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찬 없었다" VS "호텔이 광고효과 인정한 것"..'호캉스 말고 스캉스'에 주의

김동환 2022. 9. 3.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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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 MBN '호캉스 말고 스캉스'에 주의 의결
MBN 측 "협찬받지 않았기 때문에 장소 제공으로 스크롤 들어가, 일정 부분 촬영료 지불"
ENA 측 "장소 협조가 광고효과로 비칠 수 있다는 것 간과"
방심위 "촬영료를 조금 냈다고 해서 협찬받지 않은 게 되는 건 아니다"
MBN 예능프로그램 ‘호캉스 말고 스캉스’ 영상. MBN 영상 캡처
 
호텔 스위트룸을 배경으로 촬영해 9회 방송 후 지난 7월 종영한 종합편성채널 MBN 예능프로그램 ‘호캉스 말고 스캉스’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호텔 협찬으로 스위트룸을 과도하게 광고했다는 이유에서 프로그램 공동 제작사 MBN과 ENA에 ‘주의’ 처분을 의결했다.

방송법은 방송심의규정 위반 시 그 정도에 따라 권고·의견 제시·주의·경고 등 제재 조치를 규정하고, 제재를 받으면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 평가 및 방송사 재승인 심사에 반영된다.

장소 제공만 받았을 뿐 협찬은 아니라는 방송사 입장에 방심위는 ‘협찬 고지는 타인으로부터 방송프로그램의 제작에 직접·간접적으로 필요한 경비·물품·용역·인력 또는 장소 등을 제공받고, 그 타인의 명칭 또는 상호 등을 고지하는 것을 말한다’는 방송법 제2조 규정을 들어 이같이 결정했다.

앞서 방심위가 지난달 30일 공개한 ‘제28차 방송심의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같은 달 23일 방심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방송심의소위원회 임시회의에서 MBN 관계자는 “협찬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협찬 고지를 하지 않았고, 스크롤(자막)에 장소 제공으로 들어가 있다”면서 신규 프로그램 선정위원회를 거쳐 프로그램 내용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정민영 위원은 “‘처음부터 호텔 협찬을 절대 받지 않는다, 호텔은 메인 공간이지만 장소의 역할일 뿐 홍보 대상으로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씀하셨다”며 “(하지만) 프로그램을 보면 호텔 스위트룸을 보여주는 게 프로그램 주된 초점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에 관계자는 “스캉스라는 트렌드를 다뤄보고 싶었다”며 “다루는 면에서 신중하지 못했고 미숙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정 위원의 제작 소요시간 질문에는 “24시간을 찍었다”며 “장소 협조를 받아 저희가 일정 부분 촬영료를 지불하고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뉴시스
 
호텔 1박 숙박료에 해당하는 촬영료를 냈는지가 관건이었는데, 정 위원은 “숙박료를 지불하지 않고 촬영료를 조금 냈다고 해서 협찬을 받지 않은 게 되는 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자 MBN 관계자는 “제작진이 협찬 개념을 조금 잘못 알고 있을 수도 있는데 장소 협조를 받은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며 “금전 이익이나 도움 되는 그런 것들은 없었다”고 답했다.

정 위원은 “스위트룸 (숙박료가) 1000만원 넘는 것처럼 나오는데 방송사에서 지급하거나 이런 것은 전혀 없는 것 아니냐”며 되물었고, 관계자는 촬영료로 호텔 한 곳당 200만~400만원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윤성옥 위원은 MBN의 ‘경비 협찬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에 “호텔이 왜 무료로 (장소를) 제공했겠느냐”며 “결국 호텔이 (방송을 통해) 광고효과가 충분히 있다고 인정한 것 아니냐”고 물었다.

이광복 위원장은 “(방송사에서는) 협조·협찬이 다른 것으로 말씀하셨는데 정의를 잘 모르는 것이거나, 막말로 말장난밖에 되지 않는다”며 “그분(호텔 관계자)들은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고 촬영에 응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당연히 내야 될 돈을 안 내고 ‘촬영에 따른 비용을 지불했으므로 협찬이 아니다’라고 한다면, (앞으로는) ‘내야 될 돈을 안 낸 게 협찬 받은 것’이라고 인식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프로그램 공동 제작사 ENA 측은 방심위에 보내온 서면 진술서에서 “제작 시 호텔 협찬을 받지 않고 촬영료를 지불하고 진행했다”며 “장소 협조 자막은 관행적으로 노출한 것이지만, 장소 협조 역시 광고효과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디테일한 정보를 주고자 한 부분이 다소 홍보로 비칠 오해의 소지를 제공한 것 같다”며 “차후 프로그램 기획·제작 시에는 부적절한 광고효과를 줄 수 있는 정보에 신중히 접근해 제작에 임하겠다”고 전했다.

위원들은 논의 끝에 ‘주의’ 3인에 ‘권고’ 1인으로 최종 주의 의결을 내렸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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