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친 집값의 배신.. "재앙 대비하라" 말까지 나오는 불길한 징조

차학봉 부동산전문기자 2022. 9. 3.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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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학봉기자의 부동산 봉다방>
미국 집값 하락세로 전환, 새너제이 등 10% 하락 지역도
올해 16% 상승 전망, 골드만삭스는 내년 1.8% 오를 것
리먼쇼크 적중 쉴러 교수, "재앙을 고려해야할 시기"
피치는 15% 하락 가능성 경고, 주택구입지수 33년만에 최저치

골드만삭스는 작년 10월 올해 미국 집값이 16%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해 20% 상승한 집값이 올해도 폭등할 것이라고 전망한 근거는 공급 부족,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이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주택이 헷지수단이기 때문에 계속 오를 것이라고 했다. 연준이 고물가에 대응해 금리를 올렸지만, 케이스쉴러 지수 기준으로 6월 집값은 18%(연간) 올랐다.

‘역시 골드만삭스’라는 평가가 나왔다. 집값 상승론을 떠받치는 이론은 탄탄했다. 리먼쇼크 때와는 달리 모기지 대출 심사가 엄격해졌고, 미국의 고정 금리 대출비율이 80%를 넘는다. 임대료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 금리가 폭등해도 고정 금리로 대출 받았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집을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미친 집값의 배신, 미국도 급락세

몇 달전만 해도 금리인상에도 “부르는 게 값”이라는 말이 나오던 미국 집값도 하락세로 돌아섰다. 모기지 데이터 분석회사 블랙나이트 조사에서 7월 미국 주택 가격이 전월 대비 0.77% 하락했다. 이는 월간 기준 3년 만에 첫 하락이다. 2011년 1월 이후 최대 낙폭이다. 블랙나이트는 “수치상으로 보면 낙폭이 큰 것 같지 않지만, 새너제이(-10%), 시애틀(-7.7%), 샌프란시스코(-7.4%), 샌디에이고(-5.6%), 로스앤젤레스(-4.3%), 덴버(-4.2%) 등 주요 중서부 도시에서 몇 달 사이에 주택 가격이 크게 하락했다”고 밝혔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질로우도 7월 미국 주택가격이 전월보다 0.1% 하락했다고 밝혔다. 질로우 조사에서 월간 가격이 하락한 것은 2012년 이후 처음이다.

부동산정보 레드핀은 7월 구매계약 중 취소 비율이 16% 달한다고 밝혔다. 미 상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신규주택 판매는 계절 조정·연간 환산기준으로 51만1000채로, 2016년 1월 이후 8년 6개월 만의 최저치이다. 주택시장이 침체되는 징후가 곳곳에서 튀어나오고 있다.

◇골드만삭스, 내년 1.8% 상승

로이터가 30명의 부동산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올해 미국 평균 집값은 평균 14.8% 상승할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20% 안팎 상승한 상태이다. 하반기로 가면 집값이 일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미국 주택 가격이 과대평가돼 있다고 봤다. 미국 평균 집값을 1부터 10까지의 척도로 평가하라는 질문에 26명이 8로 평가했다. 1은 매우 저렴하고 5는 적정하고 10은 매우 비싸다이다. 4명의 전문가는 10으로 평가했다.

응답자의 30%는 향후 2년 동안 한자리 수 하락을 전망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몇 년에 걸쳐 가격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고 했다. 미국 집값이 두자리 수로 하락한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였으며, 2007~2009년에는 30% 정도 하락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신규 주택 판매(22% 감소), 기존 주택 판매(17% 감소)가 급감하고 내년에도 신규 주택 판매(8% 하락), 기존 주택 판매(14% 하락)가 줄어드는 등 주택시장의 침체를 전망했다. 시장 침체의 이유는 금리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곡물과 유가가 폭등하면서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빨라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올해 4차례 올라 연초 0.25%에서 2.5%까지 인상됐다. 시장은 연말 금리를 3.5~4%로 예상하고 있다. 모기지 금리는 작년말 3%에서 6% 전후로 치솟았다.

그러나 골드만삭스는 내년도 집값이 소폭이지만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보고서에서 2023년 1.8% 2024년 3.5%, 2025년 3.8% 집값이 각각 오를 것이라는 전망치를 제시했다

◇노벨상 수상자 재앙 가능성 경고

미국 캘리포니아주 헤스페리아의 신축 주택들 주변에 매매 광고판이 세워져 있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7월 기존주택 매매 건수가 전월보다 5.9% 감소한 481만 건(연율)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0.2% 급감한 것이다./연합뉴스

미국의 전문가 다수는 주택가격 조정은 있어도 주택시장 붕괴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2000년대 금융위기와 2008년의 리먼쇼크를 예측한 것으로 유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최근 주택버블 붕괴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는 최근 야후파이낸셜과의 인터뷰에서 “주택거래와 주택인허가 건수가 감소하고있다. 여러 조짐이 있는데, 재앙(버블붕괴)이 아닐 수도 있지만, 재앙을 고려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지금 상황이 매우 닮아 보인다. 그때와 비슷할 정도로 경제 상태가 나쁘다. 부동산 가격은 하락하기 시작했다. 무언가 큰 사건이 일어날 수 있는 징조가 나타나고 있다”고도 했다.

쉴러 교수만 부동산 비관론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신용평가기관인 피치는 미국 주택 거래량이 최악의 경우 현재보다 30% 이상 감소하고, 주택 가격은 10%~15%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Moody’s Analytics)에 따르면 413개 지역 최대 시장 중 183개 지역의 주택은 25% 이상 ‘고평가’ 돼 있다. 주택구입능력지수(Housing Affordability Index)는 지난 6월 98.5로 1989년 이후, 33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의 집값이 폭락할 경우, 리먼쇼크 때처럼 세계 경제위기로 전이돼 한국 집값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미국 등 글로벌 주택 시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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