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보니] 김건희 여사 일정, 직전 영부인과 비교해보니..

전준홍 2022. 9. 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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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김건희 여사의 팬클럽을 통해 기밀 사항인 대통령의 외부 일정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같은 날, 김 여사가 수해 현장에서 비공개 봉사활동을 해온 사실이 언론에 뒤늦게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과 대통령 부인의 공식적인 일정과 행사가 공적으로 관리되지 못하고, 또 사후적으로라도 투명하게 공개되거나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됐습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조용한 내조'를 내세우며, 제2부속실을 폐지하고, 역할도 축소하겠다고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김 여사도 작년 12월 기자회견을 통해 '아내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즉 영부인으로서의 역할을 최소화할 것이기 때문에 보좌하는 조직을 별도로 두지 않겠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일부 누리꾼들은 "제2부속실을 없앤다고 하더니, 영부인 일정은 더 많은 것 같다"며 비판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정말 대통령 취임 이후 영부인의 활동이 줄었는지, 제2부속실 폐지 결정이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흐름인지〈알고보니〉가 국내외 사례를 확인해 분석했습니다.

김건희 여사, 과거보다 영부인 일정 줄였나?

<알고보니>는 대통령 취임 후 '언론에 공개된' 김건희 여사의 일정을 취합했습니다. 내용은 공개되지 않고 "일정이 있었다"고만 알려진 경우도 포함시켰습니다. 이같은 기준으로 집계한 결과 취임일인 5월 10일부터 지난 8월 25일까지 110일 동안 김건희 여사의 일정은 모두 34개였습니다.

첫 일정은 윤석열 대통령과 함께 한 국립현충원을 참배입니다. 이어 김 여사는 취임식에 참석하고 다음 날에는 용산 집무실로 첫 출근을 하는 윤석열 대통령을 배웅하는 모습이 공개됐습니다. 취임 후 약 한 달 동안 김건희 여사는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과 동반으로 공식 일정을 소화했습니다. 주말에 전통시장과 백화점을 방문하고(5월 14일), 방한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영접하는 등(5월 21일) 영부인으로서 일반적인 공식 행보를 이어갔습니다. 이를 두고 '세 걸음 뒤 조용한 내조'라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6월 김건희 여사의 단독 일정

그런데 김여사는 취임 한 달이 지난 시점부터, 대통령과 동반하지 않는 단독 행보를 시작했습니다. 6월 13일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 참배와 권양숙 여사를 예방하는 일정을 시작으로, 14일에는 여당 중진 의원 부인 11명과 오찬을 했고, 16일에는 이순자 여사 예방, 17일에는 김정숙 여사를 잇따라 만났고, 18일에는 심정민 소령 추모음악회에 참석해 연설까지 했습니다. 다시 23일에는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손명순 여사를 예방했습니다. 이처럼 6월 한 달 동안 외부에 확인된 김건희 여사의 단독 일정은 7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 여사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사적 수행'을 한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논란이 불거지자 윤석열 대통령은 "공식적인 수행이나 비서팀이 전혀 없기 때문에 혼자 다닐 수도 없고, 방법을 알려달라"라고 반박했습니다. 해명을 위한 말이었지만 이는 한편으로,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활동에 비해 대통령실의 공식적인 지원이 부족하다는 점을 시인한 발언이기도 합니다.

김건희 여사와 같은 기준으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배우자인 김정숙 여사의 초반 110일 동안의 일정을 집계한 결과 총 30개였습니다. 김건희 여사의 일정이 조금 더 많았습니다. 해당 기간 동안 한미 정상회담과 국제회의 참석, 또 재해로 인한 대민 봉사 등 두 여사가 보여준 일정의 성격은 비슷했습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의 약속과 취임 초기와 달리, 김건희 여사의 지난 110일 동안 대통령 배우자로서의 행보는 이전 영부인 수준 이상으로 활발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부인 일정 과거엔 투명하게 공개했다?

청와대 홈페이지의 '영부인 소식'란

일정의 개수와 내용만을 놓고 볼 때 김건희 여사의 활동은 이전 영부인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공개되고 기록으로 남겨지는 측면에서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김정숙 여사는 제2부속실이 보좌하고 청와대 홈페이지에 영부인의 소식을 전하는 게시판을 운영했습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는 김정숙 여사를 소개하는 란을 만들어놓고, 영부인 일정을 기록하는 별도의 메뉴를 만들었습니다. 김정숙 여사의 '공개된' 일정에 대해 사진과 동영상 및 어떤 행사였는지 상세히 소개하고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해당 기록물 수는 180개에 달합니다.

반면 현재 용산 대통령실 홈페이지에는 김건희 여사의 공식적인 소개란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김건희 여사의 일정과 소식도 국가기관을 통해 공식적으로 공개되기 보다는 언론의 취재를 통해 뒤늦게 알려지거나, 심지어 팬카페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지난 23일, 김대기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대통령실 직원 400명 넘는다”라며 김 여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제2부속실 설치' 대신 관저팀을 운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TBS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제2부속실은 영부인으로서 고유 업무나 일정 요청 등이 오면 일정을 검토하고 메시지 요청이 오면 메시지를 검토하는 공식 비서실인 반면, 대통령 내외가 거주하는 관저에서 식사와 청소, 세탁 등 일종의 살림을 하는 팀이 관저팀"이라며 "성격도 다르고 하는 역할도 다르다"고 제2부속실의 공식적인 일정과 공적 메시지 관리 기능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제2부속실은 폐지했지만, 영부인으로서 김 여사의 공개 일정은 오히려 더 늘어 이른바 '조용한 내조'가 지겨켰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또한 영부인을 보좌하고 메시지를 관리할 전문 조직이 없다보니 대통령 배우자의 공식 일정이 바로 공개되거나 공식 기록으로 남겨지지 않고, 심지어 대통령 집무실 사진 등이 사적 경로를 통해 공개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언론에 공개된 일정 외에 김건희 여사의 비공개 일정은 더 많았다는 지적도 나왔습니다. 서울경찰청에서 생산한 공공기록물 목록을 확인한 결과, ‘여사님 주요행사 관련 근무인원 동원보고’라는 문건이 지난 5월 10일 대통령 취임 이후 100일 동안 25개가 검색됩니다. ‘여사님’은 통상 영부인을 의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부인 관련 행사의 경찰 동원을 기록한 보고서로, 정보공개법상 원문은 비공개지만, 적어도 25번 이상 경찰이 동원된 영부인의 외부 행사가 있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보고서의 생성일을 보면 상당수가 김건희 여사의 공개 일정이 없는 날인 것으로 돼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같은 기간 동안 올라온 '여사님 문건'은 9개였습니다. 다만 문건의 내용을 확인할 수 없는 이상, 경찰 동원 횟수와 보고서 생성일 정보만으로 "현재 영부인이 과거보다 비공개 일정이 더 많았다"라고 단정 짓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후 110일 동안 서울경찰청의 '여사님 문건'

프랑스, '영부인 지위와 업무' 규정 만들어

우리나라의 제2부속실 같은 영부인 보좌 조직을 없애는 게 국제적으로 일반적인지도 확인해봤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대통령 배우자를 위한 전담 조직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배우자의 지위와 업무에 관한 세부 규정도 제정했습니다. 프랑스의 대통령실인 엘리제궁 홈페이지에는 브리지트 마크롱 여사를 소개하는 별도의 코너가 마련돼있고, 그의 출생과 직업, 공적 활동과 의무 등이 소개돼 있습니다. 또한 브리지트 여사에게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도 안내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대통령실 홈페이지에 대통령만 소개돼 있는 것과는 대조적입니다.

프랑스 엘리제궁 홈페이지의 영부인 관련 별도 코너

미국도 '퍼스트레이디실'을 운영합니다. 백악관 사이트에서는 질 바이든 여사의 공식 SNS를 소개하고 있는데, 이곳에서 영부인의 공개 일정 사진 및 동영상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미국 영부인실에는 비서실장을 포함해 11명의 직원이 일합니다. 공보와 홍보 비서가 따로 있으며 대변인까지 두고 있습니다.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부속실의 존재가) 문제를 최소화하고, 문제가 발생해도 그 책임 소재를 명확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며 대통령 배우자와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부서와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정리하면, 김건희 여사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소화한 일정은 김정숙 여사에 비해 결코 적지 않았습니다. 제2부속실을 폐지하는 이유로 내세웠던 대통령 배우자의 '조용한 내조'와는 거리가 먼 것입니다. 영부인은 선출된 권력이 아니지만 세금으로 경호와 예우 등 공적 지원을 받는 공인입니다. 해외 선진국은 물론 우리의 선례를 참고해서라도 대통령의 배우자로서 하는 공적인 활동들은 제도적 관리와 감독을 받고,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 글/구성: 박호수

※ [알고보니]는 MBC 뉴스의 팩트체크 코너입니다.

(전준홍jjhong@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zoomin/newsinsight/6404379_2912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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