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소득 반영 피부양자 탈락에.."국민연금 가입않고 조기 수령"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9월부터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2단계 개편으로 연 2천만원을 넘는 공적연금 소득이 있으면 건보 피부양자 자격을 박탈하고 지역가입자로 전환해 그간 내지 않던 지역 건보료를 내게 되자 국민연금공단이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노후에 대비해 비교적 안정적인 소득을 확보하려고 국민연금에 좀 더 오래 가입해 연금 수령액을 늘리려던 예비 은퇴자들이 줄어드는 대신 조금이라도 더 일찍 연금을 타려는 추세가 확산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건보 피부양자 기준 강화로 인한 '국민연금 조기 이탈' 우려가 현실화하는 것이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달부터 피부양자 인정 소득기준이 강화돼 소득세법상 연간 합산종합과세소득이 2천만원을 초과하면 피부양자 자격을 잃고 지역가입자로 변경된다.
합산소득에는 금융소득(예금 이자, 주식 배당 등), 사업소득, 근로소득, 연금소득, 기타소득 등이 포함되며, 연금소득은 퇴직연금과 개인연금 등 사적연금은 빠지고 공무원연금이나 사학연금, 군인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만 해당한다.
이런 조치로 다른 소득 없이 공적연금 소득만으로 매달 167만원 이상(연간 2천만원 이상)을 타서 생활하는 은퇴자들이 피부양자에서 많이 탈락했다.
이번에 공적연금 소득으로만 연간 2천만원을 초과해 피부양자에서 제외된 사람은 모두 13만898명이며, 연금유형별로는 공무원연금이 10만5천516명(80.6%)으로 가장 많았고, 군인연금 1만1천55명(8.4%), 사학연금 1만931명(8.3%)이며, 별정우체국연금 707명(0.5%)으로 가장 적었다.
국민연금은 2천689명(2.1%)으로 아직까진 많진 않다. 하지만 앞으로 국민연금 제도가 무르익으면서 수급자가 쏟아지면 연간 국민연금 2천만원 초과를 이유로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은퇴자는 더 불어날 게 확실하다.
이렇게 되자 경제활동이 어려운 노후에도 기본적인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게 어떻게든 수급액을 높이려던 국민연금 가입자와 수급자들의 태도에도 변화가 생겼다.
국민연금 제도에는 노후에 좀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는 몇 가지 방법이 있는데, 반납과 추납(추후 납부), 임의계속가입, 연기연금 등이 대표적이다.
이 중에서 특히 통계적으로 눈에 띄는 변화가 있는 것이 임의계속가입이다. 임의계속가입은 의무가입 대상이 아닌 만 60세 이후에도 계속해서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것으로 납부 기간이 연금수급 최소 가입 기간(10년) 미만이어서 연금을 받을 수 없거나, 10년을 채웠더라도 연금수령액을 높이려는 사람이 이용하기 좋은 제도다.
그동안 국민연금 임의계속가입자는 거의 매년 증가했는데, 건강보험 피부양자 소득기준 강화 조치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지난해 연말부터 감소 추세로 돌아서면서 올해 7월 현재 임의계속가입자는 52만6천명으로 2020년 8월(52만6천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반해 손해를 감수해가면서 국민연금을 더 일찍 받으려는 사람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이른바 조기노령연금 월평균 신규수급자는 2019년 4천467명에서 2020년 4천324명, 2021년 3천976명 등으로 감소하다가 올해 들어 6월 현재 4천829명으로 껑충 뛰었다.
최혜영 의원실 박상현 보좌관은 "그동안 더 많은 연금을 받기 위해 조기노령연금 수급자가 감소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해볼 때 조기노령연금 수급자의 증가는 심각하게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기노령연금은 '손해연금'으로 불린다. 연금을 미리 받는 대신에 1년 일찍 받을 때마다 6%씩 연금액이 깎여 5년 일찍 받으면 30% 감액된 금액으로 평생을 받게 되는 등 연금액이 상당히 줄어들기 때문이다.
조기노령연금은 법정 노령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하기 전에 본인이 신청해서 1∼5년 앞당겨서 받도록 한 제도이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해 노령연금을 받을 나이가 될 때까지, 이른바 '은퇴 크레바스' 기간에 소득이 없거나 소득이 적어 노후 생활 형편이 어려운 이들의 노후소득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도입됐다.
[조기노령연금 월평균 신규수급자 현황 (단위:명)]
※국민연금공단 제출자료
최혜영 의원은 "소득이 있는 곳에 사회보험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연금소득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의 소득보장을 위해 보건복지부와 국민연금공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함께 모여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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