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수 지원금, 반씩 나누라니"..집주인-세입자 '재난지원금' 두고 뿔났다

김진 기자 2022. 9. 7. 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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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복구에 400만원이 필요한데, 55만원만 낸 집주인이랑 재난지원금을 100만원씩 나눠 가지라고 하니 황당해요. 이럴 거면 재난지원금과 별개로 집주인한테 수리비를 따로 지원하는 게 낫지 않나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는데 재정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행안부 관계자는 "(단서조항은) 2010년 실거주자(세입자)에게만 침수 피해 지원금을 지급하자 이를 수리비로 쓰지 않고 이사를 해버리는 사례가 있어 절반씩 집주인과 나누도록 규정을 추가한 부분"이라며 "갈등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지자체가 현장에서 다툼이 없도록 안내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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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수리비 반영 안돼..임대세대 많을수록 집주인 수령금↑
정부 "갈등 인지하고 있지만 규정 개정엔 신중"
집중호우가 쓸고간 서울 동작구에서 침수 피해 잔해를 치우고 있는 상인의 모습. 기사 내용과는 무관 2022.8.9/뉴스1 ⓒ News1 조태형 기자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침수 복구에 400만원이 필요한데, 55만원만 낸 집주인이랑 재난지원금을 100만원씩 나눠 가지라고 하니 황당해요. 이럴 거면 재난지원금과 별개로 집주인한테 수리비를 따로 지원하는 게 낫지 않나요. 아르바이트로 생활비를 벌고 있는데 재정적으로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달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피해를 입은 가구에 지급되는 일반주택 재난지원금이 집주인(임대인)과 세입자(임차인) 간 갈등의 도화선이 되고 있다. 집주인이 수리를 할 경우 실제 부담금과 관계없이 재난지원금의 절반을 세입자와 나누도록 한 정부 지침 때문이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 동작구 사당1동의 연립·다세대 주택의 반지하층 거주자인 20대 남성 A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A씨는 서울에 500㎜ 가까이 폭우가 쏟아진 지난달 9일 화장실에서 시작된 하수도 역류로 침수 피해를 입었다. 당시 벽지와 옷장, 침대 등 가구와 컴퓨터 등 개인소지품이 모두 물에 잠겼다.

A씨는 주민센터에 침수피해를 신고하면서 피해액을 약 400만원으로 추산했다. 도배나 가구 교체 등 재입주에 필요한 비용으로 청소·세탁비용 등 시급하지 않은 피해복구액은 포함되지 않은 금액이다.

그러나 A씨가 실제 수령한 재난지원금은 200만원의 절반인 100만원에 그쳤다. 집주인이 도배를 포함해 55만원 상당의 수리를 지원했다는 이유에서다. 구청은 A씨의 항의에 "위에서 내려온 지침이 있어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했다.

구청의 답변은 행정안전부가 재난지원금 신청에 앞서 지자체에 배포한 지침에 관한 것이다. 행안부는 '자연재난 구호 및 복구 비용 부담기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라 주택 침수 피해 발생 시 실거주 세대당 2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데, '실거주자 미수리 시 소유자와 절반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내용의 단서조항이 달려있다.

문제는 집주인이 실제 부담한 수리비용이 반영되지 않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집주인이 10만원 상당의 수리비만 부담해도 절반인 100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세입자를 여러 명 둔 경우에는 수령액도 비례해 커지게 된다. A씨 역시 "같은 반지하층에 있는 6세대가 모두 침수 피해를 입었는데 같은 집주인이 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전세금을 집주인에게 맡겨놓은 세입자로선 불만이 있어도 대응이 쉽지 않다.

이번 폭우의 침수 피해가 서울 내 지하·반지하 세대에 집중된 만큼, A씨와 같이 재난지원금을 놓고 집주인과 갈등을 겪는 사례는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지침은 재난지원금 신청 당시에도 논란이 됐는데,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으면서 지급 이후 실제 갈등 사례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 모두 책임을 피하고 있어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행안부 관계자는 "(단서조항은) 2010년 실거주자(세입자)에게만 침수 피해 지원금을 지급하자 이를 수리비로 쓰지 않고 이사를 해버리는 사례가 있어 절반씩 집주인과 나누도록 규정을 추가한 부분"이라며 "갈등 사례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지자체가 현장에서 다툼이 없도록 안내를 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집주인의 수리비를 별도 지원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특정 세대에 더 많은 지원금이 갈 수 있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규정을 손보는 것은 신중히 검토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soho090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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