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탱크 줄게, 트럭 다오"..우크라 부대, 텔레그램으로 무기교환

이현택 기자 2022. 9. 2.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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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독립기념일을 맞은 지난달 21일(현지 시각) 수도 키이우 시내에서 군인들이 노획한 러시아제 탱크를 점검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우린 약간 파손된 T-72 탱크 한 대가 남는다. 군용 트럭 및 저격총 2정을 줄 수 있나.”

러시아와 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크라이나군의 최전방 부대들이 부족한 무기와 장비를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한 ‘중고품 물물 교환’ 방식으로 자체 조달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보도했다. 군 보급은 통상 상급 부대가 전투 상황과 무기 재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지휘·명령 체계를 통해 진행한다. 하지만 워낙 물자가 부족하고 격렬한 전투가 곳곳에서 벌어지다 보니 일선 부대가 윗선 지휘를 기다릴 틈 없이 현장에서 자급자족하는 것이다.

교환 대상 무기·장비는 소총에서 미사일까지 다양하다. 우크라군 93기갑연대 소속인 군인 즈메이는 “탱크는 물론이고 대전차미사일, 지대공미사일, 발사대 등 다양한 무기를 거래한다”고 말했다. 일부 부대에서는 포신이 손상된 탱크에 물물 교환으로 얻은 박격포와 기관총을 설치하는 ‘맥가이버식’ 개량 작업으로 아예 새 무기를 만들기도 한다.

교환되는 무기는 러시아군으로부터 얻은 것이 대부분이다. 일부 부대의 경우 현재 사용 무기의 80%가 러시아군에서 빼앗거나 길거리 등에 버려진 것을 주워 재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보급이 부족한 부대는 이런 획득 무기를 상급 부대에 보내지 않고 현장에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알렉스라는 이름의 군인은 “수도 키이우에 있는 본부로 노획한 무기를 보내봤자 (나중에 필요할 때) 다시 받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말했다.

야전부대 간 무기 교환은 최근 전황이 정체 국면에 접어든 것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개전 초기에는 러시아군이 많은 무기를 동원해 활발한 이동 작전을 펼쳐 무기 노획이 쉬웠다. 하지만 최근엔 러시아군이 주로 돈바스 등 동부와 남부 전선에 주둔하면서 전투가 쌍방 포격전 양상으로 바뀌었다. 이런 상황에서 적에게서 무기 노획이 어려워지자 기존에 갖고 있던 재고 중고 무기를 교환해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다. 페디르는 “키이우(본부)에서 무기를 보내줄 때까지 바보처럼 앉아서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중앙정부의 통제 없이 야전 지휘관 판단으로 무기를 주고받는 것은 효과적인 전투력 발휘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군사 전문가 매트 슈뢰더는 “우크라이나군의 비공식 무기 교환은 군수품 관리 체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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