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없는 英 새 수장 트러스..'158조원 규모' 에너지價 동결 조치로 첫 발

2022. 9. 6.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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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트러스(47·여) 영국 외무장관이 세계 5위 경제대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됐다.

하지만,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영국 정치인 중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기쁨을 누릴 새도 없다.

하지만, 공공지출을 더 늘리면서도 '감세'를 시행하며 경제 성장 동력을 되찾겠다는 트러스 내정자의 대표 공약이 영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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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보수당 투표서 57.4% 득표..42.6% 득표 그친 수낵 꺾어
6일 스코틀랜드 밸로럴성서 여왕 알현 후 총리로 정식 취임
英 세 번째 女 총리..캐머런 전 총리 후 첫 40대 총리
7일 에너지 위기 대책 발표..10월 가계 에너지 요금 80% 인상 취소할 듯
감세 중심 '트러스노믹스', 인플레 악화 우려에 벌써부터 비판받아
對러·對中 강경 노선 예고..'브렉시트'로 틀어진 EU와 관계 개선도 과제
英 50% "트러스 당선에 실망"..67% "경제 위기 극복 자신 못해"
영국의 신임 총리로 내정된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집권 보수당의 신임 대표로 선출된 후 런던 보수당 중앙당사에 도착하며 취재진을 향해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리즈 트러스(47·여) 영국 외무장관이 세계 5위 경제대국이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인 영국의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됐다. 하지만, 트러스 총리 내정자는 영국 정치인 중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는 기쁨을 누릴 새도 없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물려준 ‘경제적 재앙(economic catastrophe)’에 맞서기 위해 취임 후 곧장 경제 총력전을 펼쳐야만 하는 상황 탓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급부상 저지, 유럽연합(EU)과 관계 개선 등 당면한 외교·안보적 과제 역시 산적해 있다.

트러스 총리 내정자의 국정 수행 능력에 대한 영국 국민들의 의심의 눈초리가 강한 상황 속에 트러스호(號)가 임기 초반 제대로 탄력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취임과 동시에 경제 위기 극복에 ‘올인’=영국 보수당은 5일(현지시간) 트러스 장관이 보수당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우편·온라인 투표 결과 8만1326표(57.4%)를 얻어 6만399표(42.6%)를 받은 리시 수낵(42) 전 재무장관을 꺾고 신임 당대표로 선출됐다고 밝혔다. 트러스 내정자는 6일 스코틀랜드 밸모럴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한 뒤 총리로 임명받고 정식 취임한다.

이로써 트러스 내정자는 마거릿 대처, 테리사 메이에 이어 세 번째 여성 총리가 됐다. 데이비드 캐머런 이후 첫 40대 총리란 타이틀도 거머쥐었다.

트러스 내정자는 취임과 동시에 경제에 ‘올인’할 것으로 전망된다. 가계 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어려운 가운데 줄파업이 일어나고, 파운드화 가치가 폭락하는 현재 상황이 ‘불만의 겨울’이라 불리는 1970년대 후반과 비슷한 분위기란 평가가 대세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트러스 내정자는 취임 다음 날인 7일 가계 에너지 위기 대책을 발표한다. 영국 BBC 방송과 로이터 통신 등은 트러스 내정자가 10월 가계 에너지 요금 80% 인상을 전격 취소하고 동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이날 보도했다. 관련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5%에 이르는 1000억파운드(약 158조원)에 이를 것이란 추정이 나오지만, 정부 차입금으로 비용을 우선 충당한 뒤 10~15년에 걸쳐 세금으로 회수한다는 것이다.

영국 집권 보수당의 신임 대표로 선출되며 차기 총리 내정자가 된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런던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센터에서 단상에 올라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

하지만, 공공지출을 더 늘리면서도 ‘감세’를 시행하며 경제 성장 동력을 되찾겠다는 트러스 내정자의 대표 공약이 영국 경제를 더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트러스노믹스’가 결국 정부의 대규모 차입으로 이어져 가뜩이나 높은 물가 상승세를 더 자극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영국의 물가 상승률은 7월에 이미 10%가 넘었고 내년 초에는 20%대 전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달러화와 1대 1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파운드화 가치를 방어할 뚜렷한 방법 역시 묘연한 것도 문제다.

▶對러·對中 강경 노선 예고…EU와 관계 개선 과제=외교·안보 영역에서 과제 역시 수두룩하다. 우크라이나를 전면 침공한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웠던 존슨 행정부의 정책을 계승하는 것을 넘어 더 강경한 자세를 취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에 대한 초강경 정책 역시 예고된 만큼 여기서 초래될 각종 부담 역시 고스란히 짊어져야 하는 상황이다.

외무장관 시절 브렉시트의 일환인 북아일랜드 협약을 파기하겠다며 극렬 대치했던 EU와 관계 설정 역시 관심사다. 이날 당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트러스 내정자에 대한 축하 대신 “합의를 존중하는 건설적 관계를 기대한다”는 뼈 있는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크리스 메이슨 BBC 정치에디터는 “트러스 내정자에겐 허니문(신혼) 기간 따윈 없다”는 한 문장으로 현 상황을 표현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트러스 내정자가 보수당 내 충성파 인사를 대거 내각에 등용해 여당 내 결속 강화를 바탕으로 위기를 헤쳐나가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의 신임 총리로 내정된 리즈 트러스 외무장관이 5일(현지시간) 집권 보수당의 신임 대표로 선출된 후 런던 보수당 중앙당사에 도착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EPA]

한편, 냉소적인 영국 국민들의 시선도 트러스 내정자에겐 부담이다. 영국 여론조사업체 유고브가 이날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영국인의 50%는 트러스 내정자의 당선에 실망한다고 응답했다. 긍정적인 평가(22%)는 부정적 평가의 절반 이하였다. 트러스 내정자가 영국이 직면한 경제적 위기를 이겨낼 것이라 자신한다는 여론도 19%에 불과, 회의적 평가(67%)의 3분의 1에도 못 미쳤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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