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용해법' 마지막 민관협의회..외교부 "외연넓힌 의견수렴할것"(종합)

김효정 입력 2022. 9. 5. 19:37 수정 2022. 9. 5. 19:4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참석자들 '정부예산 사용 대위변제 부적절' 중론..'채무인수' 방안도 거론
박진 외교장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목소리 경청 (광주=연합뉴스) 정회성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이 2일 오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의 광주 광산구 우산동 자택을 방문해 악수하고 있다. 박 장관은 이날 광주를 찾아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와 만나 외교적 해법 마련을 약속했다. 2022.9.2 hs@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오수진 기자 = 정부가 각계 전문가들과 함께 일제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네 차례 가동해온 민관협의회를 더는 진행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피해자 측 및 전문가들을 상대로 더 광범위한 형태의 의견 수렴은 계속하면서 한국 정부의 해결안을 도출하기 위한 작업에 집중할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5일 조현동 1차관 주재로 4차 민관협의회를 진행한 후 기자들과 만나 "(그동안) 네 차례의 형태로 한 민관협의회는 더는 안 할 수 있다"며 "비공개로 참석자들을 제한해서 하는 이런 형태는 아마 오늘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7월 4일 1차 회의를 시작으로 학계·법조계·언론계 인사, 전직 관료 등과 함께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해법을 논의하는 민관협의회를 네 차례 개최했다.

1, 2차 회의에는 일부 피해자 측 관계자도 참석했으나 3차 회의부터는 빠져 정부는 박진 외교부 장관의 지난 2일 광주 방문 등을 통해 개별 접촉을 시도해오고 있다.

외교부 당국자는 "다양한 방식으로 피해자분들, 소송대리인 및 지원단체와는 앞으로 의사소통을 계속할 것"이라며 "오늘과 같은 (협의회) 형태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좀 더 외연을 넓힌 수렴 절차는 앞으로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안은 언제 낼 계획인가'라는 질문에는 "진정성 있고 가급적 신속하게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만 답했다.

외교부는 이날까지 민관협의회에서 제시된 의견과 피해자 측의 요구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정부안을 만들 것으로 보인다.

이날 협의회에서는 ▲ 그동안 파악된 피해자 측 입장 ▲ 대법원의 배상 확정판결 이행 문제 ▲ 이행 주체와 판결금 지급 재원 ▲ 강제징용 문제 대상자 규정 ▲ 일본의 사과 ▲ 추모·연구사업 등 추가조치 등 6가지 쟁점이 토의됐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특히 이 당국자는 "항간에 논의되는 대위변제(제3자에 의한 변제) 방법에 대해서도 논의됐다"면서 "참석자들 간의 컨센서스(공감대)중 하나는 정부 예산을 사용한 대위변제는 바람직하지 않고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일본 피고 기업 자산의 강제적 현금화를 막기 위해서는 사실상 이들이 내야 할 배상금을 대신해서 원고인 피해자들에게 지급할 재원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

피해자들은 일본 피고 기업의 책임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이 재원을 조성하는 데 피고 기업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다. 협의회 참석자들도 한국 정부 예산으로 이를 전액 대신 갚아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데 공감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 정부가 자국 기업들의 재원 참여를 용인할지 등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협의회에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당국자는 "피해자(채권자)분들의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 방안 중에 (일본 기업의) 채무를 인수하는 것도 하나의 판결 이행 방안으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참석한 법조계 관계자 등으로부터 원 채무자의 채무는 그대로 존재하되 다른 제3자가 새로이 동일한 채무를 인수하는 '병존적 채무인수' 등이 거론된 것으로 전해졌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가 예산으로 (채무를) 인수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라며 신설 재단 또는 기금이나 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 등 기존에 이미 설립돼 활동 중인 조직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고 밝혔다.

일본의 사과 문제에 대해서는 "피해자분들이 기업의 사과가 전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가장 원하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에 사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다만 사과의 주체나 수위 등에 대해서는 결국 일본의 호응이 필요하기 때문에 민관협 차원에서 구체적인 수준을 제시하기가 어렵다는 취지로 이날 의견이 오갔다.

사과를 비롯해 피해자들이 만족하는 방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성의 있는 호응이 필수적인 만큼 정부는 앞으로 대일 교섭에도 더 활발히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일측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는 즉답할 수 없지만 이 사안에 대해서 굉장히 진지하게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측도 이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차원에서 진지하게 의견교환에 임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등을 밝히고 있지 않아 낙관하기만은 어려운 분위기로 알려졌다.

이달 유엔총회에서 한일 정상간 만남이 성사된다면 강제징용 문제에 대해 중요한 의견교환 계기가 마련될 수도 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정상회담은 결정된 바가 없다"고만 밝혔다.

kimhyoj@yna.co.kr

▶제보는 카톡 okjebo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