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반격에..러, 헤르손 병합 주민투표 연기

박효재 기자 2022. 9. 6.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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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 탈환작전에 밀려..'점령지 통치' 정당성 부여 차질

러시아가 안보 상황을 이유로 우크라이나 점령지 병합에 대한 주민투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서방의 무기 지원을 등에 업은 우크라이나가 남부 탈환 작전을 본격화하고 일부 지역에서 성과를 내자 전열 재정비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러시아가 임명한 키릴 스트레무소프 헤르손주 부행정청장은 5일(현지시간) 러시아 국영 타스통신 인터뷰에서 러시아 병합 주민투표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헤르손 인근 드니프로강을 가로지르는 도로와 다리가 우크라이나군의 포격으로 손상돼 자동차가 통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헤르손은 러시아가 앞서 강제병합한 남부 크름반도와 인접한 농업도시로 최대 물동항 오데사로 가는 길목에 있어 전략적 요충지로 꼽힌다. 러시아는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채 2주도 안 돼 이곳을 함락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주부터 헤르손을 비롯한 남부 러시아 점령지를 탈환하기 위해 공세 수위를 높였다. 남부 주요 전선에 미군으로부터 제공받은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을 배치해 교량과 탄약고, 러시아군 지휘통제소 등을 집중적으로 공격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구체적인 지명은 밝히지 않은 채 남부 지역 2곳과 동부 지역 1곳을 탈환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키릴로 티모셴코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차장은 트위터를 통해 우크라이나 국기 게양 사진을 올리면서 헤르손 북부에서 약 167㎞ 떨어진 비소코필리야가 수복됐음을 암시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도 남부 헤르손과 친러시아 세력 장악 지역인 동부 도네츠크 등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이 “검증 가능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민투표로 남부 점령지 통치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던 러시아의 계획은 차질이 예상된다. 우크라이나군은 이날 강제합병 주민투표 용지가 보관된 창고도 파괴했다고 밝혔다. 스트레무소프 헤르손주 부행정청장은 자신의 텔레그램을 통해 주민투표가 완전히 중단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도 구체적인 투표 날짜는 정하지 못했다고 인정했다.

러시아 당국은 오는 11일 러시아 지방선거와 함께 남부 점령지 헤르손, 자포리자에서 러시아 병합 찬반을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었다.

주민투표는 2014년 크름반도를 무력으로 장악해 병합했을 때 사용한 방법이다. 크름반도는 이전부터 친러시아계 주민이 많이 거주하던 곳으로 당시 투표에서 찬성률은 97%에 달했다. 우크라이나는 물론 서방국가들과 국제사회는 이 투표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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