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만큼 살았으니 자네나 피하게" 태풍 '힌남노' 긴박했던 경주 왕산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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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오전 6시께 경주 무장산 아래 왕산마을은 덕동천 제방이 터지면서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새벽 시간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퍼부으면서 덕동댐으로 유입되는 상류 하천 둑이 범람했다.
새벽부터 마을 주민들을 살피고 있는 통장 정종국(65) 씨는 "덕동천 하천 정비 기본계획이 8년 전에 수립됐으나 다른 지역 인구수에 밀려 사업이 지연됐다"며 "이참에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댐 상류 정비작업이 반드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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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억새 군락지 무장산의 이번 가을은 없습니다" 미나리밭도 흙더미
"응급복구, 덕동천 정비 신속히 추진되길"
[경주=뉴시스] 이은희 기자 = 태풍 ‘힌남노’가 지나간 6일 오전 6시께 경주 무장산 아래 왕산마을은 덕동천 제방이 터지면서 마을 전체가 쑥대밭이 됐다.
새벽 시간 강한 바람과 함께 비가 퍼부으면서 덕동댐으로 유입되는 상류 하천 둑이 범람했다. 마을은 어른 키를 훌쩍 넘어설 만큼 물이 흘러 순식간에 주택을 덮쳤고 차량과 농기계 등은 이리저리 물길에 휩쓸려갔다.
주민 조길도(74) 씨는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운영하는 슈퍼의 물건들이 모두 떠내려가고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뒷집에 사는 친척 아재(90) 부부가 걱정돼 얼른 달려갔다.
‘나는 살 만큼 살았으니 자네나 얼른 피하게’ 아재를 업으려는 데 한사코 말리며 등을 떠밀었다. 하지만 조씨는 그냥 도망칠 수 없어 아재 부부를 온 힘을 다해 집의 높은 곳으로 모셨다.
비가 멈추고 오전 8시 30분께 피신했던 마을 주민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각자 집으로 복귀했다.
조씨는 “물이 넘치고 다급한 상황에 아재를 억지로 업고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켰다”며 “지금도 그 생각을 하면 가슴이 떨리고 눈물이 난다”고 말했다.
이날 인근에 사는 한 70대 할머니는 갑자기 방에 물이 들어오면서 목까지 차 뒤쪽 창문을 망치로 깨고 겨우 나와 목숨을 구했다.
할머니는 “자다가 옷도 거꾸로 입고 신발도 없이 도망 나와 뒷집 키 큰 아저씨를 보고는 ‘이제야 살았구나 했다’”면서 “다시 또 이런 일을 당할까 겁난다”며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현재 마을 어귀 다리 상판에는 뿌리째 뽑힌 나무 10여 그루와 쓰러진 전봇대 3~4개, 전깃줄, 떠내려온 건축물 등이 걸쳐져 당시 상황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다리 아래로는 누런 흙탕물이 성난 듯 흐르고, 마당 한구석 또는 진흙탕 여기저기서 차량과 경운기가 주인을 잃고 널부러져 있다.
수도와 전기, 전화가 모두 끊겨 오후께야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이들이 물과 도시락을 제공해 겨우 한 끼 밥을 먹을 수 있었다. 중장비가 동원됐으나 복구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태풍은 지난해 8월 물 좋고 공기 맑은 곳에서 여생을 보내려 귀농한 최영미(67·여) 씨도 그냥 두지 않았다. 집 주변에 만든 수로에는 산에서 굴러온 돌들로 채워졌고 옷가지와 가재도구는 모두 떠내려갔다.
최씨는 “비가 30분만 더 왔으면 집 전체가 사라졌을 것”이라며 “집으로 연결된 다리가 끊겨 당장 복구는 기대도 못한다”고 말했다.
새벽부터 마을 주민들을 살피고 있는 통장 정종국(65) 씨는 “덕동천 하천 정비 기본계획이 8년 전에 수립됐으나 다른 지역 인구수에 밀려 사업이 지연됐다”며 “이참에 경주시민의 식수원인 덕동댐 상류 정비작업이 반드시 진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억새 군락지인 무장산의 이번 가을은 없습니다"면서 "며칠 전 뿌려놓은 미나리 종자도 모두 떠내려가고, 무장산 입구 다리도 유실돼 엉망이 됐다"며 안타까워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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