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비상] ③한국경제, 스태그플레이션 태풍권 들어가나

박용주 2022. 9. 4.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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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금리 원인..원자재가격 올라 기업에도 큰 도움 안 돼
경상수지·외환보유액도 우려..S의 공포 커져
정부 대응책 마땅치 않아..5일 재정·통화·금융수장 회동
스태그플레이션 (PG) [양온하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세종=연합뉴스) 박용주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금융위기급으로 치솟으면서 한국 경제에 암초로 부상하고 있다.

고환율이 고물가·고금리를 부르고 무역수지 등 대외지표에도 악영향을 미치면서 결국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으로 빠져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는 형국이다.

고환율, 고물가·고금리 촉발 요인

4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지난주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362.6원으로 한 주를 마감했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1일(1,379.5원) 이후 13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2008년 금융위기급으로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고환율은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원화의 가치 하락이 수입 물가를 끌어올려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로 7개월 만에 상승률 확대 행진을 끊어냈지만, 산유국들의 원유 감산 움직임과 우크라이나 사태 동향 등 대외변수의 방향성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고환율은 한은의 기준금리 결정 과정에서도 상승 압력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우리나라를 큰 폭으로 웃돌면 외국인 투자 자금 유출은 물론 원화 약세, 수입 물가 상승으로 국내 물가 오름세가 커지는 만큼 한은으로서는 기준금리 인상 압력을 더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27일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의 긴축 강화 지속 연설 직후 로이터통신과 인터뷰에서 "미국보다 금리 인상을 먼저 종료하기는 어렵다"고 발언한 바 있다.

[모멘트] 환율, 금융위기 후 첫 1,360원 돌파…1,362.6원 마감 [연합뉴스 자료사진] [THE MOMENT OF YONHAPNEWS]

환율 상승, 원자재 가격 상승 부담 요인…수출에 큰 도움 안 돼

과거와 달리 환율 상승은 우리 기업에도 큰 호재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일례로 달러로 유류비와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을 지급해야 하는 항공사들은 이미 고환율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국내 주력 산업인 메모리반도체 업계는 미국이 추가로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경우 하반기 업황 악화가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는 관측에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원유 도입 과정에서 대규모 채권을 발행하는 정유업계는 금리 인상에 따라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자동차 업계는 환율이 상승에 따른 매출 증가와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가 얽혀 득실을 따지기 어렵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원자재가격과 환율 변동이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원자재 가격과 원·달러 환율이 각각 10% 상승하는 경우 수입은 3.6% 증가하는 반면 수출은 0.03% 늘어나는 데 그친다고 분석한 바 있다.

원자재가격과 환율이 상승할 경우 수출보다 수입 증대 효과가 더 크다는 것이다.

고물가ㆍ고금리ㆍ고유가 (PG) [양온하 제작] 사진합성 · 일러스트

경상수지도 우려…스태그플레이션 진입 가능성↑

실제 8월 무역수지가 100억달러 가까운 적자를 내는 과정에서도 주범 중 하나로 환율이 지목되고 있다. 무역수지 적자가 심화돼 경상수지도 위험해질 경우 환율이 다시 상승하는 악순환의 고리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상황에선 대외신인도의 안전판 역할을 하는 외환보유액도 고환율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7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천386억1천만달러를 기록한 바 있다. 전월 말(4천382억8천만달러)보다 3억3천만달러 증가했지만, 전고점이었던 작년 10월 4천692억달러보다는 6.6% 감소한 수준이다.

고환율이 고물가·고금리를 부르고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 속에 물가만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은 최근 발표한 '스태그플레이션 경험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올해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2%대 초반까지 떨어지면 스태그플레이션에 진입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분석했다.

[그래픽] 수출입 추이 [연합뉴스 자료그래픽]

원화 약세 원인은 대외변수…정부 대응 쉽지 않아

현재로선 당국도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기 어려운 상황이다.

하이투자증권은 지난 2일 보고서에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 하는 원인으로 주요국의 긴축 강화 움직임과 엔화 가치 하락,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정책으로 인한 경기 우려 등 대외변수를 꼽았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을 찾기 위해서는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 해소가 절실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달러 강세 상황에서 외환보유액을 헐어 달러를 내다 파는 행위 역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국제통화기금(IMF) 위기 때는 무역수지 적자가 곧바로 경상수지 적자를 증폭시켰지만, 지금은 무역수지 적자와 경상수지가 다르게 나온다"면서 "전체적인 큰 틀에서는 국제기구나 미국 등 주요국에서 우리나라를 평가할 때 외환 건전성에도 문제가 없고 충분한 외화보유고도 있기 때문에 괜찮다(고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일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우리의 대외 재무 건전성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호 부총리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참석하는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가 5일 열린다.

참석자들은 외환시장 등 금융시장 전반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항 신선대 부두 야적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spee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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