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최후 원자로 포격에..우크라 전력망 사실상 마비(종합)

원자로 6호기, 포격에 따른 화재 진압 차 전력망서 분리 조치
국제사회, '핵 위협' 우려 증폭..IAEA 상주 감시·러 규탄 지속

2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 주변 건물 지붕이 파손된 모습이 보인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래 '핵 위협'의 진앙이 되어버린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서 또다시 포격에 따른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진압을 위해 전력선을 단절함에 따라 우크라이나 전력 공급망이 사실상 마비됐다고 자포리자 원전 운영 주체인 우크라이나 국영 에네르고아톰이 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AFP·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에네르고아톰은 이날 성명을 통해 "포격에 따른 화재로 원자로 6호기가 전력망에서 분리·차단됐다"며 "우크라이나 전력 시스템의 핵심인 자포리자 원전-화력발전소를 연결하는 마지막 전력선이 단절됐다"고 말했다. 원전이 보유한 6기 원자로 가운데 지난 3일 5호기가 포격으로 분리된 이후 남은 마지막 원자로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성명에서 "우크라이나 당국이 화재 진압을 위해 전력선을 차단하겠다고 통보했다"며 "전력선 자체는 손상되지 않았다. 화재만 진압되면 원자로 전력망 연결이 복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고 밝혔다.

에네르고아톰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에너지 소비가 크게 줄었기 때문에 현재 우크라이나 에너지시스템에 크게 중요하지는 않다"며 "다만 겨울과 추위가 찾아오고 있는데 원전이 가동되지 않는다면 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최대 규모인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 침공 이전 우크라이나 전체 전력 공급량의 약 5분의 1을 공급했다. 개전 이래 지난 3월 러시아군이 장악해 통제권을 쥐고 있지만 원전은 자체 가동력 유지하고 안전 확보를 위해 우크라이나 인력에 의해 최소한의 전력만 생산해왔다.

개전 6개월을 넘긴 이래 원전을 둘러싼 양측의 교전이 지속되면서 핵 위협이 불거졌고 국제사회의 우려도 증폭됐다. 그런데도 양측은 여전히 공격 주체를 놓고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이에 IAEA는 원전 시찰단을 파견했고 그중 2명은 현지에 남아 원전 상태를 감시한다. IAEA는 오는 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심야 대국민 연설에서 "러시아 도발로 자포리자 기지는 방사능 재앙에서 한 발짝 거리에 놓였다"며 "원전 포격은 IAEA가 무엇을 말할지, 국제사회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헤르만 할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장관도 "세계는 다시 한번 핵 재앙의 직전에 서 있다"며 "자포리자 원전 해방과 원전 단지 인근 비무장지대 조성만이 핵 안전을 보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표 역시 자포리자 원전 전력망 차단에 대해 격정을 표하며 러시아를 향해 "핵 도발을 멈춰야 한다. 무모한 행동을 하고 있다. 국제법과 원전 안전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 등 사찰단이 탄 유엔 차량이 1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의 점검을 위해 둘러본 뒤 떠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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