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 왜 이러나..논란에 삭제하기 바쁜 SNS 홍보물 보니
농림부·서울시도 일본 상징 이미지 활용으로 뭇매
교육부, '백신 접종하고 떡볶이 먹자'·'엉터리 태극기'
노동부, 야근 권장하는 듯 '야근송' 소개해 도마에
"우리가 젓가락 사용해 밥이나 국을 먹나요? 일본 식문화 아닙니까?"
최근 기획재정부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이른바 '무지출 챌린지'를 전개했다가 비난 여론에 휩싸여 관련 글을 삭제했다. 고물가 시대에 허리띠를 졸라매는 국민의 마음을 헤아리려는 취지는 이해한다 쳐도, 내수와 소비를 촉진해 경기를 살려야 할 경제부처가 오히려 소비를 억제하는 캠페인을 진행했으니 논란이 될 만했다.
그런데 이 챌린지가 뭇매를 맞은 이유는 또 있다. 일부 커뮤니티와 SNS 등 온라인에선 기재부가 올린 일러스트가 "일본 식문화를 담고 있다"며 문제제기를 했다. 카드뉴스 형식으로 올린 그림 중 '젓가락을 들고 국을 마시는 모습'이 담겼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우리의 식문화가 아니다"라며 비판했다. 일본에서는 밥그릇을 들어 젓가락을 이용해서 먹고, 국 역시 숟가락으로 떠먹기보다는 마시는 식문화를 보여준다. 우리의 식문화는 다르다. 밥 혹은 국그릇을 상 위에 그대로 두고 숟가락으로 떠서 먹는다. 반찬을 먹을 땐 젓가락을 사용한다. 만약 밥·국그릇을 들거나 젓가락으로 먹을라치면, 어른들에게 "밥상예절에 어긋난다"는 꾸지람을 듣기 일쑤였다.
물론 '국의 건더기를 젓가락으로 건져 먹을 수 있지 않느냐'는 이들도 있겠지만, 다른 곳도 아닌 공공기관에서 괜한 논란거리를 제공할 필요가 있을까. 이를 문제 삼은 한 네티즌은 "공공기관의 SNS계정 등 온라인 채널에선 꼭 한 번씩 '친일' 논란의 소지를 제공한다"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행보를 지적했다.
공공기관이 '일본문화' 그대로 담아 홍보
이 같은 비판 여론은 공공기관들의 전적이 있어서다. 2년 전에도 일본문화를 담은 듯한 일러스트 때문에 홍역을 치른 곳이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0년 11월 7일 입동을 맞아 관련 그림을 공식 SNS에 올렸다가 하루도 안 돼 삭제했다. '입동이 지나면 김장도 해야 한다'는 속담을 소개하면서 일본식 난방기구인 '코타츠(炬燵)' 그림을 게재해 엄청난 비난이 쏟아져서다. 탁자 밑에 난로 등을 두고 이불이나 담요를 덮어둔 게 코타츠다.
온돌로 바닥이 따뜻한 한국에선 코타츠가 굳이 필요하지 않다. 요즘에는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서 전기담요 등 형태로 변형된 코타츠가 판매되고 있다. 하지만 아랫목에서 이불 깔고 옹기종기 모여 있던 예전 우리네 모습과는 다르다.
그러자 당시 농림부 SNS에는 "여기가 일본이냐, 일본의 농림부라 불러야 할 판" "한국에서 코타츠가 웬 말이냐" "김장은 언급하면서 코타츠 이미지를 쓰다니" 등으로 논란이 확산됐다. 농림부는 결국 해당 그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농림부는 "오전에 업로드된 콘텐츠 이미지에 문제가 있음을 알게 돼 콘텐츠를 재업로드하게 되었다"며 "저희의 부족으로 불쾌함을 드려 죄송하다. 앞으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데 있어 더욱 주의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농림부는 타코츠 대신 김장을 연상케하는 그림을 다시 올렸다. 김장 재료인 배추와 무, 고추, 파, 마늘, 고춧가루 등이 항아리 속에 담기는 그림이었다. '입동, 겨울이 시작되는 날'이라는 문구가 잘 어울리는 이미지였다. 그림을 교체하자마자 반응이 몰려왔다. 농림부 SNS계정에는 "이게 한국의 겨울이지. 농림부면 더욱더 김장 그림을 올리는 게 의미가 있는 거다", "진작에 김장이란 문구에 맞춰 관련 그림을 사용하면 됐을 텐데 한심하다", "실수를 해야 고치는 게 일상인 K정부" 등의 댓글이 달렸다.
문제의 코타츠 일러스트는 이미 다른 공공기관에서 사용했던 게 알려져 논란은 가중됐다. 2019년 12월 경기도는 공식 블로그에 해당 그림을 활용해 '겨울철 독감 예방 건강관리법'을 소개했다. 또 국립국어원은 온라인 소식지에 띄어쓰기를 소개하면서 해당 그림을 썼다. 당시에는 논란이 되지 않았지만 농림부가 도마에 오르면서 덩달아 뭇매를 맞았다.
이들 공공기관은 어떻게 같은 그림을 사용할 수 있었을까. 해당 그림은 이미지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에서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구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도 최근 비슷한 이유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달 30일 재개장한 광화문광장을 기념하기 위해 제작, 버스정류장에 설치한 대형 일러스트를 철거하는 작업을 펼쳤다. 조선총독부 건물과 함께 일장기를 연상케 하는 붉은색 둥근 원이 그려져 있어서다. 해당 일러스트는 일제강점기 시대 광화문 광장을 그린 것으로, 서울시는 청년 디자이너와 협업해 4개 시기(조선 시대·일제강점기·2009년·2022년)에 걸친 광화문 전경을 담았다.
하지만 시민들의 공감을 얻지는 못했다. 이날 오전부터 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그림에 대해 논란이 불거졌고, 이것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비난 여론이 일었다. 서울시는 "아픈 역사를 넘어 극복과 변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다. 결국 이날 오후 해당 일러스트를 철거하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저 그림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 "조선총독부를 소환하다니 선을 넘었다", "지금 어느 시대에 살고 있는 건가, 일본식민지로 돌아간 거냐" 등 날 선 비판이 오갔다.
국민의 세금을 허튼 곳에 쓴 것도 모자라 삭제하고 철거하며 낭비한 셈이다. 주부 이미영(43)씨는 "공공기관에서 예전부터 비슷한 일들이 계속 벌어지고 있지만, 정작 시정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국민 '공감능력' 떨어져 욕먹은 노동부·교육부
"(코로나19) 백신 맞고 다음엔 꼭 같이 떡볶이 먹는 거다!"
지난 1월 7일 교육부가 공식 블로그, SNS 등에 올린 백신 관련 인터넷만화(웹툰)에 학부모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떡볶이를 먹으러 간 친구들이 포장해서 나온 이유는?'이라는 제목의 12컷짜리 웹툰은 청소년들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듯한 내용이었다. 당시만 해도 청소년 자녀들에게 백신을 맞혀야 할지 걱정하는 학부모들이 많았던 때라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해당 웹툰은 국민적 정서를 공감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으며 논란의 대상이 됐다. 교복을 입은 두 명의 여학생을 등장시켜 '친구와 떡볶이를 먹으려면 백신을 맞아야 한다'는 식의 다소 황당한 취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웹툰 속 여학생의 멘트가 당시 방역당국이 주장한 내용을 그대로 전달할 뿐이어서 논란은 가중됐다.
심지어 당시 법원은 학원이나 독서실, 스터디카페 등에 대한 정부의 청소년 방역패스에 대해 제동을 건 상태였다. 정부는 식당·카페 등에 대한 청소년 방역패스를 두 달 뒤부터 실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청소년의 학습 자율권을 침해한다는 취지로 학부모단체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여 학부모 측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해당 시설에 대한 방역패스 적용은 잠정적으로 중단됐었다. 이러한 상황은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 백신 접종에 대해 혼선을 줄 수밖에 없었다.
청소년 백신 접종이 더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교육부가 해당 웹툰을 SNS 등에 올린 것도 백신 접종을 독려하기 위한 것 아니겠느냐는 해석도 있다.
웹툰의 내용은 이랬다. 두 여학생이 떡볶이 가게에 들어가자 식당 주인이 백신 접종 여부를 묻는다. 한 여학생이 "아직 백신 안 맞았다"고 하자, 식당 주인은 "그럼 포장해가라"고 했다. 떡볶이를 포장한 학생들의 대화가 이어진다. "백신 부작용이 무섭다"는 친구에게 백신 접종을 한 여학생은 "청소년 백신 부작용은 10만 명당 300여 건으로 성인보다 빈도가 낮다" "백신 맞아도 감염은 될 수 있지만 중증 예방 효과가 크다고 들었다" 등 그간 방역당국이 주장한 내용을 전달했다.
하지만 여론은 싸늘했다. 네티즌들은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부처가 백신 접종하라고 부추기는 게 말이 되냐", "떡볶이 먹으려고 백신 맞아야 한다는 거냐", "아이가 백신 접종 후 부작용 생기면 교육부가 책임질 것이냐" 등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현재 해당 웹툰은 교육부 블로그와 SNS계정 등에서 찾아볼 수 없다. 논란이 불거진 후 삭제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의 '웹툰 사고'는 또 있었다. 2016년 11월 28일 공식 SNS에 국정 역사교과서 홍보를 위해 웹툰 형식의 카드뉴스를 올렸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다른 것도 아닌 웹툰 속에 그려진 태극기가 오류투성이었다. 태극기의 괘인 '감'과 '리'를 잘못 그린 태극기가 두 곳이나 발견된 것이다. '엉터리 태극기'가 삽입된 웹툰도 문제지만, 이를 제대로 감수하지 않고 버젓이 게재한 교육부에 "태극기도 못 그리는 교육부" "실수가 아닌 무식한 거다" "태극기 하나도 못 그리면서 무슨 교과서를 만드느냐" 등 질타가 쏟아졌다.
그러자 교육부는 그 다음 날 사과문을 올렸다. "태극기 오류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앞으로 재발하지 않도록 유의하겠다"고 했다. 해당 카드뉴스는 교육부가 외부업체에서 의뢰해 제작했지만 제대로 감수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교육부는 태극기를 수정한 카드뉴스를 올렸지만 결국 삭제했다.
아울러 해당 웹툰이 200만 원짜리 홍보물이었던 사실이 알려져 국민들을 뒷목 잡게 했다. 교육부는 당시 한 달여간 총 6편의 웹툰을 공개할 목적으로 계약을 했고, 총 계약비용만 1,300만 원 이상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한 편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돈만 축낸 셈이다.
고용노동부도 뜬금없는 '야근송'을 추천하는 글로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 6월 28일 공식 SNS에 '칼퇴를 잊은 사람들에게 야근송'이라는 블로그 글을 링크해 올렸다. 노동부는 "어차피 해야 할 야근이라면 미뤄봤자 시간만 늦출 뿐! 에너지 부스터 같은 야근송 들으며 얼른얼른 처리하자"는 내용 등이었다. 노동자들의 법정근로시간 준수를 위해 앞장서야 할 노동부가 야근을 권장하는 듯한 글을 올릴 수 있느냐는 비판이 따라왔다. 노동부는 즉시 블로그와 SNS 글을 비공개, 삭제 처리했다.
공공기관들이 SNS 등 온라인을 활용한 홍보를 가볍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일부 공공기관에선 온라인 홍보를 외주에 맡기는 등 신중한 접근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사실 온라인은 콘텐츠에 대한 반응이 빠르고 신랄하기 때문에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분야임에도, 공공기관에선 여전히 온라인 홍보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달 15일 광복절 77주년을 기념해 국가철도공단이 제작한 SNS 콘텐츠도 공분을 샀다. 광복절의 의미를 되새긴 글과 함께 사용된 이미지 탓이었다. 태극기, 무궁화, 열차 등이 그려졌는데 열차 이미지가 일본 후지산을 배경으로 한 일본고속열차인 신칸센이라는 지적이 나와서다. 철도공단 측은 16일 부랴부랴 사과문을 게재했지만, 광복절에 일본을 상징하는 이미지를 사용한 건 비난받기에 충분했다.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어떻게 대한민국 공공기관에서 광복절 콘텐츠를 만드는 데 이런 실수를 할 수 있느냐"며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격분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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