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의 맛’ 조상님 상 위에 다 있네…차례상 올라가는 지역 특색음식

이문수 입력 2022. 9. 5. 05:11 수정 2022. 11. 22. 15: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추석 먹거리] 차례상에 올라가는 지역 특색음식
바다와 먼 수도권, 통북어 등 건어물 올려
‘전남 홍어·경북 문어·충청 닭’ 빠지면 섭섭
경남 튀김류…제주선 쌀떡 대신 카스텔라

민족의 명절 추석(10일)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풍성한 한가위에 차례상이 빠지면 서운하다. 차례를 지낸다는 것은 한해 농사를 잘 마무리한 후 수확기 제철음식을 만들어 조상과 하늘에 감사드리는 예를 올리고 가족이나 이웃과 나눈다는 의미가 있다. 상 위에 어떤 음식을 올릴까는 나라법으로 딱 정해져 있지는 않다. 가까운 곳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음식재료가 자연스레 쓰이기 마련이다. 지역별로 특색 있는 차례상을 정리해봤다.


◆서울 등 수도권은 ‘건어물’ 강원은 ‘메밀’=바다와 다소 먼 지리적 특징 때문일까.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지역은 상대적으로 해산물이 덜 쓰인다. 다만 보관이 쉬운 건어물이 차례상에 자주 오른다. 특히 통북어는 차례상의 마지막을 장식할 화룡점정이다. 통북어가 올라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명태는 머리가 크고 알을 많이 낳는 생선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래서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산과 평야가 적당하게 어우러진 경기지역은 특히 떡과 고기산적이 풍성하게 차례상에 올라간다.

강원도는 영동과 영서간 지역 차이가 확연하다. 동해와 맞닿은 영동은 가자미·명태·대구·문어 등을 활용해 차례상이 꾸려진다. 산간지대가 주류를 이루는 영서에서는 감자·고구마·산나물이 많이 등장한다. 또 메밀이 많이 나는 까닭에 메밀전·메밀총떡·메밀떡만둣국이 하나의 명절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충청, 윤기 뽐내는 ‘닭 한마리’=닭은 새벽을 깨우는 가축이다. 그래서인지 선조들은 밝은 기운을 전해주는 상서로운 동물로 여겼다. 충청도에서는 푹 삶은 닭 한마리가 차례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통째로 삶은 닭 위에 달걀지단을 얹은 것을 계적이라고 한다. ‘꿩 대신 닭’이라고 했던가. 과거에는 꿩고기를 올렸는데 구하기가 쉽지 않아 지금처럼 닭고기가 차례상 위에 올라가게 됐다. 닭이 귀해 부담스러웠던 가정에서는 모양을 예쁘게 낸 삶은 달걀을 내놓기도 했다. 이밖에 파·고기·버섯 등을 긴 꼬치 형태로 묶어 기름에 지진 향누름적도 충청권을 대표하는 추석 음식이다.

서남해 앞바다서 잡혀 전남지역 주민 차례상에 올라 가는 ‘홍어’. 사진출처=일해수산


◆호남권 ‘홍어찜’이 빠지면 섭섭=전남에서는 집안이나 마을행사가 있을 때 절대 빠뜨리지 말아야 할 음식이 있다. 삭힌 홍어가 상에 올라가 있지 않으면 손님 접대가 소홀하다는 핀잔을 듣기 십상이다.

추석이나 설 차례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다만 추석보다는 겨울이 제철이라 설 명절 필수 음식으로 자리매김했다. 홍어가 향이 강하다는 이유로 병어를 올리는 집도 꽤 많다. 서해와 남해가 인접해 있고 평야지대가 드넓은 곳이라 지역색이 강한 차례 음식이 즐비하다. 무안 낙지호롱, 영광 모시떡, 신안 우럭·농어, 보성 꼬막도 각자의 개성을 뽐낸다. 내륙과 해안이 접해 있는 전북은 산과 들이 적당히 펼쳐 있어 고사리·더덕 등 산나물과 함께 육전·과일 등이 풍성하다.

경북 지역 차례상에 올리는 ‘문어’. 선비정신을 상징한다. 사진출처=인스타그램 @rika_limjiseon


◆경북 ‘문어선생’ 납시오=문어에서 문은 한자로 ‘글월 문(文)’이다. 또 자신의 몸을 숨기거나 적을 공격할 때 먹물을 뿌린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였을까. 안동을 중심으로 양반문화가 발달한 경북에서는 문어를 선비정신의 표상으로 여겼다.

문어가 잘 잡히는 경북에서는 ‘문어가 빠지면 차례를 지낼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예부터 문어를 ‘봉제사 접빈객(奉祭祀 接賓客, 제사를 받들 때 손님을 잘 대접한다는 유가의 덕목)’을 실행에 옮길 때 최고의 음식으로 쳤다. 동해와 인접한 터라 문어와 함께 다양한 해산물이 올라간다. 고등어·대게 등이 좋은 예다. 그 외에 상어고기를 토막 내 소금에 절인 후 숙성한 돔배기도 지역색이 뚜렷하다.

경남에서는 오징어 등을 이용한 각종 튀김류와 해물산적·도미·민어 등 다양한 생선요리가 차려진다. 사진출처 =인스타그램 @mean_jeong


◆경남, ‘튀김류’로 차례상을 다채롭게=추석을 앞두고 집집마다, 시장마다 튀김의 구수한 냄새가 진동하는 곳이 있다. 바다에 가까운 경남지역에서는 튀김류를 차례상에 올리는 전통이 전해 내려온다.

종류도 다양하다. 주로 해산물을 이용하는데 오징어·쥐포·새우튀김이 명절 분위기를 돋운다. 집에서 직접 튀김 음식을 장만하는 사람도 많으나 젊은층을 중심으로 시장에서 구매하는 이들도 꽤 있다. 튀김집 앞에 차례음식을 장만하려는 이들로 장사진을 이루는 까닭이다. 홍합·새우·소라·문어 등으로 이뤄진 해물산적도 지역이 자랑하는 추석 음식이다. 경남은 다른 지역과 견줘 생선 비중이 특히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고급 어종이 많이 올라갈수록 집안의 품격을 높여줄 수 있다는 정서가 자리 잡고 있다. 도미·민어·방어·조기·가자미와 같은 생선이 차례상을 가득 채운다.

밭작물이 발달한 제주는 쌀 대신 보리로 만든 떡을 주로 사용한다. 사진은 제빵기술 발달로 보리떡을 대체하고 있는 대형 카스텔라. 사진출처=외계인 방앗간


◆제주 ‘쌀떡보다 빵’=제주만큼 이색적인 차례상을 접할 곳이 있을까. 먼저 화산섬의 특성상 벼농사가 어렵다는 지역 특색을 고려해보자. 쌀을 재료로 하는 떡을 만들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제주 사람들은 전통적으로 보릿가루·누룩·설탕 등을 넣은 보리떡을 차례상에 올렸다. 이후 제빵기술이 보편화하면서 보리떡이 빵으로 대체되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추석을 앞두고 섬 전역에 생경한 풍경이 펼쳐진다. 제과점마다 ‘제수용 카스텔라·빵 주문 받습니다’라는 플래카드가 걸린다.

사면이 바다인 데다 온난한 지역이라 수산물이나 아열대 과일이 심심찮게 상에 올라간다. 수산물로는 옥돔이나 전복·오분자기, 과일로는 귤이나 바나나가 한 자리를 차지한다.

◇도움말=한식진흥원·한국국학진흥원·국립민속박물관

이문수 기자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