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대만 유사시 미군기지 제공 검토
필리핀이 대만 유사시 미국이 자국의 군사기지를 사용하도록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지리적으로 대만과 가까운 필리핀의 군사적 협력을 얻게 되면 전략적 유연성이 확대돼 중국에 대한 억지력을 강화할 수 있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호세 마누엘 로무알데스 주미 필리핀 대사는 대만 유사시 미군이 필리핀의 군사기지를 사용하는 것을 조건부로 허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닛케이에 "우리 안보에 중요할 경우에는 미군의 필리핀 기지 사용을 인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재 필리핀이 미군이 이용할 수 있는 기지를 늘리는 방향에 대해 미국과 협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로무알데스 대사는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현 대통령의 친척으로 필리핀의 외교·안보 정책에 큰 영향력을 끼치는 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닛케이는 그의 발언이 대만 유사시 마르코스 정권의 구체적 대응 방침을 암시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필리핀은 그동안 원칙적으로 대만 문제에 대해 중립 입장을 취해왔다. 전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은 중국과 남중국해 자원탐사 분야에서 공조하는 한편, 미국에는 주둔군 지위협정을 파기하겠다고 경고하는 등 친중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닛케이에 따르면 마르코스 정권은 미국과의 관계 복원을 중시하고 있고 나아가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협력 의사가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필리핀은 미국과 연내에 정상회담을 열기로 하고 9월 유엔 총회와 11월 아세안 정상회의에 맞춰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필리핀과 2014년 방위협력 강화협정에 근거해 현재 5개 기지에 미군을 순회 주둔시키고 있다. 기존에는 주로 공군기지가 대상이었지만 협의에 따라 향후 해군기지가 추가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신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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