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8년 만에 사라지는 '강원도'
따뜻한 고향 뉴스인 ‘우리동네뉴스’(우동뉴스)가 2022년 한가위에도 어김없이 찾아왔습니다. <한겨레21>이 평소에 전하지 못하는, 전국의 흥미롭고 의미 있는 뉴스가 이번에도 푸짐합니다. <한겨레> 전국부 기자들이 준비해주셨습니다.
먼저 밝은 뉴스부터 보면, 충남 부여군의 특별한 외국인 농업 노동자 정책, 경기 북부의 외국인 안보 관광객 급증,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의 조개 줍기, 거의 1세기 만에 다시 연결된 서울 창경궁과 종묘 기사가 눈에 띄네요.
물론 이번 한가위에도 묵직한 이슈가 있습니다. 제주의 외국인 여행객 입국 제한, 낙동강 8개 보로 수질이 나빠진 경남의 농업, 대구·경북의 수돗물 고민, 국립대에 처음 설치된 대전 충남대의 ‘평화의 소녀상’ 등입니다.
또 경전선 전남 순천역은 그 위치를 두고, 광주에선 대규모 쇼핑몰을 어떻게 할지, 전북 남원에선 산악열차를 놓을지 고민인가봅니다. 충북 청주에선 도청의 공무원 주차장 축소, 강원도에선 세 번째 ‘특별자치도’의 실효성, 경기도는 혁신학교 축소 방침이 논란입니다.
어떻습니까? 올해 한가위에도 엄청난 뉴스가 각 지역에서 쏟아졌지요? 우동뉴스와 함께 즐거운 명절 보내시기 바랍니다. _편집자주
강원도에선 요즘 ‘강원특별자치도’가 최대 관심사입니다. 2022년 5월 강원도에 특별자치도 지위를 부여하는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2023년 6월11일부터 ‘강원도’라는 명칭이 ‘강원특별자치도’로 탈바꿈하기 때문입니다. 조선 태조 4년(1395년) 이후 628년 만에 강원도가 폐지되고, 강원특별자치도 시대가 열리는 겁니다.
국회 본회의에서 이 법안은 재적 의원 238명 가운데 찬성 237표라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습니다. 이례적으로 여야 의원이 모두 한목소리를 냈습니다. 이처럼 여야 의원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6·1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권이 ‘강원 표심’을 의식했기 때문일 겁니다. 강원특별자치도법은 강원도에 특별자치구역이라는 법적 지위를 주고, 각종 특례를 부여하는 게 뼈대입니다.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 2012년 세종특별자치시에 이어 세 번째 광역행정단위 특별자치시·도가 탄생하게 됐습니다.
제주·세종 이어 세 번째 특별자치시·도
하지만 ‘깡통 법안’이라는 비판부터 ‘막개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제기되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적지 않습니다. 실제로 2022년 5월 통과된 강원특별자치도법을 살펴보면, 조항이 23개뿐입니다. 반면 제주특별자치도법은 2006년 제정된 이후 6차례 걸쳐 특례를 부여받거나 권한을 이양받는 등 조항이 481개에 이릅니다. 특례 핵심 조문이 통째로 빠진 것도 문제입니다.
이 법안은 애초 더불어민주당 허영 의원과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평화특별자치도법’과 ‘환동해경제자유특구법’을 뼈대로 합니다. 하지만 국회에서 두 의원의 법안이 병합 심사되는 과정에서 ‘평화특례시’와 ‘환동해자유구역특구’ 등이 포함되지 못했습니다.
나철성 강원평화경제연구소장은 “최초 조문만 살펴봐도 제주는 363개, 강원은 23개에 불과하다.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면 알맹이는 통째로 사라진 빈 껍데기뿐인 ‘깡통 법안’임을 알 수 있다. 명칭만 부여하고 향후 특례를 부여하기 위한 개정 작업이 지지부진해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또한 부족하다”고 지적합니다.
정부 권한이 지방정부에 대폭 이전되면 막개발이 초래된다는 우려도 있습니다. 실제 강원도는 산악관광과 수변개발 등을 활성화하는 데 산림·환경·농지·국방 등의 ‘덩어리 규제’가 있다고 보고 특별자치도 출범을 기회로 이를 철폐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습니다. 각종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대표적인 사업으로 설악산 케이블카와 산악관광열차 등이 있습니다. 김경준 강원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은 “지금껏 강원도가 나서서 설악산 케이블카나 산악관광 등을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추진했지만 정부 규제 덕분에 제동이 걸렸다. 하지만 특별자치도가 되면 지금의 견제 기능은 사라져 환경훼손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의 국제중·고 설립 논란까지
국제학교 설립을 둘러싼 논란도 예상됩니다.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지방선거에서 강원특별자치도 관련 교육 공약으로 ‘국제중·고등학교 설립’을 제시했습니다. 교육계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습니다. 박종훈 전교조 강원지부장은 “국제학교는 극소수 부유한 한국인 학생을 위한 특권 학교다. 지역 인재 육성이나 교육 발전과도 무관하다. 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하는 국제학교 추진 계획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강원도는 특별자치도가 강원도 발전의 획기적인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장밋빛 청사진’만 제시할 뿐 실질적인 발전 없이 각종 논란만 부추기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춘천=박수혁 <한겨레>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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