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 "어디부터 손을 댈지"..청주 곡창지대 벼 초토화

천경환 2022. 9. 6. 16:4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50년 넘게 농사지으면서 이런 태풍은 처음 봅니다."

6일 충북 청주 오창읍 곡창지대에서 만난 박모(83) 씨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논바닥에 쓰러진 벼를 바라보며 탄식했다.

이번 태풍에 1만㎡의 벼가 쓰러지는 피해를 본 이모(74) 씨는 "물에 젖어 무거워진 벼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며 "힘 좋은 군 장병 1개 중대가 달라붙더라도 며칠은 걸릴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삭 영그는 벼 80% 드러누워..일손 없어 복구작업 엄두 못 내
쓰러져 있는 벼 바라보며 탄식하는 농민 [촬영 천경환 기자]

(청주=연합뉴스) 천경환 기자 = "50년 넘게 농사지으면서 이런 태풍은 처음 봅니다."

6일 충북 청주 오창읍 곡창지대에서 만난 박모(83) 씨는 제11호 태풍 '힌남노'가 몰고 온 비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논바닥에 쓰러진 벼를 바라보며 탄식했다.

1만여㎡의 벼 중 80%가량이 성한 곳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한쪽으로 차곡차곡 드러누웠다.

푸릇푸릇한 이파리 사이로 영글어 가던 벼 이삭도 누군가 억지로 바닥을 향해 찍어 누른 듯 고개를 처박은 상태다.

힘겹게 버티고 선 벼들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작은 바람에도 크게 휘청거렸다.

비바람에 쓰러진 벼 [촬영 천경환 기자]

초강력 태풍이 북상한다는 소식에 박씨는 전날 밤을 뜬눈으로 새웠다.

최근 잦은 호우로 벼의 키가 웃자란 상태여서 조금 센 바람에도 버티기 어려워 보여서다.

박씨는 "매년 이맘때 태풍이 불어닥치지만, 이번처럼 직격탄을 입힌 적은 없다"며 "수확까지 한 달은 더 기다려야 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20%도 건지기 힘들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엎어진 벼는 제때 일으켜 세우지 않으면 썩거나 싹이 돋아 못쓰게 된다.

그렇다고 축구장만 한 크기의 논을 휘젓고 다니며 엎어진 벼를 일으켜 세울 일손도 없다.

박씨는 "당장은 그저 지켜봐야 할 뿐 뾰족한 대책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이번 태풍으로 청주에는 5∼6일 이틀간 111.9㎜의 비가 내렸다. 최대 순간풍속 초속 17.7m의 강풍도 몰아쳤다.

태풍에 쓰러진 벼 [촬영 천경환 기자]

주변 농가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피해를 줄이려면 쓰러진 벼를 하루빨리 일으켜 세워야 하는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번 태풍에 1만㎡의 벼가 쓰러지는 피해를 본 이모(74) 씨는 "물에 젖어 무거워진 벼를 일으켜 세우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다"며 "힘 좋은 군 장병 1개 중대가 달라붙더라도 며칠은 걸릴 것 같다"고 허탈해했다.

충북도는 피해 농가 복구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도 관계자는 "현재 시군별로 농작물 피해조사가 진행되는 중"이라며 "피해가 집계되면 공무원, 자원봉사자 등이 총동원돼 일손 돕기에 나설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kw@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