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형 대법관 퇴임.."정치, 법원 찾기보다 입법으로 해결해야"

[theL] 퇴임식서 우려 섞인 소회 밝혀..상고심 제도 개선 당부

김재형 대법관이 퇴임을 맞아 '정치의 사법화' 현상과 대법관의 정치적 성향을 분류하는 세태에 대해 우려 섞인 소회를 밝혔다.

김 대법관은 2일 오전 서울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입법이나 정치의 영역에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한 사안인데도 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며 "입법으로 해결할 문제를 사법부가 나서서 해결하려고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김 대법관은 입법과 사법이 "정의라는 공통의 목표를 추구하는 두 수레바퀴와 같은 것"이라며 "입법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국민들이 권리 구제를 받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소송으로 이어져 사회적 낭비를 초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날 퇴임사에선 "대법관을 보수 혹은 진보로 분류해 어느 한쪽에 가둬 두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 대법관은 "법관이 보수와 진보를 의식하게 되면 법이 무엇이고 정의는 무엇인지를 선언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굳이 말하자면 저는 보수도 아니고 진보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중간도 아니다"라며 "제가 한 판결이 여러 의견을 검토해 최선을 다해 내린 타당한 결론이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김 대법관은 또 대법원이 "중요한 사건에 집중해 충분한 숙고를 거쳐 의미 있는 판결을 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진지한 논의를 토대로 상고심 제도가 개선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김 대법관의 임기는 오는 4일 자정 만료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임으로 오석준 대법관 후보자를 지명했지만 국회 표결 일정은 불투명하다. 여야는 전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을 연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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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시호 기자 shsung@mt.co.kr