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파괴 앞장선 이상한 환경부

글·사진 최병성 목사·환경운동가 입력 2022. 9. 5. 11:08 수정 2022. 9. 5.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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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선을 따라 10기의 풍력발전기가 건설 중인 영양제2풍력 현장. 위 작은 박스 사진은 총 88기의 풍력발전기가 늘어선 영양풍력발전단지다.

능선을 따라 풍력발전기가 끝없이 늘어서 있다. 88기의 풍력발전기가 한곳에 밀집돼 있다. 이곳을 찾은 지난 8월 28일. 놀랍게도 풍력발전기 대다수가 멈춰 있었다. 힘겹게 돌아가는 풍력발전기를 세어보았다. 많아야 10여개가 되지 않았다.

이곳은 풍력발전기 국내 최대 밀집지역인 경북 영양군이다. 지난봄 이곳을 찾았을 때는 풍력발전기가 돌아가는 괴이한 소리로 가득했다. 분명히 똑같은 장소에 섰는데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 이유는 간단하다. 바람 때문이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바람이 없으면 무용지물이다.

유럽에 비해 우리나라의 풍력발전기 효율이 낮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유럽은 바람이 많이 불고, 늘 일정하게 분다. 낮은 구릉과 고속도로변에 풍력발전기 설치가 가능한 이유다. 바람을 찾아 높은 산 정상에 오를 필요가 없으니 우리처럼 심각한 산림 훼손이 발생하지도 않는다. 환경 훼손이 적은 유럽의 풍력발전기는 지속가능한 친환경에너지가 맞다. 우리는 사정이 다르다. 유럽의 풍력발전기와 생김새는 비슷하다. 그러나 설치하는 ‘위치’가 전혀 다르다. 풍력발전기라고 무조건 친환경에너지가 아닌 이유다.

한국환경연구원(KEI)은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미래 환경변화 대응을 위한 중장기 발전방향’(2020.4)에서 환경 훼손 없는 외국의 풍력발전과의 차이점을 비교 설명했다.

“구릉지 및 평지와 같이 상대적으로 지형 훼손이 적은 지역에 풍력기가 설치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풍력발전단지 조성지역 대부분이 주로 광역 생태축에 해당하는 산줄기, 특히 대간, 정맥, 기맥, 지맥 등에 입지하게 된다. 풍력발전사업에 의한 환경적 악영향으로는 산줄기를 따라 설치되는 풍력기와 관리도로에 의한 생태계 단절 및 교란, 절성토에 다른 지형 훼손, 토사 유출의 피해, 지역 생태계 생물종 변화 등이 예상된다.”

풍력발전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생태적으로 가장 중요한 정상부의 나무들이 잘려나가고 회복하기 어려운 산림 훼손이 발생한다.

■풍력발전기 건설로 인한 산림 훼손 현장

88기의 풍력발전기가 밀집된 영양풍력발전단지 바로 곁인 영양군 석보면에 영양제2풍력발전단지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에 모두 10기의 풍력기를 건설 중이다. 산 정상인 능선부가 시뻘건 맨살을 드러내고 있다. 발파하며 바닥을 깊이 파고 콘크리트를 부었다. 그 위에 철근작업을 한 후 다시 콘크리트를 두껍게 덮는다. 기둥 높이 100m, 날개 하나 길이가 50~60m에 대형 풍력발전기가 흔들리지 않고 돌아가게 하기 위한 작업이다.

풍력발전기가 세워지는 산 능선부는 좁고 경사가 심하다. 이곳에 거대한 풍력기를 세우고 큰 차량이 오가는 관리도로를 만들려면 심각한 산림 훼손이 불가피하다. 깊은 절성토 발생과 높은 옹벽 건설은 기본이다.

길이 50~64m에 이르는 대형 풍력 날개를 산 정상까지 실어나르기 위해서 좁은 계곡의 심각한 훼손이 발생한다.

능선부에 울창하던 나무를 자르고 흙을 파내는 풍력기 설치 공사 장면을 보자. 풍력발전기는 친환경에너지가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산림이 울창한 영양군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산양과 노루와 담비들이 뛰놀던 곳이다. 두 팔로 안을 수 없는 큰 나무들로 가득한 소중한 생태축이었다. 하지만 풍력발전기 건설 과정에서 이곳은 처참히 파괴됐다.

풍력발전에 의한 친환경에너지로 탄소 발생을 줄이려면 산림의 일부 훼손은 어쩔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KEI는 위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있다.

“일부 환경평가에서 풍력발전으로 인한 과다한 산림생태계 훼손의 영향을 온실가스 감축량만으로 비교해 그 훼손의 정당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산림은 생태계의 보전가치를 비롯한 수원의 함양, 대기 정화, 토사 유출 방지, 휴식 공간 제공, 산사태 방지, 서식지 기능 등 다양한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므로, 산림 훼손에 따른 생태계 영향을 단순하게 온실가스 발생 증가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AWP풍력 예정지는 천연기념물인 수리부엉이와 산양의 놀이터다. 사진은 마을 입구 수리부엉이 입간판(위)과 지역 주민들이 무인카메라로 촬영한 산양의 모습 / 박용훈씨 제공

■환경보전 의지 없는 환경부

현재 공사 중인 영양제2풍력에 대해 KEI는 “입지가 부적정하다”고 밝힌 바 있다. “계획 대상지는 다수의 최상위 포식자이자 핵심종의 서식이 확인되는 등 보전적 가치가 높은 생태기능을 지닌 지역에 입지하고 있으며, 능선 축을 따라 계획된 관리도로 및 발전기 조성은 과다한 지형 훼손을 유발한다”는 이유였다. KEI의 ‘입지 부적정’ 의견 제시에도 불구하고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환경부가 풍력발전사업을 협의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지역 주민들은 제2영양풍력발전사업 부동의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2020년 11월 19일엔 청와대 분수대 앞에 모여 환경부의 제2영양풍력발전사업의 부동의를 간절하게 호소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에만 매몰된 문재인 정부와 환경부는 주민들의 간절한 절규를 외면했다.

환경부의 본분은 이 땅의 환경을 보전하는 것이다. 오히려 환경파괴 사업을 합리화해주고 환경 훼손에 앞장서는 이상한 환경부가 됐다. 지난 8월 환경부는 영양군 영양읍 무창리 산1번지 일원에 AWP영양풍력발전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협의’해주었다. 15기의 풍력발전기가 영양군에 새롭게 건설되는 길을 열어준 것이다.

지난 8월 26일 현장을 돌아봤다. 산 깊고 물이 맑은 평화로운 마을이었다. 앞에서 살펴본 (유럽 등 외국의) 풍력발전단지와 지형의 차이를 한눈에 알 수 있었다.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많고 산의 경사가 더 가팔랐다. 마을에 들어서자 영양군에서 세운 천연기념물 제324-2호인 수리부엉이 입간판이 맞이했다. 저 기암절벽들은 수리부엉이가 살기에 딱 좋은 환경이었다.

풍력반대대책위 송재웅 사무국장이 내 앞에 멸종위기 1급이요, 천연기념물 제217호인 산양과 담비와 하늘다람쥐 사진들을 펼쳤다. 마을주민들이 AWP영양풍력발전사업 예정지에 무인카메라 17대를 설치해 찍은 사진들이었다.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구입해 설치한 17대의 무인카메라에 모두 산양이 찍힌 것이었다.

밤과 낮, 여름과 겨울을 가리지 않고 연속해 찍힌 사진들이었다. 산양의 모습이 너무 생생했다.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는 산양의 눈동자는 마치 내가 산양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이는 이 지역 전체가 산양 서식지로 풍력발전기가 설치되면 안 되는 곳임을 말하는 증거였다.

송재웅 사무국장은 환경부에 정보공개 청구를 했지만, KEI 등 검토기관의 검토의견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환경부가 무엇을 감추고 있는지 이상하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가 끝나면 관련 검토기관의 의견을 공개해왔다.

환경부는 왜 검토기관의 의견을 감추고 있는 것일까? 그 이유를 충분히 추론해볼 수 있었다. 환경부가 협의해준 AWP영양풍력발전사업은 이미 5년 전 ‘부동의’로 취소됐던 사업이다.

2017년 8월 2일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은 ‘환경부 대구지방환경청, 경북 영양 AWP 풍력발전단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부동의’ 협의 의견 회신’이란 제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환경부는 이 보도자료에서 “생태적 연결성이 뛰어난 낙동정맥과 다양한 멸종위기종의 서식지인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 등 환경적으로 보전가치가 우수한 산림지역을 대규모로 훼손해 풍력발전단지를 조성할 경우 회복할 수 없는 자연환경 훼손, 생태적 연속성의 단절 등이 우려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며, 사업대상지 남측에 이미 풍력발전단지 2개소가 운영 중이고, 2개소는 공사 중인 상황에서 동 사업을 시행할 경우 광범위한 지역에서 동물의 이동 제약 등 생태 단절 요인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부동의 사유를 밝혔다.

환경부가 ‘부동의’한 이후로 5년의 세월이 흘렀다. 2022년 현재 남측에 이미 88기의 국내 최대 풍력발전기가 밀집해 있다. 또 지난해부터 영양제2풍력 10기를 추가로 공사 중이다. 광범위한 동물의 이동 제약과 생태 단절 요인이 더 커졌다. 환경부가 AWP영양풍력발전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동의해주면 안 되는 사유가 더 커졌음에도 이상한 결정을 내린 셈이다.

환경부가 ‘부동의’했던 사업을 다시 ‘동의’해준 핑곗거리는 있다. 애초 계획인 풍력발전기가 27기에서 15기로 줄었다는 것이다. 환경부의 이런 논리에 따르면 대한민국엔 어디든 풍력발전기가 세워질 수 있다. 발전사업자가 처음에 풍력기를 부풀려 신청했다가 몇년 뒤 풍력기 몇 개 줄여 다시 신청하면 언제든 환경부는 동의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풍력기가 줄었다는 것은 환경부의 핑계일 뿐이다. 애초부터 환경부는 환경을 지키려는 의지가 없었다. 환경부가 의혹을 사지 않으려면 KEI와 국립환경과학원 등의 검토의견을 있는 그대로 공개해야 한다.

AWP풍력발전사업은 이제 산림청의 산지 전용과 지자체의 개발행위 허가 절차가 남았다. 환경부는 환경보전의 의지가 없는 부서임을 스스로 입증했다. 그렇다면 산림청엔 산림 보전 의지가 있을까? 영양군 스스로 지역의 환경을 지킬 의지가 있는지 또한 조만간 알게 될 것이다.

그동안 활용하지 않고 버려져 있던 고속도로변 경사면을 이용해 태양광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고 있다. 환경 훼손 없는 친환경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신재생에너지 대안은

대한민국의 국토 면적은 작다. 그렇기에 더더욱 환경 훼손 없이 신재생에너지를 설치해야 한다. 전기가 필요한 곳에 전기를 생산한다는 기본 원칙을 지키면 된다. 공장과 물류창고 지붕 위에 태양광을 설치하도록 하루빨리 법을 개정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OECD 평균의 7배나 될 만큼 고속도로가 많다. 고속도로와 철도의 경사면과 방음벽, 방음터널 위에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다.

최근 투명 유리 태양광이 개발됐고, 건축미를 살린 다양한 색과 디자인의 태양광이 개발되고 있다. 도심 건물 자체가 스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지금처럼 환경 훼손을 초래하는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은 오히려 신재생에너지의 확대를 막는 걸림돌이 될 뿐이다. 환경부와 산림청 그리고 지자체들이 소중한 산림과 지역 환경을 지키려는 본래의 역할을 되찾아야 할 때다.

글·사진 최병성 목사·환경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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