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 몽골 소녀 어르헝, 배구로 코리안 드림
유튜브 영상을 통해 김연경과 한국 V리그를 지켜보며 배구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꾸던 몽골 소녀는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에 날아왔다. 한국에서 새로운 가족을 얻었고, 5일 열릴 KOVO(한국배구연맹) 여자부 신인 드래프트의 유력한 1순위 지명 후보로 꼽히고 있다. 목포여상 3학년 체웬랍당 어르헝(18)의 이야기다.
1일 목포에서 만난 어르헝은 “드래프트를 앞두고 떨리기도 하지만 한국에서 프로 선수가 되겠다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고 했다. 미들 블로커(센터) 포지션에서 뛰는 어르헝은 키가 194.5㎝다. V리그에 데뷔하면 김연경(192㎝)을 제치고 여자부 역대 최장신 국내 선수로 기록된다. 어르헝은 현재 한국 귀화를 추진 중이다. 귀화 신청 후 승인이 완료되지 않았어도 모든 구단이 동의하면, 국내 선수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기회를 얻었다.
어르헝은 큰 키에서 나오는 높은 블로킹이 강점이다. 정진 목포여상 배구부 감독은 “한 발로 점프를 뛰어 스파이크를 때리는 능력도 뛰어나다”고 했다. 느린 발이 단점이지만, 정진 감독은 “프로팀에선 리시브와 토스가 고교 수준보다 안정적이기 때문에 약점보다 장점이 부각될 것”이라며 “입단 즉시 주전으로 뛸 자질이 충분하다”고 했다.
어르헝이 배구를 시작한 건 불과 5년 전이다. 고교·대학교 등에서 농구 선수를 했던 부모님과 언니, 오빠와 달리 어르헝은 운동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한다. 큰 키를 타고난 딸이 운동을 하길 바란 어머니의 권유로 배구를 시작했다. 마침 딸의 신인 드래프트를 지켜보기 위해 한국을 찾은 어머니 댐베렐 오란치맥(56)씨는 “내가 김연경을 너무 좋아해서 딸도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고 했다.
취미로 시작한 배구에 두각을 드러냈지만, 몽골엔 프로팀이 없었다. 그래서 한국행을 알아봤고, 정진 감독과 연이 닿아 2019년 12월 한국에 왔다. 어르헝은 “한국 말고 다른 나라는 생각도 안 해봤다. 한국 V리그를 보면서 나도 저기서 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어르헝은 한국에서 ‘새 언니’가 생겼다. 목포여상 선배인 국가대표 세터 염혜선(31·KGC인삼공사)이 어르헝의 귀화와 프로 입단을 돕고자 그를 입양하도록 자신의 부모님을 설득해 지난해 8월 두 사람은 자매가 됐다. 어르헝은 “좋은 기회였지만 친어머니가 허락하실까 걱정됐다”고 했다. 어르헝의 어머니도 처음엔 난색을 표했지만, 딸의 미래를 위해 결국 승낙했다. 어르헝의 어머니는 “지난해 10월 딸이 무릎 수술을 받았을 때 한국 어머니가 서울과 목포를 오가며 친딸처럼 아껴주는 모습에 안심이 됐다”고 했다.
지금 어르헝에게 배구보다 더 어려운 것은 귀화 면접이다. 귀화 신청 후 두 번의 기회 내에 면접을 통과해야 하는데 지난 3월 한 차례 떨어졌다. 어르헝은 “개명하려면 어떤 기관에 가야 하는지 같은 행정 절차에 대한 질문들이 어려웠다”고 했다. 9~10월 중 두 번째 면접을 볼 예정인 어르헝은 올해 내에 귀화 절차를 끝내는 걸 목표로 삼고 있다. 올해 귀화를 하지 못하면 프로팀과 계약하고도 한국 국적을 얻을 때까지 V리그 데뷔가 미뤄진다. 발음은 어눌하지만 한국말로 의사소통에 큰 무리가 없는 어르헝은 “요즘은 배구 하는 시간 말고는 귀화 준비를 위한 책을 열심히 보고 있다”고 했다.
어르헝의 행선지는 1순위 우선 지명권을 가진 신생팀 페퍼저축은행이 될 가능성이 크다. 어르헝은 “꼭 1순위 지명을 받아 나의 자질을 인정받고 싶다. 김연경, 양효진 선배처럼 팬들이 봤을 때 한 방을 기대하게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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