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경의행복줍기] 혼자 사는 그대 당당해도 된다

2022. 9. 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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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가까워질수록 고향집에서 만날 가족과 친척을 떠올리며 타향살이의 고단함을 덜어낸다.

요즘은 혼자 사는 청년들이 명절 때마다 일가친척에 둘러싸여 '왜 아직 결혼을 안 하느냐?' '여태 사귀는 사람 하나 없냐?' 등등 추궁당하는 일은 줄어들고 있다.

음식점에 들어가 혼자라는 걸 밝히고 자리를 안내받았는데 뜻 밖에 내 맞은편 자리에 제법 큰 양배추 인형이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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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가까워질수록 고향집에서 만날 가족과 친척을 떠올리며 타향살이의 고단함을 덜어낸다. 요즘은 혼자 사는 청년들이 명절 때마다 일가친척에 둘러싸여 ‘왜 아직 결혼을 안 하느냐?’ ‘여태 사귀는 사람 하나 없냐?’ 등등 추궁당하는 일은 줄어들고 있다. 사회 분위기에 따라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하는 유연성이 생겼다.

어느 날 바쁜 일정 때문에 혼자 저녁식사를 하게 되었다. 음식점에 들어가 혼자라는 걸 밝히고 자리를 안내받았는데 뜻 밖에 내 맞은편 자리에 제법 큰 양배추 인형이 앉아 있었다. 혼자 식사하는 사람을 위해 인형을 앉혀 놓는 모양이다. 처음 들어왔을 때 어린아이만큼 큰 양배추 인형이 세 개나 있는 걸 보고 아이 손님을 위한 서비스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름도 있었다. 슈가, 캔디, 초코. 이름만으로 위로가 될 만큼 모두 달달함이 가득하다. 어쩌면 주인은 혼자 저녁식사를 해야 하는 사람의 쑥스러움과 외로움을 토닥거려주고 싶어 세상 가장 달콤한 이름의 파트너를 앉혀 놓은 건지 모른다.

그 근처에는 오후 2시 이후 혼술 세트를 파는 생선초밥집이 있다. 싱싱한 생선회 한 접시와 메밀국수, 디저트로는 파인애플 한 조각 들어 있는 매실차가 멋진 와인잔에 담겨 나온다. 술은 취향대로 따로 주문하면 된다. 세트 가격은 9900원이다. 너무 저렴해 주문하기가 미안할 정도다. 다만 꼭 혼자 와야만 주문할 수 있다. 어쩌면 이곳도 혼자 술을 먹을 수밖에 없는 외로운 또는 괴로운 또는 심심한 누군가를 응원하고 싶어 손익계산으로 따질 수 없는 푸짐한 음식을 내놓는 건지 모른다.

서울 근교 한 보리밥집은 웰빙 맛집으로 소문나 늘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한다. 주말이나 휴일에는 훌쩍 한 시간이 넘기도 한다. 주인은 번호순을 정확히 지킨다. 예를 들면 어떤 손님이 혼자 식사를 하러 왔는데 그 차례에 6인용 식탁이 비어 있으면 주인은 망설임 없이 그 손님을 그 식탁으로 안내한다. 오히려 손님이 넓은 자리를 차지하는 게 미안해 더 기다리겠다고 해도 주인은 손님 차례니 당연하다며 앉게 한다. 언젠가 친구들하고 크고 작은 회사가 밀집한 곳에서 점심식사를 한 적이 있다. 혼자 들어온 손님이 있었는데 주인은 안 된다고 거절했다. 대부분 4인용 식탁이고 손님이 밀려드는 점심시간이라 이해되는 부분도 있지만 혼자라서 내 돈 내고 먹는 식사까지 거절당하는 기분은 얼마나 황당하고 쓸쓸할지 돌아서 나가는 그 손님의 축 처진 어깨가 다 말해주고 있었다.

이제는 혼자서도 당당하게 어디서나 식사를 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 대형 슈퍼마켓은 1인용 포장음식을 손쉽게 조리할 수 있도록 판매하고 있고, 혼자 산다고 주위에서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주시하지도 않는다. 다양한 삶의 형태를 인정하는 순간, 우리 모두 편안하고 자유스러워지며 사회가 발전하는 주요 요소가 되기도 한다.

조연경 드라마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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