋은 6학년 형이었다”고 말했다. 활발한 성격의 김 군은 각종 운동을 좋아했다고 했다. 김 군과 같은 교회 집사인 김 씨는 “태권도와 주짓수를 배웠고 밝은 아이”라 전했다.

김 군의 빈소는 7일 오전 포항 북구 포항의료원 2분향실에 차려졌다. 가족들은 김 씨에게 아들의 사망 소식을 아직 전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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