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온가족 모이는 추석..전만 부치지 말고 이것 그리세요

이병문 2022. 9. 6. 19:2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거리두기 없는 명절 똑똑하게 가족 건강 챙기기
지병·질병유무 미리 체크해보면
미래 건강상태도 가늠할 수 있어
부모 양쪽 모두 고혈압 있으면
자녀들도 50% 확률로 발병
대장암 환자의 20%가 가족력
명절마다 병력 확인해보고
온가족 함께 건강검진도 추천
[사진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추석 연휴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 추석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3년 만에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맞이하는 명절이다. 오랜만에 친·인척을 만나 그동안 못했던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됐다. 4월 18일 이후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사적모임 인원 제한 없음·모든 시설 운영시간 제한 해제·방역패스 확인 없음)가 그대로 시행된다. 그래도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 건강을 위해 생활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한다. 명절은 온 가족이 모여 건강 이야기를 나누기에 좋은 기회다. 특히 가족 중 지병이 있거나 누군가 큰 병을 앓았다면 '혹시 나도'라는 걱정이 들기 마련이다.

바로 '가족력' 때문이다. 아버지를 쏙 빼닮은 아들, 영락없는 어머니 젊은 시절의 딸, 하다못해 '발가락'도 닮는 게 가족이다. 가족은 외모뿐 아니라 체질, 취향, 심지어 걸리는 질환마저 비슷한 경우가 있다.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을 때 꼭 체크하는 문항이 가족력이다. 그만큼 가족력은 미래 질병 예측의 지표가 될 수 있다.

가족력은 한 가족에게서 집중적으로 특정 질환이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의학적으로 3대(조부모·부모·형제)에 걸쳐 같은 질환을 앓는 환자가 2명 이상이면 가족력이 있다고 본다.

집안에 같은 질환을 가진 환자가 많이 생긴다는 점에서 유전성 질환과 혼동될 수 있지만 이 둘은 엄연히 다르다. 유전성 질환은 특정한 유전 정보가 자식에게 전달돼 질병이 발생하는 것으로, 이상 유전자 전달 여부가 질병의 발생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다운증후군, 혈우병, 적녹색맹 등이 있다. 이런 대표적인 유전병은 사전 검사를 통해 유전될 확률을 예측할 수는 있다. 하지만 대체로 예방할 방법은 없는 난치성 질환이다.

반면 가족력은 혈연 간 유전자를 일부 공유한 것 외에도 비슷한 직업, 사고방식, 생활습관과 동일한 식사, 주거환경 등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환경을 공유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일종의 '후천적 유전자'로, 가족력 질환은 생활습관을 교정하거나 조기 진단을 통해 치료하면 예방이 가능하거나 적어도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오한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가족력 질환으로 고혈압, 성인 당뇨병, 심장병, 고지혈증, 뇌졸중, 비만 등이 있으며 이들 질환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또한 유방암, 대장암, 폐암, 위암 등 일부 암도 가족력 질환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우선 부모나 가족 중 심장병 환자가 있으면 심장병 위험이 다른 사람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오 교수는 "심장병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흡연, 고지혈증, 고혈압, 비만, 운동 부족 등으로 이런 요인과 가족력이 합쳐지면 발병 위험은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고혈압은 부모 모두 정상일 때 자녀가 고혈압일 확률은 4%에 불과하지만 부모 중 한쪽이 고혈압이면 30%, 양쪽 모두이면 50%까지 올라가고, 어머니가 골다공증이면 딸에게 발병할 가능성이 일반인보다 2~4배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 중 어느 한쪽만 비만이면 자식이 비만이 될 확률은 30~35%이고, 부모 모두 비만이면 60~70%까지 높아질 수 있다.

이는 유전적으로 기초대사량이 낮거나 체지방 저장 정도를 인식하는 뇌 기능이 둔감한 경우도 있고,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이 유전되기 때문인 경우도 있다. 또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을 갖고 있으면 자식에게 당뇨병이 발병할 확률은 15~20%, 부모가 모두 당뇨병이면 30~40%까지 당뇨병 발생 확률이 높아질 수 있다.

암 역시 가족력 질환에 속한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 중 15~20%가 1대의 친척(형제·부모·자식)에게서 물려받은 것이고, 전체 대장암 환자 중 10~30%는 가족성으로 발생하는 가족성 대장암으로 알려져 있다. 부모나 형제 중 대장암 환자가 1명 있으면 발병 확률은 2~3배 높아지고, 대장암 환자가 2명 있으면 그 확률은 4~6배로 높아진다. 어머니, 자매, 딸 등 직계가족 중 유방암 환자가 있다면 유방암 발생 위험성이 2~3배 높다. 특히 직계가족 중 1명 이상이 폐경기 이전에 유방암에 걸렸다면 유전성 유방암일 가능성이 있고, 이 경우 암 발생 확률은 최고 9배까지 높아질 수 있으므로 조기에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처럼 가족력은 무섭기도 하지만, 가족이 '운명'인 이상 제대로 파악해 질환에 대처하는 게 가장 현명하다. 전문가들은 '가족력 가계도'를 그리는 것을 추천한다.

임지선 에이치플러스(H+) 양지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가족력은 유전 질환과 달리 가족 중 누가 특정 질환을 앓는다고 해서 반드시 그 질환에 걸리는 것은 아니다"면서 "그렇기에 가족력 질환을 유발하는 환경을 먼저 파악하고 예방할 수 있는 의학적 조치와 생활습관 개선 등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족력 판단 기준이 3대에 걸쳐 특정 질환이 2명 이상 발생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가족력 가계도 역시 자신을 기준으로 직계가족 3대(조부모·부모·형제)를 포함해서 그리는 것이 좋다. 범위는 넓으면 넓을수록 좋지만, 어려울 때는 자신 기준으로 3~4촌 친척 정도까지 포함하는 것이 좋다. 다만 부계와 모계는 동일한 범위로 그린다. 그 이후 현재 나이, 성별, 현재 앓거나 과거 앓았던 질환 등을 작성한다. 이렇게 완성된 가족력 가계도를 통해 현재 우리 집안의 가족력 질환이 무엇인지, 혹은 가족력이 의심되는 질환이 무엇인지에 파악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가족력 가계도에 흡연, 음주 등 생활습관 여부까지 작성하면 가족 내 건강을 위협하는 습관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알 수 있다.

이렇게 작성된 가족력 가계도는 한 번 작성하고 끝이 아니라, 명절마다 다시 확인하고 개정한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가족의 건강 변화는 물론 생활습관 변화까지도 확인이 가능하다. 가족력 가계도를 통해 가족력이 확인되거나 의심될 때에는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 특히 암이나 심장질환 등 생명과 직결된 질환이 의심될 경우에는 가족들이 함께 병원을 방문해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암은 1명만 해당돼도 가족력과 연계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국가에서 권하는 시기보다 일찍 검진을 받아야 한다.

건강검진과 더불어 생활습관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암은 물론 당뇨·고혈압·고지혈증·심혈관질환 모두 생활습관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예를 들어 고혈압은 짜게 먹거나 과음, 흡연 등의 생활습관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런 만큼 금연, 절주, 저염식 등 보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실천하고 운동을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온 가족이 함께 가족력 정보를 공유하고 건강을 위한 행동을 함께 실천하는 것이다.

임 과장은 "가족력 가계도를 통해 특정 질환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향후 질병이 발생할 때 가계도를 통해 그 사람의 정보를 자세히 알 수 있어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가족력 가계도는 가족력 질환 예방 목적은 물론 명절에 온 가족이 서로의 이야기를 공유해 공동체의식을 높일 수 있는 만큼 꼭 해보는 것을 추천한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선임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